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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헤어진 남친과 통화...

구차하다.. |2010.01.20 04:15
조회 9,042 |추천 42

 

 

마음이 싱숭생숭한데..

누구에게 하소연하지도 못하겠고..그냥익명으로나마 몇자 끄적여 봅니다.

 

4년전 꽤 힘들었던 이별을 경험했던 사람입니다.

3년넘게 만났던 남자와 4년을 채우지 못하고 헤어졌어요.

헤어짐의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헤어진지가 벌써 4년이나 되었는데도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지 몰랐어요.

그냥... 그사람이 헤어지자고 하니까.. 그렇게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헤어질 당시에 별별짓을 다해봤어요.

울어도 보고... 애교도 떨어보고... 죽는다고 협박도 해보고... 욕도 해보고..화도 내보고.. 메달려도 보고.. 회사 앞에 찾아가서 난동도 부려보고...휴...

암튼.. 4년전 25살때 그 어렸던 제자신이 그남자를 잡기위해 할수있는일은 전부다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인연이라는게 한사람이 억지로 이끌어나간다해서 이어지는게 아니더라구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저는 자살기도와 함께, 손목에는 부끄러운 상처만을 남긴채..

'이제 내가 할수있는 건  더이상 없다고..'

 

그사람이랑은 22살때 만나서 25살까지 4년 조금 못되게 사랑했지요.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철이 없었고..나자신밖에 몰랐으며...

한없이 베풀어 주던 그 사람의 사랑이 귀찮을때도 있었고...지겨울때도 있었지만..

29살이 된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역시 그사람만큼 나를 사랑해줬던 사람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도 없었던것 같네요.

 

헤어진지 4년이 되었습니다..

그사람과 처음 만났을때 22살이었던 저는 어느새 29살이 되었고.

철없고 이기적이고 못됬던 저는 .. 남을 배려할줄알고.. 남을 생각할줄 알지만,

타인과 깊이 연관되길 싫어하고..어느정도 선을 지키게 되고.. 또..쉽게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약간은 냉정한 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서글픈것은.. 제대로된 사랑을 할수 없어졌다는 겁니다..

 

그사람은 사귀는 4년여동안 저에게 지쳐버렸습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노는 나이였던 20대 초반의 나..

자기 개발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단식의 마인드를 가지고 철없이 굴던 나...

뭔가 마음에 들지않으면 짜증부터 냈던 나...

늘 내옆에 있을꺼라는 엄청난 착각속에 머슴부리듯 함부로 남친을 대했던 나...

그런 저한테 질렸나봐요. 그래서 헤어짐을 고했던 거겠지요..

 

25살을 몇일 앞두고.. 헤어짐을 통보받은 저는..그현실을 받아들일수 없어서,

장난치지말라며 웃음으로 때우려 했지만 4년여 사귀면서 처음본 그의 냉담함.

그때서야 후회하고 뉘우쳐봤지만, 이미 나에게서 마음이 떠나버린 그사람..

잡으려해도 잡아지지가 않았습니다.

 

별별 미친짓을 다해봤네요.. 그래도 냉담하기만 했던 그사람..

집착이었는지... 저는 해서는 안될짓을 했어요.

그사람 회사 앞에 찾아가 죽겠다며 손목을 긋고 추태를 부렸지요..

어린마음에 나혼자 슬프다는 착각때문에.. 니가 나를 버린다는 원망때문에...

내가 죽어버려서, 니가 단 1초라도 슬프고 힘들다면, 나는 죽어버리겠다는 못난 생각으로..그렇게 자살기도를 했고..

그사람은 놀라서 내옆을 지켜줬습니다.

어디까지나 어쩔수 없이 말이죠...

손목을 긋고난후... 치료를 마치고 나를 달래며 집으로 보내더라구요. 전화하겠다고...

그말만 믿고 집에왔는데..

그사람..전화와서 하는 말이...

자기좀 놔달라며... 웁니다.

남자가 그렇게 엉엉 우는건 살아생전 처음봤습니다..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고..그냥 나도 같이 눈물이 났어요..

그래서... 놔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내가 더이상 괴롭히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제발 나좀 놔주면안되...? 제발....

그렇게 우는 그사람한테... '알았어..놔줄께...울지마..'

한마디하고 끊었습니다.

그후로.. 너무 보고싶어도 참았고.. 너무 그리워도 참았고.. 너무 화가 나고 미워도 참았습니다.

그후로.. 단한번도 먼저 전화하거나 문자하거나..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할수있는건 전부다 했기때문에..더이상 할게 없었기 때문에 방법이 없었기때문에..

저는 그사람을 비로소 놔줄수 있었습니다.

지긋지긋했던 내 집착... 비로소 그 집착에서 그사람을 해방시켜주었고.. 그리고 나 자신도 해방되었습니다..

 

주변에서 독한년이라는 소리를 들을정도로 나는 이별의 후유증을 버텨내고 있었고..

그리움과 미련은 어느새... 그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으로...바뀌더군요..

그다음 해인 내 생일날..자정에 그사람에게 생일축하한다는 문자가 왔지만.. 본척도 안했습니다.. 그건..그냥 내 스스로에게 약속한 무시였기때문에...

남자때문에 울지말자고...나한테 너무 미안하니까.. 내 부모한테 너무 미안하니까..

정말 악착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상조차 할수없었습니다.

그냥 가슴속에 꾹꾹 눌러가며..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고..단한번도 울지않으면서..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저는 29살이 되었습니다.

그사람과 헤어진지 4년이나 흘렀습니다.

간간히 다른 남자도 만나봤습니다.

그사람과의 이별은 나를 많이 성장하게 했습니다.

함부로 말하지 않는 내가 되었고... 다른사람을 배려할줄 아는 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남자를 사랑할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어떤 남자를 만나도.. 처음에 호감이 가다가도, 사이가 진전될만하면 선을 긋게 됩니다.

스킨쉽도 싫어졌고... 누군가가 나를 만진다는 사실도 싫고..

어차피, 남자들은 다 똑같을꺼라는 바보같은 생각에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더군요..

제대로된 사랑한번 못해본것 같습니다..

그러던중.. 작년, 난치성 희귀 소화기관 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말그대로, 전세계 2프로 발병률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은거죠...

 

그냥 이제 삶이 고단하다는 생각뿐이더군요..

어릴때부터 항상 느껴왔던 체증... 짜증스러움... 한달에 한번씩은 응급실을 가야했던 지난날들... 그저 위염이겠지..위궤양이겠지..라고 치부했던 어리석음들이 다 싫어집니다..하긴.. 병원에서조차 단순 위장장애로만 진료해서 항생제 투약이 전부였으니까요..

 

내장들이 꼬이는것같은 통증과..열개가 넘는 알약들..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서 그저

이약저약 생체실험하듯 다 써볼수밖에 없는 처지에...

 

몇년만에 울컥하면서 그사람 생각이 나더군요..

 

용기를 내어 문자를 보내봤어요.

잘지내는지 궁금하다고...

4년만에 쌩뚱맞게시리..

2시간이 넘게 답장이 오질 않더라구요.

여전히 나는 꼴도보기 싫은 존재로구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시 다잡을 무렵,

전화가 왔습니다.

 

잘지내냐고...

결혼했냐고...

 

저도 되물었습니다.

결혼했냐고.. 30대 중반에 들어섰으니, 이제 자리잡고  편하게 살겠네...라며.

 

결혼 아직 안했다고 하더군요.

아직 자기 젊다며 웃더군요...

 

근데 난 왜 주책없이 눈물이 나는 걸까요.

속으로 울었습니다.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30분정도 한것 같아요..

속으로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얼마나 바라던 전화통화였는지...

내가 얼마나 듣고싶었던 목소리였는지...

다잊은줄 알았는데, 이젠 다시만나도 별 감흥따윈 없을줄 알았는데..

난 아직 그사람을 전부다 잊진 않고 있었나 봅니다...

 

1년 조금 안된 여자친구가 있다더군요.

결혼은 그럼 언제하냐고 물으니.. 아직 생각 없다고 하더라구요..

30분가량 통화하면서...

바보같이 정작 묻고싶은건 하나도 못물어봤습니다.

어색하기도하고... 또다시 부담주게될까 괜히 걱정되서..

얼토당토않은 일상얘기만 주구장창 했네요..

사실은..

 

4년전 헤어진 이유가 뭐냐고...

뭐가 그렇게 힘들었냐고...

내가 그땐 너무 철이 없어서 못되게 굴었던거 미안하다고...

이제 나이들어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해도 나같은 여잔 너무 힘들었을꺼라고...

지난 4년간 내생각같은건 해본적 없냐고...

그치만..단 한마디도 못한채..그렇게 끊었네요.

 

자주 연락하겠다고 하더군요.

 

전화를 끊고... 4년만에 처음으로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4년만에 흘린 눈물이었어요..

4년동안은 슬픈영화를 봐도 슬픈 다큐멘터리를 봐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뭔가 가슴속에서 펑~ 하고 터지면서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강한척.. 아무렇치도 않은척... 나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할정도로 자기최면을 걸정도로

나는 꿋꿋했고. 그사람을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래서 잠도 오지 않네요.

오늘에서야 또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는... 정말로 그사람을 사랑한거였구나...

이게 진짜 사랑이라는 거구나..

어린나이에 한때.. 철없이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대했던 내 행동이..

그땐 어려서 몰랐는데... 내마음이 이렇게 컸구나...

4년이라는 시간  길수도, 짧을수도 있지만...

미움과 원망으로 포장하고 있었지만...

겨우 전화한통으로 다 녹아내릴만큼.. 어쩌면 나는 그사람을 기다렸나보다...

하지만.. 가질수 없다는걸 너무 잘알아요.

이제는 너무 늦었다는걸 저도 너무 잘알지요...

그래서 가슴이 아플뿐입니다.

 

그냥... 이제 조금이나마 마음이 후련해졌어요.

그사람에 대한 미움같은거..원망같은거...이제 조금 덜어버릴수 있을것 같아요.

이제는..그사람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혼자 울게되는 새벽이네요...

 

 

추천수42
반대수2
베플본좌가말하니|2010.01.20 04:28
김경호의 " 이수 " 들어 보세요... 그리고.. 충분히 님은 많이 성장하셨습니다.. 29살이란 나이와 몸이 아픈 환경때문에.. 과거를 후회하고 다시 한번 돌아보며 매번 뉘우치는 삶도.. 충분히.. 글에서 느껴집니다. 아쉬움도 참많은거 압니다. 그렇기에 자신을 돌아본 소중한 시간을 준 남자친구를 이해하려는 마음도.. 잘 느껴지네요.. 이미 가치 있는 여성이 되었으니 29살이란 나이가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몸조리 잘하시고.. 좋은 노래 좋은 경치들 보면서.. 사람들도 만나가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세요... 점점 나이가 들면 알게 될겁니다.. 복수라느니.. 증오라느니..는 결국.. 허상에 불과 했구나.. 그보다.. 더 가치 있게 살수 있었는데 라고... ^^ 힘내요.. 저 또한 한 2%는 아니더라도 5% 안의 난치병을 가지고 있지만.. 별거 아니라 생각합니다. 통증이란게.. 참 우스운게..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지더군요. 이제는 뭐.. 왠만한 살 꼬매는것.. 과.. 같은.. 것은 마취 없이도 꿰어맬 만큼.. 몸이 적응 했더군요.. ㅎㅎ.. 29살이란 나이.. 너무도 할수 있는것도 많고.. 하고 싶은게 많을 나이입니다.. 미련 없이 1년 보내고.. 30을 맞이 하시며.. 뜨는 해를 바라보고.. 흐뭇하게.. 웃고 있으실.. 그날 누군가 옆에 있지 않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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