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아주 골 때리는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그녀는 조금 특이합니다. 대략 어느정도냐 하면 엄마카드를 몰래 훔쳐들고 횟집으로 가서 혼자 15만원치를 시켜먹을 정도로 우리보다 좀 잘 살고, 좀 많이 잘 먹고, 좀 많이 엽기적인 친구입니다.
어제 친구(이하 초딩)씨랑 전화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대뜸 하는 소리가,
초딩 야 내 요즘 노숙하고 있디.
참고로 부산이기에 부산 사투리를 씁니다.
어쨌든 그 말에 뭥미라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되묻자,
초딩 울엄마아빠오빠 전부다 내 버리고 청주 이모집으로 날랐음.
나 웃기네 장난빠나ㅋㅋㅋ 왜 날으시노. 닐 내쫓지.
초딩 아니다. 진짜 날랐다. 내 우리집 앞에 복도에서 쪼그리고 자는거 아나ㅋㅋㅋ
정말 진심이 담긴 말에 웃으면서 왜냐고 대꾸해주자,
초딩 우리집 리모델링해서 집구석 다뜯어내고 우리집 가구 전부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와있고, 내 침대랑 장농 엘리베이터 옆에 있음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이지 않고 내 상식으론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고
장난이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는 발언에 믿기 힘들었지만 난 속는 셈 치고 한 번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나 그럼 집구석에 들어가서 자면 되잖아.
초딩 시멘트가 안 말라서 안에 들어가서 자면 다음날 아침에 바닥이랑 합체 되 있을지도 모른다이가.
나 ...............
증말 불쌍해보였고 동정심이 생겼습니다. 이좌식이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다구. 좀 잘 먹고 좀 많이 날 괴롭힌 죄 말고는 없소이다.
나 니 돈 있다믄서. 오만원 가지고 니도 청주로 날라라.
초딩 안된다. 공사하는 아저씨들 감시해야된다.
나 엄마한테 전화는 해봤나. 다 큰 딸내미 버려두고 걱정 안되신다나.
초딩 ㅋㅋ내 버린 자식이다, 몰랐나. 니 우리집 성격 아직 모르나ㅋㅋㅋㅋㅋ 좀 늦으면 바로 낙오자다. 1박2일, 무한도전 다 필요없음ㅋㅋㅋ 우리집이 진짜 야생임.
...그러고보니 정말로 이 집은 야생이었다. 뭐랄까, 이건 나쁜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나쁜 의미가 아닌 개인주의였다. 나이 많고 적음에서 여자고 남자고를 초월하고 말이다.
나 야 미칬는갑다 이년이ㅋㅋㅋㅋㅋ 그럼 어디서 자는데 진짜로 집 앞에서 자나. 지금 이 날씨에 자면 얼어죽는거 아나 모르나 멍청아. 니 머리는 장식이가ㅋㅋㅋㅋㅋ
초딩 야ㅋㅋㅋ 아 진짜 내 밤에 잘 때 돗자리 깔고 양말 여러개 겹쳐신고 오리털 파카 이만큼 껴입고 이불 대여섯개 겹쳐서 집 앞에 누워잔디. 아나. 이틀정도 자니까 여기가 편하다 이제ㅋㅋㅋㅋㅋ
나 .............
초딩 내 옷 갈아 입을 때도 드릅게 스릴넘치는거 니 아나? 옷장이 엘리베이터 앞에 있어서 누구 오기전에 후다닥 갈아입고 계단에서 누구 올라오거나 내려오는 소리만 나도 바로 뛰어가고ㅋㅋㅋㅋㅋ 아 내 인생 왜 이렇노.
나 동정심 생긴다.
초딩 그렇제 그렇제? 아 진짜 내 오늘 삼일만에 겨우 목욕탕가서 씻었는데 때가 줄줄 나오더라. 미치는 줄 알았다. 삼일 안 씻었을 뿐인데.
나 불쌍한 년.
초딩 ㅋㅋㅋㅋ 아 내 화장실 갈 때도 스릴 넘친다. 밑에 바닥 다 뜯어내서 내 화장실 한 번 갈라고 하면 여기저기 날아야함.
나 가다가 싸긋다.
여튼 몇 일 사이에 좀 많이 꾀죄죄해지고 불쌍해졌을 즈의 친구를 위해 기도해주십쇼.
초딩, 얼어죽지만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