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대신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쓰는 여고생입니다
정말 이런집이 있으신지요
어릴 때는 우리 집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커가면서 이건 뭔가 잘 못 된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우선 아빠는 1남 2녀중 장남이십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엄마가 결혼하시고 저 낳고 3년 뒤 돌아가셨고
또 할머니께서 요새 강남 엄마들 만큼의 교육관을 가지신 덕분에
3남매 정말 악바리 처럼 키우셨습니다.
칠순을 넘기시면서 암 때문에 수술을 두차례 받으셔 지금은
몸이 별로 좋지 않으십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빠는 할머니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십니다.
할머니 아프시기전에도 그랬고, 할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런 탓에 우리 집은 제가 7살 때부터 2주에 한번은 할머니댁에 갑니다
물론 고모들도 자주 보구요.
엄마랑 아빠랑 평소에 사이가 괜찮으신데 명절 때만 되면
서로 예민해져 날카롭기 일숩니다.
저와 초등학생인 제 여동생은 눈치껏 행동하지요.
이상한건 우리 집은 명절 때가 되면 항상 늘! 꼬박꼬박
친할머니댁에 가서 잔다는 것이지요.
차를 타고 몇시간, 기차타고 몇시간, 버스 타고 몇시간 먼 그런 시골이 아닌
차타고 20분이면 가는 동네인데 말이지요.
참고로 우리 집은 강남이고 할머니댁은 분당입니다.
고모들도 할머니댁에서 10분 20분 거리에 사시구요.
추석 하루 전날 식구들 일찍 할머니댁에가서
아프신 할머니는 쉬시고,
엄마 혼자 부엌에서 제사 음식이며 상 차리십니다.
할머니댁에서 저녁 먹고 우리 식구들은 거기서 잠을 잡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집이 불과 20분 거린데요!!!!
지하철 타고도 25분 걸립니다ㅡㅡ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할아버지 제사를 지냅니다.
한 9시 쯤 되면 고모들과 사촌들이 오지요.
말하자면 고모들은 시댁가서 아침 제사 지내고 9시면 친정으로 온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우리 엄마는요?
엄마는 친정에도 못가시고 오시는 손님들(그래봤자 고모네 식구들)
맞이하고 음식차리고
또 아빠랑 고모부들이랑 밤에 술이 꽐라 될때까지 마신뒤
밤 12시가 넘어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결국 엄마는 친정에 갈 시간도 여유도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18년을 살았습니다.
이번 추석 때는 아빠께 엄마가 그랬습니다.
추석 전날 애들이랑 자고나서 추석 날 당일에는 제사 지내고
점심만 차려드리고 나오겠다. 나도 내 부모가 있고
우리 부모님도 늙으셨고 아프시니 모셔야겠다.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 같이 먹겠으니 당신도 꼭 참석해라.
(참고로 이모와 삼촌들은 모두 서울에 계셔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시골에서 올라오십니다)
아빠는 알았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대망의 어제.. 저와 제 동생은 오후 늦게
할머니 댁으로 갔습니다. 물론 자려구요.
저도 아빠한테 그랬습니다.
고모네 아들들, 사촌들도 친할머니댁에가서 자냐고 물어보라고.
엄청 먼 거리에 있는 시골도 아니고 집에서 20분 거린데
왜 꼭 자야하냐고.. 내일 아침에 일찍 제사 지내러 가면 안돼냐고
안됀답니다 무조건 자야 한답니다. 그 사촌들은 공부하는데 넌 공부하냐고 그러십니다
대체 공부하는거랑 추석 때 할머니 집에서 자는거랑 무슨 상관인지요.. 휴
아무튼 할머니 댁에 가서 저녁 그럭저럭 먹고 있는데 엄마가 할머니한테 그러셨습니다
내일 제사 지내고 점심 먹고 친정식구들 올라왔으니 모시고 저녁 대접할꺼라구요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묻습니다
사돈 댁 언제 올라오셨느냐
엄마가 어제요 했더니 할머니께서 그럼 어제 만나지 그랬느냐
또 엄마가 어제 밤 늦게 오셔서 못 뵜어요 했더니
할머니께서 그럼 내일 모레(추석 다음 날)만나라. 추석날 손님들도 많이 오는데
니가 가면 어떡하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어머니 저 섭섭해요 저 18년동안 한번도 명절때
친정식구들 본 적 없고 이번에 처음으로 뵙는건데
또 손님들이라고 해봤자 아가씨들 밖에 없는데,(고모들)
아가씨들 자주 안보는 것도 아니고 한달에 한번은 보는데..
했더니 할머니께서 정말 노발대발하셨습니다.
이년아 이 샹년아 니가 감히 어쩌고 하면서 욕을 막 하시더라구요
저는 그때 방에 동생이랑 있었습니다
엄마가 저를 부르시면서 나오라고 집에 가자고 하시곤 혼자 나가셨습니다
밖에 나가서 보니까 엄마가 핸드폰도 제대로 안챙겨 나가셨고
걱정되길래 따라 나갔습니다
차 빼곤 동생이랑 저랑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저는 우선 할머니댁에서 자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아침에 다큰 처자가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있는거 남자 사촌들한테 보여주는거 너어어무 싫어서요)
아빠한텐 내일 제사 시간에 맞춰 오겠다 하구요..
아빠한테 그랬습니다
아빠는 아들 없어서 후회할거라고.
아빠가 지금 나나 동생한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한다고.
이렇게 엄마 친정 안보내주고 계속 시댁에서 명절 때마다 보내면
이게 당연한건줄 안다고.
나도 결혼해서 내 남편이랑 시모가 친정 안보내줘서
명절 때 코 빼기도 안비추고 그렇게 살았음 좋겠냐고
아빠 외롭게 늙어 죽었음 좋겠냐고 했습니다
이렇게 또 한번의 대명절인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아 정말 명절 너무 싫습니다
남들은 뭐 연휴라서 맛난거 많이 먹고 식구들 얼굴 본다고 좋아라 한다는데
전 정말 너무 싫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집인가요.. 아빠가 너무 하신거 아닌가요..
네이트 판 여러분들의 조언과 대체 이게 맞는 건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