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이 마침내 제목에 걸맞은 국면이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선덕여왕'은 미실 고현정에 절대적으로 무게중심이 쏠려있었습니다. '선덕여왕'이라는 제목보다 '미실'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여겨지는 전개였죠. 최근 들어 덕만 이요원이 자아를 찾아가고 드디어 공주 신분을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미실과 덕만의 본격적인 대결을 예고하고 있죠. '선덕여왕'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전개입니다.
신라 조정의 최대 세력인 미실에 대적하려 할 때 덕만 혼자서는 불가능하겠죠. 세력 규합이 필수적인데 하나씩 하나씩 덕만의 수하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비담 김남길을 시작으로 알천 이승효, 유신 엄태웅에 이어 월야 주상욱과 복야회까지 가세했습니다. 합류 과정에 상당히 극적인 요소가 많아 흥미진진합니다.
본격적인 '선덕여왕' 시대로 접어들면서 2차례의 하이라이트가 연달아 작렬했습니다. 덕만이 "신라의 왕이 되겠다"고 선언한 장면과 유신이 "당신은 나의 왕이십니다"라고 충성을 맹세한 장면입니다. 덕만이 일당백의 장수들을 규합해 본격적인 세력 구축의 정지작업을 마친 순간이 되겠죠.
17일과 18일 방송된 '선덕여왕'을 보면서 강렬하게 뇌리를 자극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삼국지입니다. 유비·관우·장비가 도원결의를 하고 제갈량·방통·조자룡·마초·황충 등 세력을 규합해 중국 통일의 꿈을 실현시켜가는 과정이 요즘 '선덕여왕'과 은근히 데자뷰 되는 듯한 인상을 받았거든요. 조금 억지스럽긴 하겠지만 캐릭터 사이의 비교도 가능할 것 같고요.
김유신은 출중한 무예와 절개, 지략 등을 겸비한 점에서 관우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우직하고 자유분방한 비담은 장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습니다. 관옥 같은 용모에 뛰어난 무예와 충성심의 소유자인 알천은 조자룡에 대비시킬 수 있다면. 복야회라는 세력을 이끄는 월야는 마초와 비교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덕만은 유비와 비교 대상이 되겠죠. 제갈량은 누구와 비교하냐고요? 지략가 역할을 하게 될 월천 대사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처럼 '선덕여왕'은 삼국지와 대비하며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방향을 틀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 삼국지를 대입시키면서 보는 거죠. 덕만이라는 군주를 설정해 놓고 한명 한명 중요 인물들을 끌어 모아 세력을 규합한 뒤 강적들을 무찌르는 게임 삼국지 말이죠. 덕만에게 삼국지의 주인공 군주를 대비시키면 한층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소설 삼국지를 읽는 사람들도 속출했다고 합니다. 90년대 초반에서 후반에 이르기까지 소설 삼국지의 판매가 급성장한 점은 게임 삼국지 효과라는 분석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습니다.
저도 삼국지 게임을 무지하게 즐겼습니다. 대학 3학년 무렵에 삼국지2를 접하고 밤샘 게임을 하느라 수업을 빼먹은 적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삼국지3에 이르러서는 머리를 싸매야했죠.이후 버전에는 도전조차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선덕여왕'을 보니 더욱 많은 재미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소설도 저자별로 다 구입해서 1~2번씩 읽었습니다. 다 합치면 삼국지를 10번 정도 독파한 것 같네요. 옛말에 '삼국지를 안 읽은 사람은 상대하지 말고, 7번 이상 읽은 사람 역시 상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7번 이상 읽은 사람을 경계할 정도의 대단한 인물이라는 의미죠. 저도 7번 이상 읽었지만 그 정도가 되진 않았네요. 잘못된 말이거나, 아니면 제가 허당으로 읽은 모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