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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좀비물) 살기위해 뛰어라! (7) 재복이 구출작전

Ruka |2009.08.07 13:16
조회 1,103 |추천 0

안녕하세요. 루카 입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제 닉네임을 도용하셨더군요..

 

이 닉네임은 저한테 약간 의미 있는 닉네임이라... 안 따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재... 안 말립니다. 어차피 제 글 아니니까요.

 

올리시는 건 뭐라 안 합니다. 하지만 닉네임 도용은 하지말아주세요.

 

기분이 좀 그렇군요...

 

연재 시작하겠습니다.

 

 

 

출처 : 웃대 ^-^

 

 

 

=================================================================

 

 

 

 

"진환아 좀 심하지 않았어?"


내가 식칼창을 어깨에 걸치고 터벅터벅 앞장서 걷고 있는데 태완이가 내게 말했다. 나는 대답을 안 하려다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심하긴 뭘 심해. 그런 상황에선 겁을 좀 줘놔야 배신때릴 생각을 안 하지.. 그 인간들 꼴좀 보라고. 벌써 벌벌 떨면서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하는거. 안그래도 그런 겁쟁이들인데 어떻게 뒤통수를 칠지 알아?"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다는 거지."


윤호가 나를 거들듯이 말했다. 우리의 협공을 받은 태완이는 아무 반박도 못하고 칼자루를 만지작거렸다.


우리 집에서 망원역까지 가려면 대략 걸어서 20분. 수정형이 말했던 대로다. 가는길에 건너야 할 차도가 둘, 골목은 수도 없이 많다. 자 그럼 어떤 루트를 선택할까.


변수는 그 뛰는 좀비들이다. 그 때야 정말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가드레일이 우리 앞을 막아주지 않고 있었다면 필시 우리는 누군가가 죽었거나, 운이 좋았어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운이 없었다면.. 전멸했을 것이고. 나는 그 뛰는 좀비들이 달려올때의 박력을 생각하자 소름이 좌악 돋으며 식은땀이 나는 걸 그꼈다.


다행인 점은, 그 좀비놈들은 대가리가 그나 그나라서 트랩에 쉽게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내 생각엔 그 놈들이 마구 뛰어올때 나도 앞으로 튀어나가 그놈들 앞에 쭈그리고 앉아버리면 제풀에 걸려 넘어질 것 같은데.. 실전에선 언제나 이론과 다른 상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나는 수많은 변수들을 생각하면서 식칼창을 꽉 쥐었다.


"밖에 나오니까 역시 무섭네.. 그 뛰는 좀비 때문에."


아직 가로등이 살아있는 저 편의 골목에 서성거리는 몇마리 좀비들을 보며 태완이가 중얼거렸다. 윤호와 나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저 가로등 밑에서부터 놈들이 뛰어오기라도 하면 어떨까 하면서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을 뿐이었다.


"야 김진환."


"어?"


"앞에 있다."


지금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길은 얽히고 섥힌 골목길들 가운데서도 꽤 큰 길목. 차 두 대가 너끈히 지나갈 정도의 폭이 있는 길이다. 우리의 오른쪽엔 한 블럭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담으로 둘러싸인 부잣집이 있었고, 그 앞에 차가 대어져 있었는데 그 차의 앞쪽에 좀비가 서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어쩔까?"


"일단 근처로 조용히 지나가고.. 들키면 그냥 뛰자. 뭐 앞쪽에 좀비들은 더 안 보이고 저놈들도 느리니까."


"으음.."


윤호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신음을 내뱉었다. 놈이 뛰는 좀비일지 아닐지 확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무기를 쥐고 조심스럽게, 좀비에게서 멀리 떨어져 빙 돌아 지나갔다. 다행이 우리는 들키지 않고 녀석 옆을 지나갈 수 있었다. 녀석을 계속 우리 시야 앞에 두느라고 타원을 그린 우리는 다시 뒤로 돌아 살짝 빠른 걸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나저나 재복이놈 무사할까 모르겠네.."


"쉿! 말소리 줄여."


나는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뒤를 돌아보았다. 윤호는 내가 주시하고 있는 좀비를 슬쩍 보더니 픽 웃으면서 내 등을 쳤다.


"쫄지 말어 마. 이 정도 왔으니까 괜찮아. 설사 점마가 뛰는 좀비라도."


"아 그건 진짜 싫다.."


태완이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다. 나는 미심쩍은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어쨌거나 안전하게 제칠 수 있었기에 상관하지 않기로 하고 앞을 쳐다보았다. 윤호 말대로 이 정도 거리에 있다면 안전할 뿐더러, 설사 뛰는 좀비라 한들 우리가 이 곳에서 살아가려 하는 이상 언젠가는 정말로 맞딱트릴텐데 그 때에 대비해 혼자 있는 저 놈을 상대하는 게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금은 그딴 것 보다 친구의 생명이 우선이다.


10분쯤 걸었을까, 꽤 굽이굽이 돌아온 우리는 차도를 앞에 두고 망설이고 있었다. 이 길을 건너서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큰길을 따라 직진하면 바로 망원역이다. 근데 차도 건너편을 살펴보니 좀비들이 상당수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걸 따돌리고 빠른 길을 택하느냐, 아니면 우회해 안전하게 가느냐..


"어쩔까?"


윤호가 물었다. 우리는 저 좀비무리들을 앞에 둔 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필시 각자의 가슴속에서 똑같은 질문을 했었을 것이다. 윤호는 그걸 알고 나와 태완이에게 물었을 테지.


나는 식칼창을 쥐고 말했다.


"나는 이대로 직진에 한표."


태완이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칼을 꺼내면서 말했다.


"나도 찬성. 이대로 우회한다 해도 그 쪽에 좀비들이 있을지 없을지 보장하지 못하니까. 시간이 걸리는 길로 돌아갔다가 좀비무리를 만나기라도 하면 시간낭비, 체력낭비야."


태완이가 한 말은 내 생각과 완전히 같았다. 그러자 윤호는 배트를 꽉 쥐면서 말했다.


"그럼 이대로 가자."


윤호는 알루미늄 배트를, 나는 식칼창을, 태완이는 검을 드리우고 좀비들 무리로 접근했다. 놈들의 수는 대략 열둘. 이 거리에서 들킨다면 도망가면 그만이지만 만약 놈들 틈을 지나가다 걸린다면..


끝이다.


"후우.."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다 보니 놈들 무리의 왼쪽에 빈틈이 보였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 빈틈을 향해 조심조심 걸어갔다. 이윽고 놈들 근처로 간 우리는 삼각형을 그리던 진형을 일자로 바꿔 놈들 사이로 조용히 지나갔다. 천천히 지나가고 있자니 놈들의 몰골이 그대로 눈앞에 드러났다. 밤중이라 바깥쪽 시야는 어두운데 가로등이 놈들만을 마치 무대에 선 배우들처럼 비추고 있어 더욱 괴상망측한 느낌을 자아냈다.


"...."


나는 손을 조용히 들어 뒤따라오던 둘을 멈추게 했다. 내 앞에 있던 좀비가 천천히 움직여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이다.


"웁.."


혹시라도 이 쪽으로 올까봐 식칼창을 아슬아슬한 거리까지 드리우던 나는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으며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좀비는 한여름이라 그런지 벌써 상당히 썩어버려 엄청난 악취를 풍겼고, 듬성듬성 난 머리털과 찢어진 옷의 틈새로 보이는 뼈가 놈의 더러움을 한층 배가시켜주고 있었다. 그런데 클라이맥스는 놈의 눈. 한쪽 눈이 비어져나와 시신경을 타고 턱 아래까지 드리워져 덜렁거리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괴기스러움 그 자체였다. 놈들의 시각능력이 제로라는 것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런 빌어먹게 생긴 괴물이 눈을 허옇게 뜨고 지근거리에서 나와 마주보고 있으니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다행히도 놈은 몸을 돌렸을 뿐이지 우리를 알아챈 건 아닌 듯 했다. 나는 식칼창을 돌려 자루 부분으로 놈의 어깨를 살며시 밀면서 옆으로 돌아 지나갔다. 놈들은 통각도 전혀 없어 기척없이 다가가 길다란 물건으로 꾹 밀면 힘없이 밀려난다. 아까 낮에 밖의 동향을 살피러 나갔을때 익힌 테크닉이었다.


좀비 무리 사이를 무사히 빠져나온 우리는 조용하지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로등 아래 비춰진 우리 셋의 이마는 너나 할 것 없이 땀에 젖어 번들거렸다.


"이대로 쭉 가면 금방 망원역이야. 빨리 가자."


태완이가 땀을 닦으면서 앞으로 나가자 내가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나 중3 중간고사때 전과목 컨닝하는 것 보다 더 큰 모험이었어."


몇 걸음도 채 옮기지 않아 우리들 앞에 망원역에서 뿜어져나오는 빛에 물들은 큰 차도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 수많은 인영이 또한 비춰졌다. 다만 그 인영들의 주인공은 걸어다니는 시체. 저 중에 등교길에 자주 만나 눈에 익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몹시 불쾌해졌다. 나는 이를 꽉 물면서 다시 한번 재복이의 말을 상기했다. 녀석은 망원역 바로 옆에 있는 고래서점에서 농성중이라고 했으니, 그 말은 이미 좀비들에게 들켰다는 소리다. 전투는 불가피하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걸음을 옮기고 있는 다른 두 녀석에게 말했다.


"야. 재복이 좀비한테 쫓겨서 숨은 거라며. 앞에서 좀비들이 대기타고 있을지 모르니까 싸울 준비 해."


"아 그것도 그렇네.."


"미치겠다 진짜. 그냥 그 새끼 죽으라고 둘 걸 그랬나?"


둘이 투덜거리면서 무기를 쥐는데, 검을 뽑던 태완이의 손을 막으면서 내가 말했다.


"내 생각엔 꽤 많을 것 같으니까 타정총 준비하자구. 멀리서 저격한 다음에 들어가면 쉬울지도 몰라."


"그것도 그렇네."


태완이는 반쯤 뽑은 검을 도로 집어넣고 타정총을 준비했다. 망원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두 곳. 한 곳은 우리가 있는 블럭에 있고, 한 곳은 우리가 있는 곳의 정면을 가로지르는 차도 건너편에 있다. 차도에는 물론 많은 수의 좀비들이 비척비척 걸어다니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서점은 우리가 있는 쪽의 입구 옆에 붙어있었다. 이윽고 역 바로 아래에 위치한 편의점까지 도착하자 우리는 살금살금 걸어 모퉁이까지 이동, 고개를 내밀어서 서점의 앞을 살펴보았다.


"앗!"


"..Ah fucking shit."


태완이가 작게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내 입에서 욕이 터져나왔다. 서점은 망원역 옆 2층 빌딩의 반지하에 위치해있는데, 그 서점의 입구에 좀비들이 하나 둘 셋.. 어림잡아도 스물은 넘게 몰려있었다. 서점의 입구쪽에 바리케이트가 쳐져있는지 좀비들은 빌딩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중 몇몇 놈은 서로를 뜯어먹는 엽기적인 광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윤호는 눈을 홱홱 돌리면서 머릿수를 가늠해보는 듯 하더니 입을 가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건 도저히.."


"아 미치겠네."


나와 윤호가 궁시렁거리자 태완이가 핸드폰을 꺼내들고 번호를 누르며 말했다.


"오히려 다행이야. 좀비들이 앞에서 몰려있는 걸 보니 아직 녀석들은 바리케이트를 뚫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되지. 지금 재복이한테 전화해 볼게."


잠시 뒤 재복이가 전화를 받았다. 태완이는 재복이에게 안쪽 상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물었다. 근처에 좀비들이 있는 탓에 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태완이는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조용히 전화를 받았고, 덕분에 윤호와 나는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내가 불안과 무료함이 섞인 기묘한 감정을 느끼며 식칼창을 어깨에 톡 톡 두드리고 있는데 윤호가 내 어깨를 잡아 내 시야를 억지로 돌리며 말했다.


"저거 봐봐."


녀석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편의점이 있었다. 내가 못 알아먹었다는 뜻으로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자 녀석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다시 손가락을 가리켰다. 다시 쳐다보니 아하, 녀석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자전거 정거장이었다. 나는 알았지만 그래서 뭐가 어쨌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윤호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자전거는 사람보다 빠르게 안 빠르게?"


"빠르지 병신아. 말이라고 하냐?"


"...."


윤호가 야구배트를 쳐들자 나는 몸을 숙이며 양 손을 들어 머리 위에서 흔들었다. 윤호가 조금 성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좀비는 사람보다 빠르게 안 빠르게?"


"..아하. 우리 윤호 머리가 위급상황이 되니 좀 돌아가는군."


나는 그제서야 윤호의 말을 이해했다. 내가 태완이에게 우리의 계획을 말하려는데 태완이가 전화를 끊으면서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점 안에 재복이랑 재복이 여친이랑 사람 몇 명이 더 있대. 무기로 쓸 건 좀 있는데 사람들이 완전 겁에 질렸다고.. 무엇보다 우리가 그 사람들을 어떻게 구해?"


"태완아. 이럴 땐 머리를 쓰는거야."


"어?"


윤호가 말하면서 내게 눈짓을 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자전거 정거장 쪽으로 향했다. 좀비사태가 나면서 사람들이 타고 간 건지 평소에 가득 찬 상태이던 자전거 정거장엔 초라한 마운틴 바이크 하나와 낡은 자전거 몇 대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마운틴 바이크를 묶고 있던 사슬을 손도끼로 내리쳐 끊었다. 까앙 하는 소리가 나자 우리와 같은 블럭에 있던 좀비 몇마리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완전히 알아채지는 못했는지 놈들은 우리쪽으로 아주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완이가 무슨 짓이냐고 외치는 듯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전거를 끌고 우리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미끼작전이지. 자전거 타고 놈들을 끌어모으자."


"뭐? 저기 달리는 좀비가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운 없는거지 뭐. 그래도 자전거보다 빠르진 않을거야."


"하지만!"


"그럼 다른 방법 있어?"


내가 묻자 태완이는 뭐라고 말하려다 입술을 꽉 깨물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손을 머리 위로 들면서 말했다.


"자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한다."


"하하.. 20년 인생에 가위바위보를 수백 번도 넘게 했지만 이게 최고로 무서운 가위바위보다. 젠장."


"너희란 놈들은 진짜.."


각자 한 마디씩을 하며 우리들은 손을 세 번 크게 흔들고 팔을 내렸다. 몇 초 뒤 윤호가 눈물이 나오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신발."


태완이와 나는 보, 윤호 혼자 주먹이었다. 윤호가 주먹을 흔들면서 말했다.


"새끼들아 남자는 주먹이지 주먹!"


"어. 긍까 남자답게 죽어라."


"나쁜새끼."


"야 진환아 뒤에!"


태완이의 외침이 들리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몸을 던져 한바퀴 구르며 일어났다. 내 바로 뒤, 한 발짝도 안 되는 곳에 좀비가 양 손을 뻗고 다가오고 있었다. 올려다보니 그 놈의 뒤에도 한 마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내 바로 옆자리에 있던 윤호는 주저없이 숨을 한번 꾹 참으며 온 힘을 다해 그놈에게 야구배트를 휘둘렀다.


"흐읍!"


퍼까아아앙


엄청난 소리가 나며 좀비는 머리에서 피를 쏟으며 붕 떠서 옆으로 4미터쯤 날아가 맨홀에 머리를 박았다. 나는 언제나같이 달려나가 마무리를 하려 했으나 다가가보니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놈의 머리는 반쯤 으깨져 터져있었고 무엇보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고개를 돌려 친구들을 바라보니 윤호가 멋진 폼으로 다른 한 마리를 처리하고 있었다. 저만치 날아가 촤자아아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온 몸으로 미끄러지는 좀비를 바라보며 윤호가 말했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썅."


"미친.. 니가 내 입장이 되봐라, 그런 소리가 나오나."


나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꾹 누르면서 말했다. 태완이는 나보고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한 뒤 우리가 가까이 모이자 말했다.


"잘 들어. 어쨌건 한 번 너희들 작전대로 해 보자. 윤호가 자전거를 타고 앞에 놈들의 주의를 끌어. 놈들은 분명 떼거지로 네 기척을 쫓을거야. 그리고 서점 앞에 몇 안 남은 좀비들을 나랑 진환이가 처리, 사람들을 구출한다. 오케이?"


"오케이."


"옛썰 오를썰 디락킨 듀이 썰!"


"..뭐야 그게."


"시즈탱크 따라하기."


"...."


윤호는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나한테 야구배트를 맡겼다. 야구배트를 든 채로 자전거를 탈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윤호가 자전거에 올라타려고 하는데 내가 녀석을 잡으며 말했다.


"야."


윤호가 나를 쳐다보자 나는 녀석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죽지 마라. 재복이랑 같이 돌아가서 사골국에 밥 말아먹자구. 알았지?"


"걱정 마."


윤호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 치고 자전거를 슬슬 출발시켰다. 우리와 템포를 맞춰 차도 근처까지 나간 윤호는 잠깐 멈추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나와 태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은 앞으로 나가 입에 두 손을 모으며 소리쳤다.


"빠라바라바라밤! 개 성기명신 호로 썅창년들아! 윤호언니가 항문 뚫어주러 왔어요~! 우후!!"


좀비들이 일시에 녀석을 확 바라보았다. 그리고 윤호는 기어를 올리면서 전속력으로 출발했다.


"께아아아아아아악!!"


순간, 예상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윤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서점 앞의 좀비 무리들 중 한 놈이 미친듯이 윤호를 향해 뛰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아악 신발!"


윤호는 아직 제대로 된 속력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윤호가 브레이크를 잡고 뛰어내리려는 찰나 투학 하는 소리가 나면서 달려오던 좀비의 어깨가 확 돌아가더니 땅에 쓰러졌다. 놈이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려는데 투학 하는 소리가 또 나면서 이번엔 머리가 확 제껴지더니 놈은 이상한 포즈로 땅에 누워버렸다. 앞을 보니 어느샌가 앞으로 달려나간 태완이가 손에 타정총을 들고 있었다.


"달려 김윤호! 죽지마라!"


태완이가 소리를 치자 정신을 차린 윤호는 좀비 무리들 옆으로 자전거를 몰고 지나갔다. 금새 전속력에 도달한 윤호가 가로등 빛을 받으면서 저 편에서 유턴을 하는 걸 보며 태완이와 나는 무기를 들고 뛰쳐나갔다. 우리의 예상대로 좀비들은 무리를 지어 윤호의 뒤를 쫓았다. 무리를 지어 서성거리던 놈들이 한 번에 이동하기 시작하니 몇몇 놈들이 서로 걸려 엎어지기 시작했고, 그놈들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놈들은 우수수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서점 앞까지 도달했을 때, 방향을 바꾼 윤호가 차도 저편을 지나가는 게 보였다. 태완이가 빌딩 입구 앞에 서서 칼을 내려놓고 타정총을 들어 못 탄창을 바꾸면서 말했다.


"여긴 내가 맡을께, 니가 사람들을 불러!"


"알았스!"


나는 빌딩의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몸을 확 던졌다. 두 세 칸씩 내려간 나는 코너를 도는 순간 무언가에 퍽 부딫히며 잠깐 주춤했다. 좀비였다!


"우아악!"


갑자기 몸을 부딫혀 우어어거리면서 몸을 못 가누는 좀비의 옆구리에 내 식칼창이 박혔다. 머리에는 맞추지 못했지만 일단 놈을 밀어내야 했기에 나는 그대로 창을 누르며 놈을 벽에 딱 밀어붙혔다. 놈이 벽에 몸이 밀착된 채 버둥거리는 걸 보며 나는 창을 쥔 손에 온 힘을 다한 채 다른 손으로 천천히 손도끼를 꺼내며 말했다.


"니는 밥만 챙기면 되니까 졸라 맘 편하겠다.. 그지?"


"어어-"


좀비는 목을 돌려 내 쪽을 향하려 했으나 내가 놈을 완전히 벽에 밀착시켜놓고 있었기에 놈은 당연히 그걸 할 수 없었다. 나는 손도끼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든 뒤, 온 힘을 다해 놈의 정수리에 손도끼를 꽂아넣었다.


뻐걱


"으읍!"


놈의 머리가 터지는 순간 뒤통수에서 뿜어져나온 파편과 썩은 피에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입을 다물면서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놈이 완전히 죽은 걸 확인한 나는 식칼창을 뽑아 한번 털어낸 뒤 서점 입구쪽을 보았다. 입구는 단순한 빌라 사무실의 문처럼 사람 한 명이 드나들만 한 철 현관문이었다. 나는 문을 발로 쾅쾅 차면서 말했다.


"이재복! 이재복-! 구하러 왔어! 문 열어!"


나는 안쪽의 사람들이 문을 열 여유를 주기 위해 잠시 발길질을 멈추고 뒤로 빠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문으로 다가가 이번엔 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이봐요! 안에! 구하러 왔으니까 문 열어요!"


나는 대답을 듣기 위해 잠깐 멈추었으나 이번에도 안쪽은 묵묵부답. 바깥에 친구 둘이 얼마나 급한 상황에 처해있는지 알고 있는 나는 열이 뻗쳐서 발로 문을 차며 외쳤다.


"미친새끼들아! 구하러 왔으나 문 쳐 열으라고! 문열어! 야 이재복!! 문열어-!!"


이번에도 아무런 반응 없음. 나는 불안감에 휩싸이며 뒤로 살짝 물러섰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몸을 억누르며 침착하게 생각했다. 이 서점에는 이 문 말고 다른 문이 없다. 사람들이 이미 안으로 피했다면 다른 쪽에서 좀비가 유입될 리는 없었다. 그럼 답은 하나, 내 말소리가 안쪽까지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이다.


"바리케이트 때문에 안 들리는 건가.. 제길! 또 핸드폰을 때려야 해?"


안쪽 사람들은 아마도 패닉에 빠져있을 것이다. 안그래도 바리케이트로 꽉꽉 막고 있는데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니 좀비들이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얼른 빌딩 입구 쪽으로 뛰어올라갔다. 때마침 태완이는 바로 앞에 좀비가 와 있는데 타정총의 탄창을 차마 갈지 못해 욕설을 내뱉으면서 칼을 집어들고 있었다. 나는 태완이에게 달려가 녀석을 안쪽으로 당기면서 손도끼를 가로로 휘둘렀다. 퍼걱 하는 소리가 나며 손도끼는 앞에 있던 좀비의 관자놀이부터 미간까지를 뚫고들어갔고, 놈은 그대로 축 늘어졌다. 내가 놈을 발로 걷어차자 놈의 몸이 뒤로 픽 쓰러지며 뒤에 오던 놈에게 부딫혔다. 태완이가 타정총의 장전을 마쳤는지 내 옆으로 총을 든 채 다가와 어딘가를 조준해 팍 쏘면서 말했다.


"뭐 하는거야! 사람들 안 구하고!"


"안쪽 놈들이 반응을 안 해! 안 들리나봐! 내가 여기 맡을테니까 니가 핸드폰으로 불러!"


"아냐! 니가 가!"


"하지만.."


"빨리 해! 궁시렁거릴 시간 없어! 자켓 오른쪽 주머니!"


태완이는 다시 어딘가를 향해 총을 쏴갈겼다. 나는 혀를 한 번 차면서 녀석의 자켓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핸드폰을 꺼냈다. 나는 한 손에 식칼창을 들어 태완이 옆을 보호하면서 통화 버튼을 두 번 눌렀다. 금방 전까지 통화 한 사람은 재복이밖에 없기 때문이다.


"푸핫핫핫! 우하하! 병신 호랑말코들아! 내 궁뎅이가 그렇게 맛있어 보이냐? 와서 먹어봐!"


첫 수신음이 들리는 순간 윤호가 마구 웃으면서 차도 저편에서 좀비 무리를 이끌고 자전거를 달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급한 와중에도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얼굴에 웃음이 머물러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재복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신발!"


"왜 그래?"


"대답할 여유 없어!"


나는 통화 버튼을 다시 두 번 누르면서 식칼창을 앞으로 밀어 다가오는 좀비를 밀어냈다.


왜 안 받는거냐고! 병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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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기위해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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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ȭ : http://pann.nate.com/b200012371

10ȭ : http://pann.nate.com/b200012387

11ȭ : http://pann.nate.com/b200012396

12ȭ : http://pann.nate.com/b200012404

외전 - 1화 : http://pann.nate.com/b2000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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