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사는 박사과정 + 회사원입니다.
지난주 친구와 함께 부산으로 휴가를 갔습니다만
별 계획없이 갔습니다.
오전엔 자고 오후엔 물놀이 해지면 기타를 치는거야 <- 이게 계획의 전부였죠.
수요일에 내려가서 일요일에 올라오는 기나긴 일정이었는데 둘 다 대책없는...
첫날 내려가자마자 광안리에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기타치기 시작했습니다.
장비는 배터리가 들어가는 휴대용 앰프와 MR 및 악보를 재생해줄 노트북
그리고 각자 기타 한대씩.
기타를 한참 치고 있는데 뭐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만
우리끼리 그냥 놀자 하고 치기 시작한거라 별 상관은 없었습니다.
중간에 캐나다에서 온 영어강사 Sam 이 갑자기 등장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돗자리를 주워와서 옆에 털썩 눕자마자 비가 후두두두두두.. 철수.
둘째날 밤에는 해운대로 고고고
처음엔 바닷가쪽에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폭죽부터 터뜨리자 해서 폭죽을 켰는데
까만 옷 아저씨들이 달려와서 '불꽃놀이 안됩니다' orz
차에 도로 가져다 놓고 치기 시작.
한시간 반가량 쳤나... 밤 11시반 정도부터 친 것 같아요.
치다가 힘들어서 짐 정리하고 나오는데 몇몇 사람들이 '진짜로 치는거였어?'
그렇습니다. 소리는 들렸으되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아무도 몰랐던..
뭐 별상관없어서 해운대 엔젤인어스에서 커피를 좀 마시고 쉬었다 가자 해서
엔젤인어스 건너편 바다로 들어가는 입구쪽에 앉아서 쉬다가
'좀만 더 치고 가자' 라는 이야기를 하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오... 여기는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하는군요.
아주 아리따운 여성분들이 옆에 앉기도 하고 뒤에 서기도 하고 신났었습니다만
아무도 말을 걸진 않았...
연주하는 곡들 녹음해놓은 것 있으면 달라는 분이 계셨으나
'몇살이세요' 라는 질문에 대답해준 후 싸늘해진. orz
그리고 금요일에는 다른 일정을 소화한 후
당초 예정되었던 토요일 컴백 계획을 하루 미루고
토요일에 다시 해운대로 ㄱㄱㄱ~!
아놔 -_- 무슨 파티하네요. 무대 설치해놓고 예거마이스터 팔면서
바닷가를 클럽을 만들어놓은...
스텝에게 가서 몇시에 끝나냐고 물으니 두시.
또 엔젤인어스 가서 개기다가 한시좀 넘어 끝난 듯 하여
두시되기 조금전부터 치는데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인지 목요일만큼 구경꾼이
생기지는 않더라구요.
역시 뭐 별 상관없어서.
한참 쳤습니다. 정말 한참.
그런데 두시간 반정도 기타를 쳤을까
구경하던 분들이 살짝 잦아들 무렵
흰 츄리닝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너희가 자연을 소중히 해야되는데 아름다운 자연인데 시끄럽다.'
'맑은 소리로 하던가 음악같지도 않은 음악을 틀어놓고 뭐하는거냐'
라는 말씀을 주절 주절 읊으시며 그만하라고 하십니다.
계속 왔다갔다 하셨는데 주위에 사람이 없어지기를 기다리신 듯...
'뭐하시는 분이세요' 물어보니 움찔 하시더니만 '자원봉사자' 라는....
그럼 맑은 소리로 하면 되냐고 기타톤을 클린톤으로 바꾸고
클래식 기타 연주곡을 쳤더니만 호루라기를 삑~~삑~~~삑~~~~
그러자 그냥 오다가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웅성 웅성
옆에 있던 청년부터 하나둘 '듣기 좋은데 왜그랍니까' 라는 이야기를 아주머니에게
한마디씩. 사실 뭐 그 사이에 호루라기 여러번 불고 난리가 났었는데
해운대서 놀던 청년들이 호루라기 소리가 훨씬 시끄럽다고 그러기도 하고
이래저래 대세가 아주머니편이 아닌 듯 하자
'느 같은 것들은 쳐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라며 어디론가 사라지심.
그리고는 구경하던 청년들이 '기타 쳐주세요' 라고 하여
기타를 계속 치려고 하는데 노트북 배터리가 간당 간당...
기타루맨 이라는 게임의 OST에 나오는 기타 듀엣곡을 이어서쳤더니
박수와 환호를.. ㅠㅠ 감사합니다 청년님들하...
http://pds10.egloos.com/pds/200908/02/28/guitaroo.mp3
이게 그때 쳤던 곡인데 이건 친구랑 같이 친건 아니고
방에서 혼자 녹음하다가 만..
그리고는 노트북 배터리가 정말 없어서 친구가 짐정리 하는 동안
제가 클린톤으로 세팅학 통기타 곡 클래식 기타 곡 몇곡 치고 정리하고 왔습니다.
우리끼리 놀자고 계획한 것이었는데 아주 적은 수 이지만 같이 이야기나누었던
좋은 분들도 만나고 나름 재미있던 휴가였습니다.
안동에서 온 춤추는 청년들이 목요일밤 저희 기타치는 것을 보고 나더니
'우리도 연습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며 한참을 이야기했는데
그리고 나서 저희 간 후에 그 분들도 춤 춰다고 하더라고요. 화이팅!!!
광안리에서 만났던 Sam 도 그렇고
흰 츄리닝 아주머니로부터 우리를 구해준 옆자리 청년들도 그렇고
고마운 분들 투성이더군요!
혹시나 저희 때문에 시끄러웠던 분들 계시면 여러모로 죄송. ^^
아참. 그리고 악보 등을 요청하셨던 분이 계셨는데
그분 연락처가 사라져버렸네요.
혹~~~~시나 이 글 보신다면 연락주세요~!
jamdole@nate.com 네이트온입니다.
태풍이 밀려와 흐렸던 부산이지만 아주 재미있고 좋았던 휴가라 기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