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유럽의 명소들을 둘러보면서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 하나 있다. 대체 우리는 무엇을, 우리의 관광상품으로 내놓아야 할 것인가이다.
일년에 한번 정도씩은 외국인을 하루, 이틀정도 서울에서 안내해야 할 일이 있다. 경복궁, 남산 타워, 남산 한옥 마을, 국립중앙박물관, 이태원, 이대 뭐 이정도 하면 되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유럽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남산타워에서 보는 서울의 풍경보다는, 에펠탑 위에서 바라본 파리의 모습이 훨씬 아름답고,중국의 자금성이나 일본의 천황궁에 비하면 우리의 경복궁은 규모면에서건, 동양적인 아름다움에서건 창건의 역사건 별로 그다지 뛰어날 부분이 없고,국립중앙박물관이야 뭐... 사실 루브르 박물관이나 런던의 영국국립박물관에 비하면 정말....뭐라 말하기 힘들고,중학교 교과서였나 석굴암에 대한 예찬의 수필이 등장했던것이?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에서 나는 정말 울고 싶었다.
우리는 참으로 빈약한 관광자원을 가진것 같다고? 안타깝게도 그게 답은 아니다.우리는 관광자원을 '계발'하지 않고 있다.무언인가 한국적인 특성,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아니면 볼 수 없으면서도, 나름의 흥미와 역사적인 의미를 지는 그런 곳 말이다.우리는 역사속에서 우리에게 기억될 '위인'조차 현재 없다.
유럽의 곳곳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이 다름아닌,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이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몇 백년전에 지어진 엄청난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거기에 얽힌 기억들이 더 아름답고 가슴 시리게 느껴지는 그런 것 말이다. 원래 관광객에게는 개방되지 않는다는 웨스트민스터의 저녁 미사 Evensong에 참여하면서 느낀 그 감동은, 단지 웨스트민스터 콰이어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동만은 아니었다. 그들의 역사와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프라이드, 그리고 그것이 단지 자기들만의 것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 혹은 감정의 동요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여행 내내 우리에겐 어떤 상품이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현재의 한국을 상징할 만한 것이 뭐가 있을까? 한국을 상징할만한, 그리고 그것이 역사적으로, 세계사적으로, 또한윤리적으로 정당하게 평가될 수 있을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끝에 나는,남과 북의 철도가 연결될 그 지점에 지어진 그 역,도라산역을 생각하게 되었다.그 도라산 역의 이름을 "김대중역"으로 개칭하면 어떨까. 물론 김대중이라는 인물에 대해 여러가지 다양한 평가가 가능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논쟁지점들을 넘어서, 객관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는 일생을 바쳐 민주화 투쟁과 남북관계의 개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노력의 결실로 6.15남북공동선언과 남북 교류, 햇볕정책의 큰 물꼬를 튼 장본인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하였으며, 대통령의 직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노벨상 수상자로서 국제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도라산역의 상징성으로 볼때, 그 역을 김대중역으로 부르는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해야 그곳을 관광상품으로 계발하는것도 가능할 것이다. 분단과 평화의 상징적 교차지점인 그 도라산역을, 우리만이 아닌 전세계인의 소통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큼 오랫동안, 통일후에도, 상징성을 갖출 수 있는 곳이 한반도에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