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시어머니랑 전화 끊고 너무 웃겨서 데굴데굴 구르다가 이렇게 판을 쓰네요
결혼한지 쫌 된 헌댁입니다. 영국 남자랑 결혼해서 영국에서 살고 있구요
아직 아이는 없어요. 제가 공부 중이고 남편도 곧 박사과정이 끝나는 중요한 시기라
아이는 나중에 낳기로 했지요.
저희는 결혼해서 첫 몇해는 한국에서 살았는데요 우리 신랑이 한국 음식도 너무
좋아하고 한국 사람도 좋아해서 오랜 유학 생활로 한국이라는 나라와 많이 떨어져서
살았던 저한테까지도 나는 한국 사람이다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기간이였
어요. 아이러니지만, 외국인인 남편을 통해 자아정체감을 찾았다랄까? ^^;;
아무튼간 신랑이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보니, 한국에서는 잘 못느꼈었는데
영국에 와서 살다보니 눈에 가끔 띄는 '한국적'인 행동을 하더군요. 아니 좀더 구체적
으로 '한국 남자적'인 행동이지요. 아니면 우리 아빠같은 행동이라고 해야하나..
예를 들어, 물론 저도 공부 핑계로 일을 안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가사일은 제가 하지
만, 남편이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 처리는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도 안쓰러워
최대한 남편 편의를 봐주려고 화장실도 대충 제가 치워놓고 쓰레기도 다 따로 묶어서
남편은 들고 나가기만 할 수 있게 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이젠 제가 봐주는
편의에 너무 익숙해졌나봐요. 쓰레기가 안묶여져있으면 코 잔뜩 찡그리고 혼자 별
난리를 다 치면서 쓰레기를 묶네요. 거의 쇼 수준으로 엄살을 피워요. 뭐 쓰레기 처리
하나 안도와주는 저희 아빠를 비롯한 다른 한국 남자들에 비하면 그래도 뭐 양호하다
지만, 시엄마를 공부처럼 모셔주시는 시아버지를 보면.. 아니, 아들은 아빠 닮는다는
데 저 놈은 왜 저래 싶기도 하고.. ㅎㅎ
오늘은 시어머니랑 잠깐 통화했습니다. 제가 요즘 시험 기간이라 너무 바빠서 거의
통화도 못하고 문자도 안하고 지냈는데 어머니가 전화하셨더라구요. 살아는 있냐고..
저랑 통화하다가 남편이 전화를 뺏더니 자기 엄마한테 요즘 제가 너무 바빠서 자기
밥도 안해준다고 이러쿵 저러쿵 투덜거리지 뭐에요? 저는 너무 기가 막혀서...
아니 그래요, 내가 바빠서 한 이주는 그냥 테이크어웨이 사다가 먹은 것 같네요. 근데
집에 다 재료있는데 자기가 만들어 먹으면 되지 그거 귀찮아서 테이크어웨이 사다
먹어놓고 왜 불평이래요?
그렇게 남편이 주저리주저리 떠드는데 갑자기 말을 멈추더라구요. 들으니까 시어머
니가 뭐라뭐라 하세요. 한참을 듣고 있더니 저한테 바꿔주더라구요.
시어머니가 말씀하시길, 다음에 바빠서 밥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테이크어웨이도
못먹게 하고 굶기라고 하시네요. ㅋㅋㅋ 더불어 충고해주시길, 제가 음식을 했으면
설겆이는 남편을 꼭 시키래요. 당장은 못한다해도 아침이라도 꼭 하게하래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남편을 봤더니 남편이 아무렇지도 않은척, 신문만 보고 있네요.
물어봤죠. 어머니가 뭐라시더냐고. 그러니까 하는 말이..
'She asked me if I know how to use cookers and where the veggies are, and I said yes,
Then she asked me if I have problems with all the limbs so I said no. Then she asked
if I make enough money to dine out everyday and I said no. That's it.'
결국 시어머니 말씀에 정신을 차린거죠. ㅋ 지도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웃겼던지
안되는 한국말로 '내가 한국이니까, 자기가 밥 줘야지!' - 해석: 내가 한국 사람이니까
자기가 밥 해줘야지 하더라구요
저는 너무 웃겼는데.. 이렇게 써놓으니 별로 재미가 없는 듯. ㅎㅎ
뭐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