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아부지가 여중생에게 빼빼로를 받았습니다

안녕빼빼로 |2009.11.12 03:23
조회 4,133 |추천 13

 

 

 

안녕하세요, 요즘 백수가 되는 바람에 네이트에 올라오는 톡을

빠짐없이 정독하고 있는 24살 여자네요, 네 전 일단 여잡니다 ;;

 

제목이 참 불륜스러워 보이지만 설마 그럴리는 없구요 ㅋㅋㅋ/

 

저희 아부지의 직업은 버스 기사이십니다.

 

5년 전 쯤에 그러니까 제가 20살이 되려던 그 해에 아부지 동료들이

 

하나 둘 씩 짤리는 게 보기 거북하셔서 S모 기업에서 당당히 자리를 박차고

 

나오셨다가 엄마한테 무지 욕 드셨던 저희 아부지 ㅠㅠㅠㅠㅠㅠㅠ

 

전 그 때 이제 집이 쫄딱 망하겠구나 해서 사춘기 때도 안 해본 아부지 원망을

 

어찌나 했던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럽죠 ㅠ 무튼

 

저희 아부지 그렇게 여러가지 일 알아보러 다니시다가 버스기사가 좋겠다 싶으셨는데

 

그게 또 대형트럭 경력 1년 이상이 아니면 안 된다고 그래서

 

2년 동안 대형트럭 열심히 운전하셔서 이제 버스기사 되신지 3개월 정도 됐네요//

 

 

 

제가 백수가 되어서 이주일에 한 번씩 집에 내려와서 뒹굴뒹굴 댑니다 ㅋㅋㅋㅋ

 

근데 오늘 아부지가 저녁 때 쯤에 갑자기 전화하셔서는 통닭 시켜놔 먹고 싶다,

 

라고 하셔서 눈물을 머금고 제 돈으로 통닭을 시켜놨습니다, 정말 울 뻔 했어요 ㅋㅋㅋ

 

백수가 되었으니까요

 

 

무튼 새벽 1시에 집에 오시는 아부지를 통닭시켜놓고 11시부터 기다리면서

 

아부지 빨리 오세요 통닭 식어요♥ 이런 문자를 오 분에 하나씩 날렸습니다 ㅋㅋㅋㅋ

 

 

드디어 현관문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

 

아부지가 정확히 1시 7분쯤 도착하셨습니다

 

저희 집에 개미가 많아서 통닭을 끌어안고 컴퓨터를 하던 저는 냉큼 달려 나가

 

아부지 오셨어요 통닭님이 많이 식으셨어요, 요따구 맨트를 애교랍시고 날리면서

 

상을 펴고 있는데 그 상 위로 아부지가 뭘 툭, 던지시는 겁니다, 헉 화나셨나

 

내가 아부지보다 통닭을 더 좋아해서?!!!

 

하지만 그거슨 아주아주 커다란 하나의 빼빼로 였습니다, 하하, 아부지........

 

남친의 존재는 있지만 존재만 존재할 뿐 빼빼로 하나 못 받고 집에만 있었던

 

이 큰 딸래미를 불쌍히 여기사 이렇게 커다란 빼빼로를 하사하시는 구나

 

라는 생각에 갑자기 급 죄송해지며 눈물이 앞을 가리려던 순간

 

 

"여학생이 줬다."

 

 

이러시는 겁니다, 입이 귀까지 걸려서는 안 그래도 튀어나오려는 눈을

 

신나게 굴리시면서, 제가 아닌 빼빼로를 빤히 쳐다보시더군요!!!

 

웬 여학생인가 아부지 이제 돈 좀 만지신다고 원조교제를 하시는 겁니까?!!

 

라는 생각은 당연히 안 했구요, 무튼 어리둥절했습니다, 여학생이 무슨 빼빼로?

 

아버지 말씀으로는

 

 

마지막 손님이 중학생 정도 되 보이는 교복 입은 여학생이었답니다// 귀여웠겠죠^^^

 

근데 갑자기 저 뒤에 앉아 있다가 앞으로 총총총 걸어 오더니 아저씨,

 

하고 머뭇머뭇 부르더랍니다, 그러더니 오늘 빼빼로 데이래요, 라면서 큼직한 빼빼로를

 

쑤욱 내밀더랍니다, 순간 당황하신 아부지는 어 그래 고맙다, 라고 하시면서

 

"그래, 학생은 빼빼로는 많이 받았어?"

 

라고 마치 저에게 말씀하시듯 물어보셨고 여학생은 대답하지 않았대요 ㅋㅋㅋㅋ

 

결국 많이 받았는지의 여부는 말해주지 않은채 내렸다던 그 여학생//

 

아부지는 너무 고마워서 계속 허허허허, 이러셨다는데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새벽에 혼자 버스 몰고 가면 참 외로운데, 이렇게 큰 버스에 혼자 있다는 게

 

조금은 무섭기도 하고, 근데 그 여학생이 같이 가주면서 빼빼로까지 주는 바람에

 

너무 고마웠는데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그냥 보내서 참 미안했다구요 ㅠㅠㅠ

 

 

이게 그 빼빼로 입니다, 딸랑 한 개라서 실망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와 아부지는 이 빼빼로가 정말 고마운 빼빼로에요^^^

 

초코맛과 딸기맛을 한번에 맛 볼 수 있는 센스만점 빼빼로네요//

 

놓고 찍을 데가 없어서 비루한 저의 방바닥에 놓고 찍어서 안 먹음직스럽지만요 ㅠㅠ

 

내일 엄마한테 자랑하신답니다, 근데 질투는 하겠냐?, 라며 ㅋㅋㅋㅋㅋㅋㅋ

 

 

 

 

 

 

무튼 아부지랑 저랑은 이런 일이 당연히 처음이었기 때문에 너무 흥분해서 한동안

 

그 여학생 교복은 어디꺼야?

 

몰라

 

나이는?

 

몰라!

 

이름은??

 

아, 몰라!!!

 

아빠가 좋대?

 

몰라.....//-//(정말 수줍어 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라는 대화를 즐겁게 나눴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그 여학생이 너무 고마웠답니다, 저는 하나밖에 없는 큰딸래미가

 

아부지 빼빼로 챙겨드릴 생각조차 못 하고 뒹굴대기만 했는데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여학생이, 피곤하신 아부지에게 빼빼로를

 

선물해줬다니 너무 고마운 거 있죠 ㅠㅠㅠㅠㅠㅠㅠ

 

너무 많이 받아서 생각난 김에 하나 준 거라도 고맙구요

 

새벽까지 운전하시는 버스기사 아저씨가 불쌍해서 준 거라도,

 

정말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그런 따뜻한 선물, 꿈에도 생각 못했으니까요//

 

 

저도 버스기사님들께 참 불만이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급출발에 급정거, 내리기도 전에 문 닫으시고, 정류장 그냥 지나가시고

 

그런 버스기사님들 참 많으시죠, 그리고 욕하시는 분들도 참 많으시구요/

 

전 내리기도 전에 닫히는 문에 완전 끼어서 팔뚝이 문모양 세로 모양으로

 

시꺼멓게!!! 멍든 적도 있었답니다 ㅠ

 

그 때 참 많이 욕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겠더라구요 ;;;;

 

요즘은 아부지께 틈 날 때마다 급 출발 급 정거 하지 마시라고, 노약자 앉을 때 까지

 

출발하지 말구, 정류장 꼼꼼하게 들렀다가 가고, 등등등 얘기해드리곤 해요//

 

그래도 저희 아부지 시작하신지 얼마 안되셔서 바짝 긴장하신 탓에

 

참 건전하게 버스 운전하고 계신답니다^^^

 

아침에는 경희대 아주대(맞나?) 생들과 직장인들을 위해 이비에스 영어방송도

 

틀어 주시구요, 전에는 어떤 학생이 주파수 물어보고 갔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 듣고 어찌나 아부지가 자랑스러웠던지^^^

 

그리고 병원이 많아서 할머니 할아버지들 많이 타시는 구역은 천천히 운전하시고/

 

딸이 팔불출이라 그런지 아부지 자랑하려면 끝도 없을 거 같네요 ㅋㅋㅋㅋㅋ

 

 

 

무튼 날이 어제는 따뜻했다가 오늘 또 갑자기 추워졌는데//

 

이렇게 따뜻한 빼빼로가 기분을 너무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그 여학생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이 하고 싶네요^^^

 

제가 쓴 글을 볼 지는 모르겠지만요, 본다면 말이죠

 

 

수원에서 11-1번 버스 운전하는 기사님께 빼빼로 데이날 빼빼로 주고 가신

 

여학생 승객님, 다시한번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학생 덕분에 맘이 따땄해졌어요//

 

 

오늘이 수능인데 수능 보시는 분들 수능 잘 보셨음 좋겠구요 ㅠ

 

이 글을 지금 보심 안 되겠죠ㅠ 자고 있어야 돼요//

 

무튼 제 톡은 여기서 끝! 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따뜻한 새벽 되세요^^^

 

 

 

 

추천수13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