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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셜록 홈즈 후기

박준현 |2010.01.01 10:48
조회 274 |추천 0

 

 고등학교 시절 중간.기말고사 기간이라서 독서실에 갔는데, 공부할 기분이 아닐때 학교도서실에서 빌려온 책들로 시간을 달랬던 기억이 있다. 만화책, 잡지, 삼국지(작가별마다 다 접함.), 십팔사략, 역학(易學)관련, 근.현대 국내소설 등등... 겉으로 보면 공부는 하는것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냥 공부와 거의 관련없는 책들을 읽는 것이다. 그때부터 해서 많이는 아니지만 그냥 책읽는 즐거움으로 지금까지도 접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제 본 영화 셜록홈즈의 전집도 그들 중에 하나이고... 

 

 대학 동기(동기지만 재수해서 형)하고 만났는데, 어제 극한의 추위로 밖에 계속 돌아다닐 수 없고 PC방에서 죽치기에는 만난 의미가 애매해지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얘기하며 죽치는것은 적어도 남자들끼리는 아주 재미없다. 그래서 요즘 안 가던 영화관에 가게 되어 보게 된 것이 셜록홈즈이다.

 

 셜록홈즈뿐만 아니라 소설이 영화화한 경우는 아주 많은데, 내가 본 것 중에서는 영화가 소설을 못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한 문학적 묘사로 읽는 독자에게 각자 자기만의 상상을 펼치게 해주는데, 영화는 독자들 수많은 각자의 상상들과 대부분 예상치 못하게 묘사,전개되면서 결국은 시나리오 작가도 원작소설의 한 독자이며 오로지 그의 주도적인 생각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쉽게 말하면 내가 시나리오 작가면 오로지 내 생각으로 연출되기를 바라며, 관람자들의 예상하고는 아주 조금이라도 빗나가겠지. 이건 나만 적용하면 되는게 아닌 모두에게도 마찬가지겠다. 이것이 소설원작 영화의 한계인가.

 

 어쨌든 영화를 봤다. 하지만 요즘 내가 군대에서 케이블 TV로 너무 영화를 봐서 그런지 몰라도 컴퓨터그래픽의 흔적은 국내뿐만 아니라 헐리우드도 너무 티난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눈만 높아졌을까. 국내영화만 컴퓨터그래픽이 어설프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홈즈의 주 활동 시기였던 20세기 초.중반 영국의 묘사는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상상한 것을 만족시켜주었지만, 컴퓨터그래픽의 티는 꽤 나보였다. 너무 과도해서 어쩌면 SF나 첨단시대같은 느낌을 받는다.

 

 스토리는 소설의 일부분이 아닌 영화에서 새로 창조한 내용인데, 역시 원작의 내용을 뛰어넘거나 동등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이건 뭔가 아니다라는 말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과연 내가 보는 저 두 사람이 홈즈와 왓슨일까? 소설전집을 보면 이 두 사람은 영화에 나온 스타일로 범죄를 해결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 두 사람에게 그 스타일의 사건은 의뢰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단순히 화학물 발명 놀이 같다. 특히 미국정치인이 총을 쏠때 자기 혼자 불에 사망하는 장면은 뭔가 뻔하고도 지겹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사람의 심리에 대한 것이 너무 부족한 듯 싶다.

 

 극적이면서도 과도한 액션은 그게 지나치면 지루해지고 관람자들에게는 점점 현실과 멀어지는구나라는 생각을 주기 쉽다. 항상 위험 속에 아슬아슬지만 결국 승리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흥미를 쉽게 주겠지만. 그냥 무난하게 액션이 나오다 절정부분에서 한 두번 강하게 나온 것이 오히려 효과가 있지 않으려나. 그리고 홈즈와 왓슨은 직접 행동하는 사람이 아닌 단서를 풀어내는 데에 주력하는 사람으로 막상 대부분의 마무리는 경찰이 깔끔하게 뒷처리해주는 것을 생각하면 애당초 어울리지가 않았던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일 기대를 저버린 것은 셜록홈즈와 왓슨이다. 아이들이 읽는 셜록홈즈는 정의롭고 어둠을 밝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선도자로 묘사한 것은 교육적으로 괜찮다. 그렇지만 원작에서는 분위기 자체가 암울하고 스스로를 안으로 가두려고 하며 정의라는 것은 없다. 사건을 해결하는 목적은 오로지 개인의 쾌락이고, 실패와 미궁으로 빠진 사건도 많으며 범인을 위해 사건을 묻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사건에 대한 것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고뇌를 달고사는 사람이고. 블랙 느와르랄까. 홈즈와 왓슨의 관계는 평소에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무난한 남자 두 명이며, 격렬한 우정은 아니다.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왓슨이 고분고분 따르며 단서를 찾고 사건에 대한 얘기를 구연하는 실천하는 홈즈의 내조자이다. 홈즈가 열의를 보인다면 왓슨은 자기도 나름 해외에서 군의관까지 경험한 영리한 의사라고 나설 수 있겠지만, 스스로를 많이 죽여준다. 왜냐하면 소설은 결국 홈즈가 주인공이니까.

 그렇지만 어두운 곳에 있는 척하며 결국 양지로 올라서려고 하는 홈즈. 그와 경쟁하며 대등하려는 왓슨. 영화에서 홈즈와 왓슨은 없었다. 그냥 홈즈와 왓슨을 사칭하고 다니는 일개의 사설탐정과 그 친구 정도?

 

  셜록 홈즈 소설을 열심히 봤다면 안 보는게 좋을 것이다. 모르던 사람이 보는게 더 나을지도. 만일 그냥 제목이 셜록 홈즈 아닌 스미스, 토마스, 존슨 등 일반 이름의 일반 탐정과 그의 친구로 관련해 지었다면 두 개의 별은 반 개에서 한 개 정도 더 칠해질 수 있겠다. 그래도 셜록홈즈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끌어모은 돈이 제작자에게는 더 달콤할 것이다. 좋게보든 안좋게보든 관심을 끌어서라도 결국 영화관가서 보게 만들면, 들어오는 돈은 똑같으니까.   

 식사는 동기가 냈고, 영화는 내가 냈다. 경기도 일산에서는 통신사 카드 할인도 안되어 영화비 16,000원. 영화 시간은 2시간. 시간 당 8,000원. 당구를 치는게 나았을지도. 아니면 저녁을 김밥집이 아닌 고깃집이나 샐러드가 있는 피자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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