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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뮈리엘 바르베리)

Julia |2010.01.07 19:57
조회 139 |추천 0

고슴도치의 우아함


지은이  뮈리엘 마르베리

옮긴이  김관오

펴낸곳 아르테 출판

초판  1쇄 발행 2007년 8월 31일

3 판 3쇄 발행 2009년 5월 20일

 

내 이름은 르네. 쉰네 살이다. 나는 27년 전부터 그르넬가 7번지 건물의 수위로 일하고 있다. 이 건물은 엄청나게 넓고 고급스러운 아파트 여덟 채와 공동 정원으로 구성되며 여덟 집 모두 사람이 산다. 나는 못생기고 오동통하며 발에는 못이 박인 혼자 사는 과부다. 나를 혐오하는 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아침엔 가끔 입에서 매머드 냄새가 풍긴다고 한다.  p.20

처음부터 르네는 자신에 대해서 지독하게도 폄하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십년 동안 사람들의 편견 속에 박혀있는 수위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거스르지 않고 게으로고 못생기고 불친절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녀 속에 감추어진 문학과 철학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오직 혼자만의 행복을 위해서 조심스럽게 느낄 뿐이다. 그녀는 고슴도치이다. 우아함을 가지고 있으나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을 수 없기에 그 우아함은 있는지 조차 알 수도 없다.


나는 열두 살이고 그르넬가 7번지의 부촌 아파트에 산다. 나의 부모는 부자고, 우리 가족은 부유하며, 언니와 나는 당연히 잠정적으로 부자다. ~ 난 아주 영리하다. 심지어 별나게 똑똑하다. 누구라도 내 또래 아이들과 날 비교해보면 그들과 나는 이미 하늘과 땅 차이다. ~ 다만 확실한 건 내가 어항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이는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한 일이다. 나만큼 똑똑하고 공부에 재능이 있고 특별하며 뛰어난 사람에게조차 삶은 이미 설계되어 있다는 것은 울어도 될 만큼 슬픈 일이다.
~ 과연 내가 성인들의 경쟁에 들어섰을 때도 여전히 부조리의 감정과 직면할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번 학년이 끝나 내가 열세 살이 되는 6월 16일에 나는 자살할 것이다.    p.27~29

부족할 것 없는 팔로마는 너무 영리하지만 그 때문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미래 대신 자살을 계획한다. 그러기 위하여 어리석은 척을 하며 자살하는 날까지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속이며 자신만의 방 안으로 숨어든다.


새 입주자는 예순 살 가량에 꽤 볼품 있는 전형적인 일본인 남자였다. 키는 작은 편이고 마르고 주름이 있었지만 얼굴은 깔끔했다. 전체적으로 온화한 인상에 결단, 쾌활함, 선의도 느껴졌다. p.181

르네가 본 가쿠로 오즈의 첫인상이었다.


그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녔다. 겉으로는 가시로 뒤덮인 철옹성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겉보기에는 무감각한 듯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고슴도치.  p.198

팔로마는 르네에 대해서 바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일본인 오즈씨가 이사 온 이후로 르네와 팔로마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르네의 고양이의 이름인 레옹이 레옹 톨스토이에서 따온 것이라고 확신한 오즈씨는 르네를 식사에 초대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의 우아함이 빛을 발하게 하고 친구가 되어준다. 우연히 엘리베이터에 함께 갇히면서 팔로마는 드디어 오즈씨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평소에도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었던 터라 영화 감독인 오즈씨와의 대화는 팔로마에게 사람 관계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 그렇게 오즈씨의 등장으로 고슴도치였던 르네와 팔로마는 서로의 진가를 알아보고, 아픔까지 어루만져줄 수 있는 친구가 된다. 르네는 지난 아픈 과거를 팔로마에게 얘기하며 치유의 과정을 거치고, 팔로마는 르네의 진실 속에서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찾는다.

사람과의 소통의 문제라고 본다.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보여지는 대로 자신만의 잣대로 누군가를 재고, 진실인지 거짓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치부해버리는 우리들의 오만함.. 나다움은 고슴도치처럼 속에 감추어둔 채 가시를 세우고 살아간다. 그래서 나다움을 조금이라도 눈치 채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동안의 외로움 때문일까 심지어 눈물까지 흘려가며 나를 내보인다. 그래도 세상이 살 만한 것은 우리 주위엔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꽤 아님 몇 명이라도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과연 어떤 영화로 소통의 얘기를 다루고 표현해 낼 수 있을런지 궁금해진다. 처음 책을 읽어나갈 때 철학적인 부분들에서 내 정신 세계가 꽉 막혀오는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첫 부분의 번역은 문장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워서 책장 덮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했다. 다행히도 점점 인물들에 집중할 수 있어서 마지막으로 넘어갈수록 이 소설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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