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재범군 관련 기사가 터지곤 가십기사처럼 파문을 일으켜도
곧 잠잠해지리라 생각했습니다.
재범군의 사죄와 함께 어느 정도 눈총을 받아도
시간이 조금 흐르면 다시 재범군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커져버리네요
아무리 자긍심 높은 대한민국이지만 정말..
잔인하디 잔인하다 싶어요.
전 재범군의 고등학교 동창입니다.
한때 xan** 및 mys****등 커뮤니티가 붐이었던 당시
나이로 따지면 고2? 고3? 시절에 그저 베스트프렌드와 사적으로
쓴 글이 이렇게 물의를 빚을 수 있다는게 참 안타깝네요.
일단, 짚고 넘어가자면 미국 고등학생 사이에서
현 한국 아이돌 그룹 같은 가수는 별로 인기있는 타입이 아닙니다.
한국 또는 일본에서야 백스트릿보이즈/엔싱크 이런 가수들이
플래티넘히트를 치지만 미국 현지에선 남성 아이돌 그룹은
초/중등 여학생들을 타겟으로 하지요.
학교에서 백스트릿보이즈의 곡이라도 흥얼거리면
그거 백스트릿보이즈냐며 놀림감이 되기 일쑤입니다.
그나마 개방적이라는 미국도 알고보면 참 편견이 심한거 같아요.
재범군은 미국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기있는 아이였어요.
또래 사이에서 나름 유명한 b-boy 크루를 결성하여 메인 멤버로 활동하고 있었고
점심시간 식당에선 재범 군 주위로 항상 아이들이 몰렸지요.
잘 노는 아이였고 물론 끼도 있었고요.
제가 알기론 재범군은 이모님의 추천으로 JYP 오디션에 응모한걸로 알고있습니다.
썩히기 아까운 재능이었으니까요.
재범군도 자신의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에 응했을테고
합격한지 얼마 후 한국으로 떠났지요.
한국에서 학교도 안 다녀보았으니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고
한국의 또래들과는 문화 코드조차 안맞으니, 말이 통할리 없고
게다가 한창 웃고 떠들며 쇼핑도 하고 친구들과 몰래 맥주도 사마시고
그럴 나이에 새장 속 새마냥 연습실에 틀어박혀 지겹도록 트레이닝만 받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었을거에요.
게다가 헐렁한 셔츠에 흘러내리는 바지를 입고 브레이크댄스를 추며
랩을 하며 남자애들과 왁자지껄 떠드는걸 좋아하는 아이가
순식간에 자기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배척받는 보이밴드 모방형 그룹에 배치되어버렸으니 상실감도 컸겠지요.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자면 미국 전역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살던, 그리고 재범 군이 살던 시애틀에선 지금 현 한국 아이돌들의 옷차림이며
눈가에 스모키화장이니 이런것들 전부 동성애자 같다며 절대 꿈도 못 꿀 스타일이에요
스스로를 갱스터로 분류하며 (한국의 일진의 개념이지요.) 거칠고 활동적인 면모로
포장하는 아이들에겐 (재범군도 이 쪽에 가까웠던거같아요) 눈가에 짙은 화장,
다듬은 눈썹, 짝 달라붙는 바지는 어색하다 라는 표현만으로는 좀 부족했을테지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던 당시,
한창 모든게 겪어보고싶은 고등학생의 나이에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친구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불평하는게
그렇게 큰 죄가 되는건가요?
여러분이라면 잘나가는 현재를 전부 한순간에 버리고
5년 가까이 말도 안 통하는 어디 먼 땅에 혼자 떨어져서는
그 상황을 즐기며 만족할 수 있을까요?
재범군이 한국을 여러분 생각마냥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미국 국적을 지니고 돈을 벌어들인다한들
그건 모든 걸 포기하고 새로운 시작을 견뎌낸 용기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요?
요즘 올라오는 글들 중, 어이없게도 짧은 영어 실력에
상상력까지 덧붙여 재범군을 아주 매국노마냥 몰아세우는 분들마저 계시더군요.
일단 공적인 파급력이 있는 글이 아닌 친구와의 사적인 대화를 물고늘어지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싶고,
더군다나 제게는 그 당시 재범군의 글들이 한국을 향한 증오와 혐오로 읽히기보다는
데뷔 전 힘들었을 적 마음고생의 격한 표현으로 들릴 뿐이네요.
한국에 첫 발을 내딛고 낯선환경을 겨우 극복하고 이제 겨우 시작점에 선
한 사람을 네티즌들의 비난일색으로 매장시켜 미국으로 돌려보내곤
평생 한국을 싫어하게 만들 셈인가요.
2PM 재범군의 팬은 아니지만, 시에틀의 JAY PARK의 친구로써
너무 안타깝습니다.
탈퇴라니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보내버리기 아까운 사람입니다.
제발, 네티즌 분들,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꿈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바닥에서부터 다시 달려온 한 사람을
이렇게 허망하게 짓밟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