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
________ㅣA Bㅣ________
통 로 ← 지하철
--------ㅣC Dㅣ--------
<출입문>
얼마 전에 겪은 웃지 못할 일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고져 이렇게 키보드를 들었습니다.
저는 안암동에 살고 있는, 제가 생각하기엔 지극히 평범한 24살 청년이에요.
중요한 약속이 있어 처음으로 창동을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었기에 당연히 지하철을 탔죠.
빈 자리가 한 두 군데 있었지만, 날씨가 더울 뿐더러,
저녁이라 그랬는지 에어콘을 약하게 틀어 놓았더군요.
자리에 앉으면 오히려 옆사람의 온기 때문에 더울 거라는 예상을 하고
그닥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서있는게 편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A지점에서 B쪽을 바라본 자세로 등을 기대고 서서
언제나처럼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B지점에서는 어느 한 여성분이 음악을 듣고 있었나?
아무튼 그냥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서로 마주본 자세)
제가 자리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상한 느낌이 드는거에요.
살짝 고개를 드니 그 여자분이 저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저와 잠시 눈이 마주쳤는데, 저는 순간 그 분에게 "뭘 봐!"라고 말했다...
면 미친분처럼 보일 수가 있었으니, 신경 끄고 책에 집중을 했어요.
근데 그 여자분이 잠시 후에 갑자기 D지점으로 이동을 하는거에요.
(전 책을 보고 있었지만, 사람의 눈이 참 신기한 것이
제가 보고 있는 곳 외에도 희안하게 보이더라구요. ㅋㅋㅋ)
가든 말든. 저는 계속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어요.
그러던 중 갑자기 지하철 노선도를 확인해야만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에게는 처음 가는 곳은 중간 중간 최소 3~4번 이상은 노선도를 확인하는
완벽주의 스러운 묘한 버릇이 있거든요.(20살까지 지방에서 살아온지라..)
그런데 지하철 노선도는 C-D쪽 출입문 위에 붙어 있었어요.
저는 아무렇지 않게 지하철 노선도를 확인하기 위해
C지점으로 이동했죠. 노선도를 확인한 뒤 다시 독서를 하고 있었어요.
잠시 후 또 이상한 느낌이 드는거에요. 고개를 드니 또 그분이 쳐다보고 있었어요.ㅠ_ㅠ
그러더니 또 B쪽으로 가버립디다. (왜 자꾸 도망치니!)
신경 끄자. 신경 끄자. 하면서 마인드 콘트롤 시작했죠.
하지만 이때부터 슬슬 집중이 안되기 시작했어요.
이제 환승을 위한 목적지까지 한 정거장을 남겨놓은 상태였어요.
내릴 문이 A-B방향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기에(항상 느낌대로 그냥 찍거든요 =_=)
저는 또 다시 A지점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제 움직임을 포착한 그녀는 역시나 D지점으로 줄행랑. -_-
(근데 님아,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자꾸 도망을 치세요? ㅠ_ㅠ)
아, 근데 알고보니 하필이면 내리는 문이 C-D방향이네요. ㅡ ㅡㆀ
낭패다. 이걸 어쩌지. 어쩌긴 어째 내리려면 다시 가야지.
저는 다시 C지점으로 이동을 했고,
그녀 역시 제가 자리 잡기가 무섭게 B지점으로 대칭이동 하십니다. ㅋㅋ
내리기 위해 출입문을 향해 서 있던 저는
출입문 유리에 비친 그녀를 볼 수 있었죠.
그녀는 저를 이상한 눈빛으로 힐끔 힐끔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저 아무짓도 안했거든요. ㅠ_ㅠ)
지하철이 멈추고 출입문이 열리자 마자 저는 잽싸게 뛰쳐 나갔고,
그때서야 우리(?)의 숨막혔던 술래잡기는 끝이 났답니다.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나?'
'아니면 변태같이 생겼나?'
'내 몸에서 무슨 냄새라도 나나?'
별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참, 멀쩡한 사람을 이상한 놈처럼 만드는
묘한 능력을 가진 그녀였습니다.
멀쩡하다는 건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요.................
설마 제가 작업이라도 걸면 어쩌나, 그런 생각을 한건 아니겠죠?
제가 제 자신을 잘 아는데 어떤 자신감으로 작업같은걸 시도하겠습니까. ㅋㅋ
아무튼,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썩 기분좋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님아! 제 초상화 또는 내음새가 님을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