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 그 날에... (2003)
- 기본정보 : 단편 애니메이션 / 6분
- 감독 : 조수진
- 연출의도
생명의 신비로움과 어머니의 사랑
엄마의 자궁 안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아기는, 양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이상하지만 엄마의 사랑과 관심 속에 무럭무럭 자라 열 달 뒤 엄마의 품에 안기게 된다. 태아시절, 나의 모습과 기분을 상상하여 담은 이 작품을 통해, 생명의 신비로움과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 네티즌 리뷰
유려한 이미지의 생명탄생
문득 이등병 시절이 생각난다. 자대 배치를 받고 본부 소대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간에 자기 소개서 비슷한 서류를 작성하라고 하여 볼펜을 들었다. 그 서류들은 기간별로, 그러니까 초?중?고, 대학 시절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나와 동기들이 뜨악했던 것은 바로 유아기를 기록하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아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없다. 물론 유아기란은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적는 것이었겠지만, 그렇게 적으면서도 궁금해졌다. 나의 유아기는 실제로 어땠을까? 진짜 내가 들은대로 그랬을까? 만약 태아일 때의 기억이 있다면?
흔히 말하듯이 탄생은 신비하다. 일단 확률적으로 계산을 해봐도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하여 다시 수많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겨난 나라는 존재는 기적에 가까운 결과물이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동물이 됐든 식물이 됐든 탄생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단순한 계산과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신비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그 세계를 탐험한다. DNA 구조를 연구하고 복제 양을 만들며 복제 인간을 꿈꾼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른 최종 목적지는 생명이다. 그것이 초과학적인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되어서일까.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생명과 탄생의 비밀을 푸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제 아무리 완벽하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앞서 말한 것처럼 계산과 이론만으로 생명의 탄생을 밝혀내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다. '쥬라기 공원'과 '아일랜드'에서 해먼드와 메릭은 생명을 창조ㆍ탄생시키고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방식으로 그들을 통제하려 하지만 각자가 과학으로 만들어낸 세계는 무너져 버린다.
결국 생명 탄생의 영역은 현재까지의 인류에게 있어 환상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만약 그곳에 들어가 많은 것을, 모든 것을 풀어내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자신의 모습과 기억까지 풀어낼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그 시절을 그저 상상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부모님과 가족들로부터 "네가 뱃속에 있었을 때 무슨 음악을 들려줬고 얼마나 엄마 배를 걷어찼고" 등의 이야기를 듣더라도 확증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상상이다. 상상이란 실제 사실처럼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다. 그것은 때로 끝없이 이어지는 이미지들의 향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날에…'의 영상은 황홀하다. 흔히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처럼 명확한 이미지가 있고 그것들이 하나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로 부드럽게 확장ㆍ변형되어 간다.
이 자유연상처럼 보이는 이미지들의 변형 속에는 물속과 같은 이미지가 있다. 바다는 최초의 생명체가 생겨난 곳이고 아이는 양수 속에서 자라난다. 거기서 태아는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속삭임을 들으며 10여 개월을 보낸 후 세상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기에는 '그 날에…'가 선택한 자연스러운 이미지 전환 방법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그건 어떤 특정한 이미지나 화면으로 표현하기에는 우리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근거가 너무나도 미약하기 때문이다. 생명 탄생의 신비감은 그렇게 확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환상의 영역 속에 남겨두는 것이 신비감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일게다.
- 나의 몇 줄 감상
이 짧은 영상을 보고서 정말 많은 감정들이 마음에 와닿았고, 역시 과학은 즉 인간이 인위에 의해 만들어낸 것들로는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다시 번 느낄 수 있었다. 첫 장면에서 엄마가 아기를 가진 순간부터 엄마는 아기를 보듬는 바다로 변한다는 누군가의 해석이 맞는 것 같다. 이 세상의 어떤 인위적인 것도 자연을 이길 수는 없지만, 아기를 보듬는 바다로 변한 엄마만큼은 그 순간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신비로운 느낌의 음악과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애니메이션 속 그림의 변형도 새로웠다. 단편이라고 모두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비록 짧은 단편이지만 그 속에 담은 내용만큼은 웬만한 장편의 영화나 영상물에 비할 수 없을만큼 깊고 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