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슈나우저 한마리가 휙~ 지나가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동물, 특히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주인 없이 혼자서 찻길에서 돌아다니고 있더라구요.
오늘 그 슈나우저 강아지를 보니 예전에 저도 개 기르다가 잃어버린적이 있어서
(다시 찾긴했지만) 주인을 꼭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털도 깨끗하고 얼굴도 상당히 예쁘게 생긴것이 주인이 버렸을것 같지는 않았구요.
배가 고플것 같아 동네 편의점에서 소세지를 몇개 사다줬더니 엄청 배고팠는지
허겁지겁 먹어치우더군요.
마음같아서는 제가 이 개를 기르면 좋겠지만
저희집에는 지금 백내장으로 앞도 못보고 여기 저기 아픈 개가 있어서 데려다 기를수가 없는
상황이라서..게다가 저희 개가 질투가 엄청 심해서 다른 개가 집에 오면 하루 종일 짖고 그래서
안그래도 아픈 앤데 스트레스 받아서 악화 될까봐....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남자 친구한테 하루만 강아지를 돌봐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러면 내일 날 밝는대로 개를 돌봐줄수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보겠다고요...
근데 저희 남자친구는 개를 별로 안좋아해요. 남자친구들 가족도 아마 그런것 같구요..
그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밤 12시가 다되가는데 인근에 늦은 시간까지 하는 동물 병원도 없고
저희 집은 개를 데려갈 상황도 안되고...
사귀면서 애절하게 이런 부탁해보기도 처음이었고, 평상시 제게는 너무 착하던 남자 친구였었고,
한번도 싸운적이 없었죠.. 제가 식은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어찌할바를 몰라하면서
부탁했는데 웃으면서 안된다고 거절하더군요...
다시 한번 하루만이라도 돌봐달라고 하니까 절대 안된다고 완고하게 말하더라구요..
물론 저도 개 한테 관심없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개를 집에 들이는거 싫어하는거 저도 압니다.
하지만.. 입장바꿔 제가 남친이었다면 내 여자친구가 길잃은 불쌍한 강아지 도와주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는데 생각도 안해보고 단칼에 안된다고 하니 서운한 생각이 드는건 사실이었어요...
그렇다고 남자친구 표정이 자기도 정말 저를 도와주고 싶은데 상황이 안되서 안타까워 하는 표정이 아니라 너무나도 시큰둥한 표정이더라구요. 개 한마리 때문에 왜 저러냐는 듯한 표정...
그동안 저에게 보여왔던 모습은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어찌되었든 저는 그 개를 버리고 올수가 없어서 엄마한테 욕먹어 가면 겨우겨우 집에 데리고 왔으나
역시 제 예상대로 저희 개도 낯선 개의 냄새를 맡고는 계속 짖고 새로온 개도 낯선곳에서 불편한지
엄청 낑낑거리고 저희 부모님이 저희 개 짖는 소리에 동네에서 항의 들어온다고
당장 동네 파출소에 데려다 주라고 하시더라구요.
제가봐도 개 두마리가 엉켜서 아수라장이 되가는것을 보니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자친구한테 다시 전화를 했죠.
제가 개를 안고서 운전할수가 없어서 남친보고 데릴러 와달라고 한거에요.
목소리가 좀 귀찮아 하는듯 했지만.. 쨌든 남자친구 차를 타고 파출소에 갔어요.
그리고 경찰 아저씨들께 자초 지정을 설명했죠.
처음엔 자기네들도 방법이 없다고 귀찮아 하시는듯 하면서
동물병원으로 보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거기가서 아마 몇일내로 주인 못찾으면 안락사 시킨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ㅠ.ㅠ
그래서 제가 동물병원에는 못보낸다고 울먹거리며 말씀드리니,
한 아저씨께서 남의 개 도와주려는 제 모습을 보고 살짝 감동을 받으셨는지..
그리고 개가 이쁘게 생겨서 나중에 보시고는 마음이 변하신 걸지도...ㅋㅋㅋ
날이 밝는대로 동사무소에 주인이 찾으러 올수도 있으니 신고해주겠다고 맡기고 가라고 하시더군
요.. 막막하던 상황에 그 말씀 한마디가 어찌나 고맙던지...
그래서 몇일 시간 벌면 원래 주인 못찾더라도 분양해갈 새로운 주인을 찾아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더라구요.
그런데 아저씨께서 개를 묶어둘 줄이 없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그냥 두면 어디론가 또 사라져버릴것 같다고요..
그래서 제가 근처 대형 마트는 늦게까지 하는데 있으니까 개목걸이를 사다 드린다고 하고는 나왔어요.
남친보고 근처 이마트에 가달라고 했는데 개 목걸이 사러 파출소 가는것도 모잘라 개줄 사러
이마트까지 가자고 하니까 상당히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더라구요...ㅡ.ㅡ
저도 밤늦은 시간에 피곤할텐데 부탁하는게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서 제가 물었죠.. 제가 이런 행동하는게 너무 유별나 보이냐고요..
그랬더니 사실 자기 입장으로서는 이해가 잘 안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빠같으면 어떻게 했을거 같냐고 물으니 그냥 원래 있던 자리에 놓고 왔으면 주인이 찾으러 왔을수도 있지않냐고 하더군요.. 물론 저도 그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그러다가 찾길에서 차에 치기라도 하면 어떻하냐고 했더니...
" 그런던 말던 그게 너랑 뭔 상관이야?" 라고 말하더군요...........
솔직히 저로써는 좀 충격이었습니다. 평상시 제게 보인 모습이 혹시 저한테 잘보이기 위해서
꾸며낸 모습들은 아니었을지..? 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러면서 이러더라구요..
" 지금 거리에도 자식들한테 버림받아서 보살핌 못받는 노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라구요..
물론 중요하기로 따지면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눈앞에 주인 잃고 떠돌아 다니는 강아지를 일부러 다시 버린다는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조금만 도움의 손길을 주면 강아지는 금방 주인을 찾을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처음 그 슈나우저를 봤을때 주인 잃고 차들속에서 정신 없이 헤매느라 겁에 질려있었어요.
제가 손뼉 치면서 이리 오라고 하니까 경계도 않하고 얼른 오더라구요.
앉으라고 하니까 훈련도 잘됐는지 앉구요..사랑도 엄청 많이 받고 자란 개 같던데...
한번 주인 잃고 헤매다가 제가 먹을거 주면서 잘해주니까 저한테서 안떨어 질려고 하더라구요.
그런 모습을 남자 친구가 옆에서 쭉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그냥 못본척하고 다시 버리고 가라니...
좀 더 심하게 말하면 남자친구한테 실망한걸 지나 순간 정이 뚝 떨어지더군요.
어쨌든 이마트에서 만원 주고 목줄 사가지고 나와서 다시 파출소에 들려서 목에 줄을 매주고 있는데 아저씨들이 저한테 그러시더군요.
요즘 세상에 학생같은 사람 참 오랜만에 본다고... 강아지 안맡아 줄래다가 학생 하는 행동이
착해서 강아지 봐주는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전 제가 착한게 아니라 동물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한 아저씨께서 강아지 주인이 강아지 찾으러 왔다고 하시더라구요.
깜짝 놀래서 아저씨들이랑 주인한테 갔더니
할머니 한분이 계시더라구요. 할머니 말씀인즉슨..
할머니 따님이 애지중지 기르는 강아지인데 오늘 딸이 지방에 내려가서
강아지랑 집을 봐줄 사람이 없어서 가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슈나우저가 한눈 파는 사이에 현관문으로 어떻게 빠져나갔나봐요.
개 잃어 버린걸 알고서 딸이 난리가 나니까 할머니도 가슴이 덜컹해서
계속 2시간째 개를 찾고 계셨데요.
그러면서 집에서 가져오신 쪽지를 보여주시는데 따님 연락처와 주소 그리고......
그밑에 강아지를 찾아주시는 분께 사례금 500만원.....ㅡ.ㅡ....
그 쪽지 읽고 저와 경찰 아저씨 모두들 허걱 놀랬습니다...
아마도 그 강아지를 자식처럼 정말 이쁘게 키우는 분이셨나봐요...
어찌됐던 저는 뭐 돈을 바라고 그 개를 찾아준건 아니니까 돈은 받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럼 내일 딸한테 전해서 고맙다라는 인사라도 하게 연락처라도 꼭 남겨놓고 가라고
하도 그러시는 바람에 연락처만 적어두고 왔는데 좀전에 그 강아지 주인되시는 분께
문자가 왔더군요..
"저희 소중한 강아지 찾아 주셔서 너무나 고맙고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 전화 못드리고 내일 전화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다시 한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라고요...
그 문자를 보니 그분한테는 너무나 소중한 강아지인데 찾아드리길 정말 잘했다는 뿌듯함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그런 와중에 한편으로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되네요...
제가 너무 민감한건지... 별거 아닌거에 제가 유난스럽게 생각하는건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지네요... 그냥... 남자친구의 이런 모습을 처음봐서 당황해서
제가 이러는것 같기도 한데...
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남친 때문에 씁쓸해요... 휴.........
그냥 여러분들 얘기를 듣고 싶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완견 기르는 모든 분들께 감히 부탁 하나만 드리고 싶네요.
강아지를 입양하실때는 꼭 끝까지 기르겠다는 책임 의식하에 기르시길 정말 부탁드려요.
물론 오늘 이 주인 분은 버리신게 아니라 잃어버리신거라 이분과는 상관없는 얘기이구요...
그냥 요즘 오며가며 유기견들을 종종 보게되어서 동물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참으로 마음이 아파서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입양하실때 새로운 강아지를 구입하는것도 좋지만
유기견 센터에 가면 예쁘고 순한 강아지들도 많이 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조금 있으시다면
그런 불쌍한 강아지들 거둬주시는 것도 동물 사랑 실천의 좋은 방법일것 같네요.
글이 너무 길었네요. 그럼 저는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