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톡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기만 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읽기만 하던 제가 갑자기 글을 쓰게 된건 얼마전에 겪은 소개팅 사건때문 입니다.
소개팅이면 소개팅이지 웬 사건이냐구요?
저에겐 나름 충격적인 2시간 이었기 때문이져~~
가끔 남자분들의 배경이나 외모를 가장 큰 비중을 두고 결혼을 결정하는 속물 근성의
여성분들을 질책하는 글들을 보고, 남자들도 만만 찮을텐데....하는 생각과
혹시 나도 그러는거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을 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직접 그런 일을 겪으니까, 대단히 기분이 묘합니다.
저는 30대 초반여성입니다.
평범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약 10여년 직장생활을 했죠..
사실 저희 집은 아버지 혼자 사회생활 하시며 저희 형제들 대학공부에, 식구들 생계를
책임지셨기 때문에 정말 하루하루 빠듯하게 생활했습니다.
어머니를 비롯해 형제들 모두 근검절약과, 돈을 함부로 쓰면 안된다는 강박아닌 강박에
스트레스를 받은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중산층 이하 대부분이 같겠지만요....)
저는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저축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간간히 집안 세간살이도 바꿔 들이고, 동생 대학등록금도 보태고, 집 넓혀서 이사갈때
조금 보태드리기도 하구요.... 저희 사정을 가까이서 보신 친척분들은
진정한 살림 밑천이라고 칭찬도 해주셨죠...
그러다 보니 10년후 제가 벌어들인 것에 비해 남은 저축량이 그리 많지 않은것을 보고
저도 사람이다 보니 꽤나 큰 공허함도 생기더군요...
남은 저축량이 약간 넉넉하게 해갈수 있는 혼수자금 정도라면 가늠이 되실까요?
그래서 이걸 그냥 들고 결혼자금을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결혼 해서도
계속 일을 하려면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 등록금이 정말 어마어마 하더군요.....일년에 두번씩 목돈이 퍽!퍽!
나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순간순간 괜한짓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기도 수차례였습니다.
사실 저는 결혼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적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독신주의는 아니었구요.,... 막연히 언젠가는 가게 되겠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연애 무경험자는 아닙니다. ㅎㅎㅎㅎㅎ
올해들어 제 주변 어른들의 걱정이 높아지면서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해 보게 되었구요.... 20대도 아니니 괜히 주변에 부담을 주느니 차라리 결혼 정보회사에 등록해서
소개를 받아보란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님 친구분이 괜찮은 사람 있으니 한번 만나보라고 하십니다.
저보다 2살연상인(30대 중반이져~) 평범한 직장인에 장남이고, 평범한 가정이라고 합니다. 저희집도 매우 평범하거나 보는 시각에 따라 그 이하가 될수도 있고, 제가 가진
저축도 학비며 이차저차 해서 많이 소진된 상태고, 크게 가진거 없는 상황이라,
남자쪽 배경은 너무 많이 비중을 두지 않고, 그냥 성격 활발하고(제가좀 소심한 편이라..) 당장의 연봉이 많지 않아도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면 저랑 함께 갈수 있겠다고 전했습니다. 화목한 가정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구요...
어차피 요새 외아들 많으니 장남, 차남 상관없다 했구요...
외모는 아주 비호감만 아니면 되고, 키는 나름 바램으로 170cm만 넘으면 좋겠다고 했구요....(170cm 이하인 분들을 비하하는거 아님..단지 저의 바람이죠 ^^ )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하는건, 성격하고, 생활의지입니다.
드디어 소개팅을 가장한 맞선 당일입니다.
외모는 평범했습니다. 키는 정말로 170cm 정도 되는거 같았구요...
직업은 작은 전기 설비 업체에 다니고 있고, 회사 다니며 야간 대학에 몇가지
자격증 공부도 하고 있는 평범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남자분이었습니다.
일단 외모가 크게 비호감도 아니고, 직업도 평범하고 해서 약간 안심하고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한모금 하고 난 후에 계속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죠..
첫마디에 "대학원 다니신다면서요? 와~~ 부럽네요...그럼 지금 하시는 일은?."
저의 대답은 지금은 회사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약간씩 하며, 학교 다니고있다고 했더니, 그 남자분 눈을 몇번 깜빡이더니, "그럼 벌어놓은거 전부 학비로 나갔겠네요?"
라고 말하더라구요....꼭 그런건 아니지만, 초면에 시시콜콜 얘기하기도 뭐하고
그자리에서 결혼을 결정하는 자리도 아닌데, 학위 받고 강의 나갈꺼고, 어쩌고 저쩌고
얘기하기도 싫어서 그냥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남자분 그후로 대놓고, 요새 혼자 벌어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 지금 자기도 회사 오래 다닐려고 안간힘 쓴다, 그럼 혹시 박사과정도 할꺼냐, 학비는 집에서 좀 보태주냐, 결혼후 맞벌이 생각은 있냐....
뭐 이런 아주 극히 현실적인 부분을 대놓고 물어보더라구요..그것도 초면에요..T.T
저는 너무 불쾌해지기 시작하고, 에이~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저도 차근히 얘기해 나갔죠....박사과정은 생각해보고 여력이 되면, 해볼 생각이다, 맞벌이는 결혼후 자식을
낳지 않을꺼면 열심히 해볼 생각이 있다. 그러나 아이 여기저기 맡기고 무리할 생각은 없다. 저축했던거 학비로 모두 들어갔다, 우리집에서 한몫 떼어줄 여력 전혀 없다. 등등
진심반 오버 반으로 충실히 답변을 했더니, 그 남자분 그 이후로 말수 줄어들고
썰렁하게 커피만 홀짝 대다가 간신히 한시간 채우고 뒤도 안돌아 보고 헤어졌습니다.
진짜 소개해주신 어른 체면 생각해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것도 너무 짜증이 났습니다.
너무 화가나고, 그동안 열심히 산 세월이 부질없는게 아니었는가 하는 헛생각도 하며
친구한테 하소연 했더니, 친구가 씁쓸하게 요즘 살기가 다들 빠듯하니까
여자건 남자건 사람보다는 현실적인 능력이나 부모님 재산 등등 금전을 많이 따지는게 사실이라며 노처녀 사회의 결혼 계율중 하나가, 돈없고 외모안되는 여자는 구속감이라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친구한테 하소연 하다가 더 짜증 났습니다. 지금은 한 열흘쯤 지나서 조금 괜찮아 졌는데요.... 그동안 분이 안풀려서 멍하니 있었습니다.
진짜 결혼은 포기하고, 쿨하니 혼자 사는게 상책일까요?
다양한 반응이 나올것 같아서 궁금하기도 하고, 겁도 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무 심한 말은 하지 말아 주시고요....제가 어찌 처신하는게 좋을지 조언해 주신다면
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