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만난것은 작년 여름의 일 이었다.
6월 18일 그날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평소에 나는 약수터를 자주 찾는 편은 아니다. 집근처에 약수터가 있는것도 아니거니와, 약수터가 인체에 좋다는 말을 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며, 물질문명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는 편의점에서 파는 삼다수면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 약수터를 찾은 이유는 그저 근처를 걸어가다가 목마름을 느껴 약수터를 찾게 된 것이었다.
약수터에는 이미 많은 근처 동네 주민들이 줄을 서서 물을 길러 온 상태였었다. 각종 형태의 20리터 30리터 정도 되어보이는 물탱크와, 작게는 1.5리터 PET병. 그리고 간혹가다 주전자를 들고나온 사람들 까지.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볼 수 있었다.
어느 노부께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물 마실라고? 먼저 마셔'
반말이라 조금은 빈정이 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노부는 처음 보는 나에게 친절함을 배풀어준 분이었다.
물을 한모금 마시고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나를 응시하는 것을 보았다.
암묵적인 시위를 하는듯이 그들의 표정에서는 한결같이 '빨리 쳐먹고 꺼져' 라고 쓰여 있는 듯 하였으나, 노부의 얼굴은 그저 해맑기만 하였다.
염치불구하고 물을 한모금 더 추기고 갈증을 한결 해소한 후에야 뒷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었다. 그때 약수터 옆쪽에서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을 들을 수 있었다.
'쉐쉐섹!'
분명히도 이것은 줄넘기가 8성에 다다러야 시전할 수 있다는 쌩쌩이의 소리가 분명했다.
나는 소리의 출처를 찾아 기를 집중시켜 소리의 발생지를 오로지 감으로 찾아갔다.
그곳에는 생각외의 가냘픈 한 소녀가 쌩쌩이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가 몇번의 연속 쌩쌩이를 할 수 있는지 세어보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그녀는 연속적으로 많은 수의 쌩쌩이를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을 보니 내심 조금은 실망스러운 감이 들었다.. 그리곤 뒤돌아 서서 가려던 찰나에..갑자기 둔탁한 무엇인가가 땅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동물적 감각으로 몸을 180도 뒤틀어 뒤돌아 보았더니.
놀랍게고 그것은 3Kg 정도로 보이는 모래주머니였던 것이다...!!!
그녀는 가냘픈 몸으로 무려 양쪽 도합 6Kg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달고, 쌩쌩이를 시전한 것이었다. 그것을보니 내면에 존재하던 파이터의 승부본능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짝짝짝...'
나는 그녀에게 존경의 박수를 쳐주었다. 나의 인기척을 숨기고 있던 터라 그녀는 그동안 내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박수를 쳤을때 비로소 나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뉘신지...'
나는 흐뭇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녀에게 너그럽게 말했다.
'줄넘기좀 줘볼래? 나도 한번 해보자.'
나의 너그러운 웃음이 먹혔는지 그녀는 풉 하고 웃음짓더니 경계를 풀고는 나에게 줄넘기를 넘겨 주었다. 손잡이 부분으로 넘겨주는 것을 보니 가정교육이 제대로된 집안의 규수인듯 했다.
나는 불편한 청바지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의 기를 끌어모아. 줄넘기 12성에 도달해야만 할 수 있다는 3단 쌩쌩이를 시전하려 하였다.
발목의 근육에 젖산이 분비되는 것을 느끼며 나의 뇌하수체가 지금이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나는 전광석화와 같이 땅을 박차고올라. 벼락과같은 속도로 양팔을 휘젓고 있었다.
난이도 9.5 기술의 1080도 회전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나는 그것을 일회에 그치지 않고. 한국줄넘기협회(KRA)에서 권장하는 15회 한세트간을 운신하였다.
그녀의 눈은 휘둥그래져 황소눈알만해져 있었다. 분명히도 그녀의 인생사에 3회전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알았겠는가?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지 시전이 끝나고 몇초동안이고 멍한 듯 해 보였다.
'저...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하지만 그것은 곤란한 일 이었다. 나는 수제자를 삼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고. 하물며 여식을 제자로 받는 다는 것은 더더욱 곤란한 일 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여식을 제자로 삼지 않는다면, 성차별을 한다는 풍문이 돌거나, 페미니스트들로부터 테러를 당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유비무환이라 하지 않았는가!
결국 나는 그녀의 앙증맞은 스카이핸드폰에 나의 번호를 찍어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며, 문자하나를 보냈다.
[제목 - 옵빠가 밥사줄께 ^^]
[내용 - 한가할때 연락해 옵빠가 맛난거 사줄께 ㅎㅎ]
안타깝게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장은 오고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