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만난 남자와 바람난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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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1 06:14
조회 2,734 |추천 0
20대 초반의 남성입니다.
늘 톡에서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될줄은 몰랐네요.
새해가 오자마자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황당하고,
놀랐습니다.
근 한달전쯤에 2년가까이 만나오던 1살 연상의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저 몰래 다른 남자와 술먹고 외박을 했다는 사실을 저에게 들켜서,
너무나도 화가났고, 헤어지자는 말에,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는 그녀의 태도에
또 한번 분노하여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조금전에 알게 된 사실이기에 키보드를 누르고 있는 손가락마저도 떨리네요.
헤어지기 한 석달 전 쯤에,
집안이 어려워 학자금대출로 다니던 학교마져도 결국 휴학하고,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하게 되면서,
여자친구가 혼자 지내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외로움을 워낙 많이 타던 친구라서, 어떻게 할까 고려하던 차에,
온라인 게임을 하나 가르쳐주게 되었습니다.
아이온이라는 온라인 게임이였습니다.
게임을 한 한달가까이쯤 저는 퇴근하고 시간날때마다 같이하고,
여자친구도 어느정도 흥미를 느꼈는지, 제가 있지 않아도,
거의 매일을 접속해서 하더군요.
그러다가 같이 사냥을 하던 커플분들의 권유로
흔히들 말하는 레기온, 다른게임으로 말하자면 클랜, 길드같은 단체에 가입하게 되었죠
그렇게 여자친구는 점점 게임에 빠져들어서 흔히들 말하는
'폐인' 에 형상에 가까워 지는듯 하였습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오히려 제가 바빠서 만남이나 대화가 줄어든 다기보다,
여자친구가 게임하느라 바쁜시간 쪼개서 통화하고 만나는 저 마저도
소홀히 대하더군요.
제가 바빠서 권유하게 된 게임이라 저는 뭐라 할말도 없고,
오히려 어떻게 생각하면, 게임같은거 별로 안좋아하는 여자들도 많은데,
재밌게 하는걸 보니 그냥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도 게임같은건 장르 안가리고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라서요.
그러다가 어느정도 매장운영에 익숙해 지고,
맡은 역할이 좀 더 커지면서, 일이 더 많아지고, 몸도 피곤하고 고되더군요.
그 덕에 저는 게임에 자주 접속 못하게 되고,
한달에 네번있는 휴무날에 여자친구와 만나거나 하는게 다였습니다.
헤어지기 몇주전에는 금쪽같은 휴무날인데도 여자친구는 오히려
저보다 먼저 피씨방에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일이 터졌습니다.
24시 운영되는 매장이였는데, 마침 새벽에 근무하던 여자분이
사고를 당해서 펑크나는 바람에 그 타임까지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 날 여자친구가 다른남자와 술을 먹고 외박을 하게 된거죠.
퇴근하고 집에 가던 중, 집에 계신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혹시 어젯밤부터 같이 있느냐' 라는 전화를 받고 그 일을 제가 알게 된거죠.
그 전날 자정쯤에 전화했을 때에는 이제 누워서 좀 자야겠다며,
수고하라는 말도 없이, 잘꺼니까 전화하지 말라고 뚝 끊었던게 생각나서,
받지도 않는 전화를 수십차례 시도해서 결국 통화하게 되었고,
그 통화에서 마져도 저에게 거짓말을 하더군요.
물론 저는 처음부터 어머님께 전화가 왔었다고 말하진 않았구요.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고 황당하여,
사실을 이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도리어 화를 내면서
생각할 시간을 조금 갖자 하고는 끊어 버렸습니다.
그리곤 전화기를 꺼버리더군요.
통화가 계속 안되자, 몇 시간을 멍하게 있었던거 같습니다.
늘 항상 가진거 없는 제가 미안하여,
(물론 중간중간 제가 심하게 다투고 헤어지자고 한적은 있었지만.)
제가 다 받아주고, 먼저 사과하는 그런 일상들이 익숙해 지다보니,
도리어 화를 내는 여자친구를 보며 처음엔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가 가만 생각하니,
이건 길가는 정상인 100명을 붙잡고 물어보면,
100이면 90이상은 제가 아닌 여자친구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상황인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곤 미친듯이 화가 치밀어 올라,
생각할 시간이고 뭐고 너같은 X , 다필요없으니 그만헤어지자.
라고 이야기 했고,
몇 시간뒤 도착한 여자친구의 답장은
무덤덤하다는 말투로 그렇게 하자는 내용이였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니,
너무나도 힘들더군요.
상식적으로 봤을때, 그 날 제가 잘못한 일은 하나도 없었는데,
이렇게 나 혼자만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이 친구는 오히려 게임속에서 만렙을 향해 달려가고 있더군요.
2009년 12월은 술에 찌들어서 보냈던거 같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어,
꽐라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얼큰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와서야,
잠을 이룰수가 있었습니다.
꽐라가 될때까지 마시는 날이 몇번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저도 제정신이 아니였는지, 여자친구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를 퍼붓거나, 어쩔때는 보고싶다는 문자를 남기거나
그랬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전자가 되었건 후자가 되었건,
후회하면서 출근하고, 퇴근해서는 술을 마시고,
그렇게 12월의 반이상을 보냈을 즈음,
여자친구가 솔직한 심정을 저에게 털어놓더군요.
자기가 외로움을 얼마나 많이 타는지 알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기를 외롭게 해서,
아는 오빠랑 친구들이랑 같이 한잔 했었던 거였다.
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나니, 이 친구에게 미안해졌습니다.
사실은 바쁘다는 핑계가 아니라, 진짜 바빠서 그랬던 거였지만,
여자친구에게 소홀했던 일만 떠오르고,
잘못한 일만 생각나서, 괴로웠습니다.
그런 사실들을 직장 동료나 선배들에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했더니,
조언들의 내용 역시 대부분 비슷하더군요.
직장갖고 일하다보면 바쁜게 당연한건데, 어찌 그걸 이해 하지 못하고,
설령 이해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화로 풀생각은 안하고 그런 식으로
거짓말 까지 해가면서
외로움을 해소하느냐며, 어차피 군대가면 헤어질 인연이고, 제대하고나서
대학 학점따고 스펙쌓는다고 바빠도 헤어질 인연이고,
설령 그거까지 다 이해하고 졸업해서 직장생활 하게 되면,
결국엔 헤어질 인연이다.
라는 내용의 조언들이 대다수 였습니다.
또 이런말을 듣고나니,
가진거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서, 휴학하고 돈벌어야 하는
제 자신이 결국은 죄인거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낳아주신 부모님을 원망할수도 없는 것이였고,
그저 그냥 이렇게 안될 인연이였나 보다 하고 생각하니,
허무하면서도 한편으로 후련한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이 친구에게 그 동안 미안했다고, 잘지내라고 하며
진심으로 빌어주었고, 이 친구 역시,
친구로라도 지내자고 하더군요.
물론 친구로 지내자는 제안은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다가 오늘에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오랜만에 게임에 접속했더니,
친한 분께서, 요즘 네 여자친구 누구누구랑 맨날 붙어다니더라 라고
이야기 해주시더군요.
그 누구누구는 저에게 레기온 가입을 권유했던 커플의 남자분이셨,
아니 남자놈이였습니다.
어떻게 저떻게 알아내려고 해서 알아내다보니,
저에게 레기온 가입을 권유했던 커플은 이미 헤어진 상태였고,
일전에 여자친구가 게임에서 아는 오빠랑 친해졌는데,
그 오빠 여자친구가 자기에게 질투를 느낀다는 내용을 이야기 했던게,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둘이 맨날 붙어다니고, 엔씨톡인가 뭔가로 맨날 대화를 나눈다는건,
이미 그 서버에서 제가 아는 지인들은 다 아는 사실이더군요.
그 남자놈은 아예, 아이디랑 캐릭터 자체를 새로 만들어서,
여자캐릭터로 키우고 있더군요.
게다가 저랑 헤어지기 몇일전에 여자친구가 게임상에서 캐릭터 이름을
변경했었는데,
그 남자놈이 만든 캐릭터명과 비슷한 유형의 캐릭터명이였습니다.
마치 서로 짜고 맞춘듯한...
게다가 더 어이가 없는건,
그 남자놈 아이디는 헤어지기 몇일전 저에게,
게임상에서 아는 아주 친한 언니라고 소개했던 사람이였습니다.
게임상에서 아는 지인분들중 꽤 많은 분들은 이미
두 사람이 거의 커플인걸로 알고 있더군요.
거짓말에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더니, 결국 끝까지 거짓말 이였습니다.
당장이라도 전화해서 욕이라도 한사발 해볼까 했는데,
그건 하고나서도 저만 찌질해보이고 별로 후련하지도 않더군요.
배신이라는게 이렇게 큰 상처를 주는지도 이번에서야 제대로 깨닫게 되네요.
어떻게 하는것이 슬기로운 대처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