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들은 게이와 달리 활동 영역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게이
는 종로3가나 이태원 등에서 주로 모인다고 알려진 반면, 레즈비언
커뮤니티는 유명한 특정 장소가 없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서울
홍대역 근처에 레즈비언들만 출입할 수 있는 ‘전용 클럽’ 4~5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현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 클럽에서 나와 어딘가로 향하는 레즈비언들. 00:00 100여명 여성 쌍쌍이… 예약 안하면 자리 없어
홍대앞 일반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P홀은 유난히 핑크색 간판이 눈
에 띄었다. 계단을 따라 지하 2층으로 내려가자, 입구에서 여직원들
이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뒤 손목에 핑크색 종이 끈을 묶어줬다. P
홀 입장표다.
P홀의 입장료는 1만원이다. 보통 오후 9시부터 예약을 받는데 예약
을 안 한 사람은 좌석 없이 서서 즐겨야 한다. 예약을 한 이들은
‘VIP룸’이라고 불리는 7~8개의 3인용 하얀 가죽 소재 소파에 앉을
수 있다.
자정이 넘었지만 500㎡(150평) 남짓한 클럽엔 약 100명의 여성들이
가득했다. 클럽 정중앙엔 춤을 추는 스테이지가 있었고, 한쪽 벽엔
매트리스 여러 개를 나란히 놓은 5~6m 크기의 하얀 ‘침대’도 있었
다. 침대 위엔 6~7명의 여성들이 눕거나 앉아 애정을 나누고 있었
다.
그녀들 틈에서 남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20대 후반에
긴 파마머리를 한 여자 주인에게 물었다. “남자는 입장 못한다고 하
지 않았나요?” 주인이 “당연히 입장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짧
은 커트머리에 스키니진을 입은 ‘여자’였다. 원래 사이즈보다 한 치
수 큰 헐렁한 셔츠를 입고 있었고, 압박붕대를 감았는지 가슴의 볼
륨이 전혀 없었다.
주인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처럼 입은 레즈비언을 남자 역할
을 하는 ‘부치(butch)’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여성 역할을 하는 레
즈비언은 ‘팸(femme)’이라고 불렀다.
01:00 “한눈에 반했어요” 합석 요구
스테이지 옆 바(BAR)에서 콜라 한 잔을 시키는데 한 여성이 다가왔
다. 160㎝ 정도 키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짧은 커트 머리의 젊은
여자였다. 그는 자신을 H여대 체육학과에 다니는 김모(20)씨라고
소개했다. 휴대전화 번호를 주고 김씨가 친구들 4~5명이 있는 자리
로 돌아갔다. 바로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김씨는 “한눈에 반했어
요” “애인 있어요?” “연하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의 문자를 5~6통
씩 보냈다.
그들의 자리에 다가가자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앞다퉈 자리를 내줬
다. “함께 있던 친구들은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인터넷 레즈비
언 클럽에서 만난 친구들인데, 모두 여자친구가 있다”며 “애인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어요?”라며 웃었다.
02:00 요란한 음악에 열기 후끈… 몇몇 커플은 모텔로
▲ 레즈비언 전용 ‘S 클럽’ 모습. 가수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가 흘러 나오자 날카로운 여자들의 함
성이 터져 나왔다. 춤을 추며 노골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커플들
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여자의 무릎 위에 여자가 앉아 귓속말
을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온 몸을 비비며 춤추는 모습, 한 손에는
맥주병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애인의 허리에 둘러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 모습 등 여느 홍대 클럽과 다를 게 없었다.
담배 냄새와 더운 공기가 가득한 클럽을 잠시 빠져 나왔다. 옆을 지
나던 한 쌍의 여성 커플이 말했다. “우리… 갈까?” “그래, 현금 뽑아
서 가자. 저번에 간 △△모텔은 신용카드가 안됐잖아.” 그들은 곧
클럽 뒤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술에 잔뜩 취해 출입문 벽에 기대어 진한 스킨십을 나누는 커플도
있었다. 10분 전까지 스테이지 위에서 격렬하게 춤을 추던 20대 흑
인 여성과 한국 여성 커플이었다. 그들도 서로 허리에 손을 얹고 다
정하게 뭔가를 속삭인 뒤 클럽 뒤 주택가 골목길로 사라졌다.
김씨에게 ‘원나이트(one night·클럽에서 만난 커플이 하룻밤을 함
께 보내는 것)’에 대해 물었다. 그는 “아까 같이 있었던 친구들도 다
들 짝 지어 모텔에 갔다”며 “남자랑 성관계를 맺는 건 왠지 더러워
보이고 무섭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씨와 헤어진 뒤 다시 클럽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여성이 다가왔
다. 167㎝ 정도 키에 편안한 캐주얼 복장인 그는 반달 눈웃음과 발
그레한 볼을 가진 전형적인 미인이었다. 손을 붙잡고 화장실로 간
그는 모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고모(24)씨라고 했다.
그의 친구 2명도 화장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언니가 여기에서 제
일 예뻐요!” “아까부터 이 친구가 계속 언니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알아챘나요?”라며 ‘바람’을 넣었다.
03:00 “부모님은 아시냐고? 알면 기절하죠!”
고씨의 친구들이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시자고 권해 P홀을 빠져 나왔
다. 그들과 함께 간 곳은 ‘M바’라는 레즈비언 전용 바였다. 역시 지
하에 위치한 M바엔 바테이블과 12개의 테이블이 있어 50여명 정도
면 꽉 차는 규모였다. 새벽이었지만 절반 정도 자리가 차 있었다.
언니와 남동생이 있다는 고씨는 “언니만 이성애자고, 나와 동생은
동성애자”라고 말했다. 부모님은 자기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전
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알면 기절하신다”며 “부모님께는
그냥 ‘결혼할 마음이 없다’는 말로 내 성 정체성을 밝혔다”며 웃었
다.
고씨는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은 취향이나 기호의 문제가 아니
라, 자신이 평생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돌아보
는 과정”이라고 했다.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상관 없이, 이 문제
는 사람들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니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다”고 했다.
04:00 직원도 거의 여성… 매주 하루는 게이 친구 초대의 날
홍대앞의 또 다른 레즈비언 전용 클럽인 S클럽에 도착했다. 지하 1
층에 위치한 이곳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게이’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특별한 밤이 열린다고 해서 유명한 곳이다. 입장료 1만원을 내
고 들어서자 ‘미소년’처럼 잘생긴 30대 여자 사장이 반갑게 맞았다.
노랗게 염색한 파마머리에 얼굴이 흰 아르바이트 직원이 서 있는
바테이블에 앉았다. 그는 클럽이 개업한 지난 2월부터 일한 김모
(여·20)씨라고 했다. 그는 “‘레즈비언 커뮤니티’ 사이트의 광고 게시
글을 보고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바이섹슈얼(양성애자)’이라고 했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
처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고2 때 한 여자 후배를
만나게 됐고, 제가 먼저 사귀자고 고백해서 1년 정도 사귀었어요.
하지만 이 사실을 담임선생님이 알고 ‘계속 이렇게 붙어 다니면 가
족들에게 알리겠다’고 경고했죠. 애인이 너무 힘들어해서 먼저 헤
어지자고 했어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남자와도 사귀었다. 지금
은 애인이 없다고 했다.
05:20 레즈비언 직원 다가오더니 “연락처 좀…”
새벽 5시가 되자 클럽에 있던 손님들도 퇴장하기 시작했다. 한 20대
손님이 여직원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묻자, 직원은 넉살 좋게 “다음
에 오시면 더 잘해드릴게요” 하고 거절했다.
눈이 유달리 크고 붙임성이 좋았던 한 직원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원래 연락처랑 이름은 물어서도 답해서도 안 되는데… 그냥
첫인상이 좋아서요”하며 전화번호를 물었다. “다음에 와서 또 인사
할게요”라고 거절하고 S클럽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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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다..
(추가)난 그냥 안타까워서...가뜩이나 우리나라 남녀비율도 맞지 않는데..
저런 쪽으로 여자들이 빠져나가니까 진정으로 안타깝고 슬퍼서...저 기사
보고 대한민국 남자들 중 게이빼고 슬퍼하지 않을 남자가 어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