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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 이야기 - # 3 연기

정운 |2010.01.18 02:01
조회 72 |추천 0

 누군가는 영원하다 말했다.

 

누군가는 단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연기와 같은 것이라 말한다.

 

 

 

 

 

  화장실, 그곳은 분명 생리적 현상을 처리하기 위한 공간이며 개인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권리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여기에 많은 여성들은 공감하고 대다수의 남성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이 바로 이 화장실 안에 숨겨져 있다.

 

  '여고생'이란 생물체는 독특한 사회를 형성하며 그네들의 터전을 구축해나간다. 그 중에 가장 유니크한 사실은 화장실마저 함께 가야한다는 사실에 덧붙여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친구를 물리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고생'들에게 '화장실'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물론 나에게도 여고시절은 존재했다. 존재했지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해답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 옛날 친구들이 화장실에 함께 가자는 제의를 했을 때 나만큼 솔직하고 냉정하게 자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친한 친구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붙임성 없고 귀염성없는 아이였다.)  단순히 스스로가 냉정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존재했기에 나로선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하고 싶을 뿐이다.

 

 머리로 이해가지 않는 것은 자동적으로 몸이 따르질 않는다.  그것이 나의 진리다. 여튼, 나란 아이는 " 같이 화장실 가자  " 라며 웃어오는 친구들에게   " 난 갔다왔는데? "라고 반문하며 내가 왜 네가 가는 화장실에 따라가야 하는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치어다 보곤 했었다.

 

 

 그런 나에게도 그 시절, 조건없이 화장실에 따라가 줄 만큼 마음이 통하는 단짝이 생겼다. 아직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느낀 것은 내가 화장실을 벌써 3번을 갔다왔든 말든 따라가 줄 수 있는 친구란 몇 없고, 그런 마음이 만들어낸 응어리가 화장실을 함께가는 형태로 태어나 서로의 마음을 제고 따지며 어느 순간 그 행동을 통해 안심하는 식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의 단짝은 그야말로 드라마에서나 나올 듯한 순정파 소녀였다. 운명적인 만남을 통한 로맨틱한 사랑 만들기를 꿈꾸는 나의 단짝은 쉽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쉽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다고 상대를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랑은 있는 힘껏 하고, 사랑을 하는 중에는 그와의 영원을 외쳤다. 운명으로 이루어진 사랑임을 의심치 않았고 모든것을 내어줄 듯 사랑하고 슬픔이 찾아오면 온 몸이 부셔져라 아파했다.

 

  그에 비해 나란 인간은 사랑은 커녕 사람도 쉽게 믿지 못하는 성격에 누가봐도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의 다른 점에서 강하게 이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사랑은 영원한 것이라고 했다.  영원. 글자로 써 보고 목소리 내어 읊어보아도 현실처럼 다가오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나의 단짝의 첫사랑은 옆반 남학생이었다. 웃는게 좀 선해 보이긴 했지만 키가 크거나 외모적으로 우세한 면은 없었다. 게다가 남다른 재주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딱히 남자 답게 운동을 잘하지도 않았다. 어째서 그런 아이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짝의 첫사랑이 되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졸업하기 전까지 그 아이만 바라보다 미숙한 고백으로 퇴짜를 맞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한 동안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것 같았다.

 

 

 

 각자 다른 대학교에 들어간 나와 단짝은 그 뒤로도 간간히 만나고 연락을 취해왔다.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는 나의 말에 힘입어 입학한지 얼마 안되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잘 지내는가 싶었더니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 헤어졌다는 소식을 접해 들었다.

 

 

 그래도 그 친구는 사랑이 영원하단다.

 

 

 

 나로선 무엇이 그렇게 강한 믿음을 형성하는지 알 수 없다. 최근들어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친구는 올해로 2년째 새로운 사람과 교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2년.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늦은 밤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는 한다는 말이 헤어질까 두렵다 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사랑은 영원하다 외친다.

 

 

 그래, 내게 한 살 차이나는 여동생이 있는데 그 아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사랑은 단 한번 밖에 없단다. 호감과 좋아하는 감정과 사랑은 엄연히 다를 뿐만 아니라, 사랑이 다른 것들보다 우월하고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순수하고 진실된  단 한번이라는 결계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 한번의 사랑.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친한 남자 후배가 있다. 그 아이는 사랑따위 현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하나같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데 그 중의 하나가 사랑일뿐이란다.

 

 이기심과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사랑.

 

 

 

  사랑. 이름은 하나인데 그것의 정의는 누구하나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 몽환적인 사랑도 좋고, 순수하고 진실된 사랑도 좋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난 사랑도 마음에 들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사랑도 좋다. 다만, 이런 것들을 모두 '사랑'이란 이름을 붙여도 되는 걸까? 언제나 그 기준이나 척도를 따지기 시작하면 모호해지기 다반사.

 

 

 

 

 

 

 

 변하는 것이 두려워.

 사라질 것ㅇ ㅣ두려워.

 어긋날 것이 두려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게 사랑은 몰래 연기처럼 피어올라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지고 없는 것. 내뿜은 줄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시야에 떠올라 잡으려 애쓰면 사라지고 없는 그런 것이다.

 

 내 몸이, 나의 주위가 외롭고 씁쓸한 찬 공기로 휘감길때면 어쩔 수 없이 입에서 나오는 입김처럼 평생을 달고 살겠지....

 

 

 

 

 

  그와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따스한 눈빛을 주고 받는 상상을 하다 원초적인 질문으로 사로잡혀 머리가 복잡해졌다. 언제나 사서 고생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일때면 사양하고 싶어진다. (적어도 사랑만 가지고는 살수 없다는 것이 나의 기본 마인드다. 잘 먹고 잘 자야 사랑도 할 수 있는 거니까.) 내일 또 그를 만나기위해 이른 아침 버스에 오르겠지?

 

 하루하루 그와 가까워지는 상상을 하지만, 오늘도 사랑의 원초적 접근은 실패했다. 그저 그의 눈빛이 한층 더 그리워 졌을 뿐. 복잡한 뒷이야기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지금은 눈 앞에 있는 눈부신 그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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