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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번호 땄는데 결말이….

아저씨 |2009.12.28 12:31
조회 813 |추천 1

안녕하세요.

루저녀예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1 층에 로비 지키시는 분이 있어요. 쉽게 말하자면

경비 아저씬데 아저씨라고 부르기엔 좀 젊으신 분들. 입주민한테 인사해

주고 배달 오가시는 분들 관리하시고 뭐 그런 일들을 하세요.

 

제 친구는 저하고 동만 다르지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그 동 로비 오빠가

너무 귀여우신거예요. 그래서 전 순수하게 친하게지내고 싶다는마음에

친구와 내기를 걸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예뻐보이길 기도하면서

로비오빠의 번호를 따기로 결심했어요. (여기서부터가 문제였음)

 

드디어 어제

 

전 친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당당히 찾아가서 로비씨한테 핸드폰을

척 내밀었죠. 핸드폰 메인 문구는 '번호좀찍어주세요!' 였어요. 그 로비

씨는 당황하신 듯 핸드폰을 제가 건낸 그대로 거꾸로 드신 채 얼어붙어

계시다가 한참 뒤에서야 '아..어..' 이러면서 당황을 숨기지 않으신채로

번호를 찍어주시더라구요. 할렐루야.

 

친구랑 낄낄거리면서 아직 산타는 있어, 세상은 살만해 를 외치면서 전

로비오빠와의 대화를 시도했어요. 이름은 뭐예요, 몇살이에요, 크리스마스

에는 뭐하셨어요 ….

 

로비오빠는 조금은 느리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히읗히읗까지 붙여주시면서

답장을 보내주셨어요. 답이 늦어서 미안해요 XXX 이에요, 30 살이에요,

크리스마스엔 산타를 기다렸지만 버림받고 술마셨어요 등등.

 

저는 그 오빠가 30 살이라는 사실에 좀 놀랐지만 그래도 괜찮았어요, 전 그저

그 오빠와 친해지고 싶었을 뿐이고, 전 제 주제를 알았기에 그오빠와의 블링블링

로맨스는 꿈조차 꾸지 않았거든요. (아니 솔직히 꿈정도는 꿨어요 더위)

 

그런데 그 오빠, 문자 답장이 시원치가 않아요.

말끝마다 '미안해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라며 저와의 문자를 빨리 끝내려는

느낌 …. 여기서 계속 문자를 질질 끌기도 미안하고 찌질해 보여서 저는 친구가

불러주는 대로 답장을 보냈어요. '나랑 문자하는거 부담스러워요, 오빠가 부담

스럽다고 하면 나도 안할게요.' 라고. (원래 문자할 때 물음표 안붙여요.)

 

답장이 왔어요.

 

'미안해요, 나이도 너무 어려보이고 해서 부담스럽네요. 올때 인사나 해요^^;;'

 

역시 산타는 없었어요.

빌어먹을 세상아 ….

물론 소녀시대였다면 내 나이가 몇이었던 상관조차 하지 않았겠지

물론 김태희였다면 내가 삼선을 신고있었단 것쯤은 상관없었겠지….

순간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더라구요ㅋㅋ 뭐 그런데 차피 저도

그 로비오빠 얼굴 보고 귀여우셔서 번호 딴거니까 할말은 없고 … 근데

왠지 기분은 꾸릿꾸릿하고ㅋㅋㅋ

 

전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 민망하고 민망하고 민망하지만 로비 아저씨가

(부담스럽다고 한 순간 오빠->아저씨 로 강등) 내 순수한 의도를 왜곡하여

'나는 그쪽의 여자친구가 되길 간절히 원한다' 로 받아들인 것이 왠지 괘씸

해서 그 아저씨한테 뭐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었었어요. 아니 사실 그것보단

줬다 뺐는게 제일 치사한 짓이라고 배운 저한테는 로비아저씨가 정말 치사

똥빤스!! 처럼 보였었어요.

 

알아요 찌질한거….

 

그래서 전 친구의 집에서 나와서 엘레베이터를 잡고 1 층으로 내려가기까지

여러 멘트를 생각했었어요. 꼴에 자존심은 있으니 마치 소녀시대처럼 앙탈을

부려볼까 혹은 삐졌다는듯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나갈까 쿨한여자처럼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볼까….

 

그런데 빌어먹을 제 주둥이는 뇌와 연결되지 않았나봐요.

 

"아저씨! 누가 아저씨 여자친구 시켜달래요?"

 

라고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로비아저씨 한테 쳐지껄인거 있죠.

ㅋㅋㅋㅋㅋㅋㅋ역시 산타는 없어ㅋㅋㅋㅋㅋㅋ3년 내내 똑같은 친구하고

크리스마스 보낼때부터 알아봤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소녀시대 라던가 그런 걸그룹이 했으면 앙탈로 보였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어제 제가 날린 멘트는 객기로밖엔 안보였을거예요

루저녀의 객기..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뭐이렇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하다고 나 또라이 아니라고 잠시 돌았던거라고…문자보냈는데

정말 정중하게 신경쓰지 말라고 나도 미안하다고 답장왔었어요….

저 다신 친구가 사는 동 앞에 알짱거리지조차 못할거같아요. 아….

 

근데 써놓고 보니까 별거 아니네요…어젠 그저 한없이 민망해서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민원실에 민원을 넣자, 그래 저 아저씨 가끔 로비에 있을때

담요 덮고 난로쬐고 거의 반정도 누워서 앉아있는거 봤으니까 민원넣자

라며 음모를 꾸미고있었는데ㅋㅋㅋㅋ지금은 그냥…그르네요…미안시러워라….

 

요기 혹시 이글 보시면 ㅁ동 ㅇㅁㄱ역 근처 ㅌㄹㅍㄹㅅ맞은편 아파트에서

9시 교대 한지 몇분 지나지 않아 번호 따이셨던 분…죄송해요 제가 그땐

크리스마스 후유증이 좀 길게 남아서 그랬나봐요…. 담에 만날땐 그냥 소심

하게 인사만 하고 짜질게요ㅠㅠ다음 크리스마스땐 산타 꼭 만나세요 그럼..

어..마무리로..안녕..부끄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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