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펌]네이버 영화 <그남자의 투루 로맨스...안성기>

여유 |2010.01.22 16:29
조회 2,233 |추천 0

안성기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페어러브]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편안한 모습이다. 이 영화에서 만나는 그의 얼굴에선, 오래 되어 몸의 일부가 된 듯한 청바지를 입었을 때의 안락함이 느껴진다. 자신보다 인생을 절반밖에 살지 않은 '젊은 여인'과의 로맨스. 그 설정만 들으면 아슬아슬하고 처절하며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연상되지만, [페어러브]는 즐겁고 유쾌한 안성기의 '트루 로맨스'다.


글 l 김형석(영화 저널리스트)        구성 |  네이버영화

그 남자의 트루 로맨스, [페어러브]의 안성기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 형만(안성기)은 그 친구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사기 당했다. 죽어가는 친구는 형만에게 유언을 남긴다. 자신의 딸 남은(이하나)를, 가끔씩이라도 돌봐 달라고. 그토록 미웠던 친구지만, 마지막 말 앞에서 형만은 약해진다. 평생 카메라 고치는 일을 하며 살아온 형만. 그는 작업실 근처에 살고 있는 남은의 낡은 집을 찾는다. [페어러브]에서 50대 초반의 노총각과 25세의 대학생은 그렇게 만난다.

1950~60년대 충무로를 대표하는 아역 배우였지만 안성기는 성인 연기자로 다시 데뷔했고, [바람 불어 좋은 날](1980)로 두각을 나타내며 당시 한국영화계의 새 바람 속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맡아 왔다. 김수영의 시에 나오는 '풀'처럼, 그는 한국영화가 필요로 하는 방향대로 기꺼이 흔들려 주었던 존재였다. 그는 시대의 요구에 충실했고, 왕부터 걸인까지 그가 맡지 않았던 캐릭터는 거의 없었다. 그는 끊임없이 얼굴을 바꿔야 하는 변검술사였다.

[페어러브]가 반가운 건, 이 영화엔 안성기의 진짜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진행되는 화면 속에서, 그는 연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그냥 그렇게 있는 듯하다. 그리고 사랑을 한다. 그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안성기의 이런 모습은 우리에겐 조금은 낯선 '잔잔한 울림'이다.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인터뷰에서 오갔던 말투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5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사랑'이라는 설정에 심각하고 진지한 영화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유쾌한 부분이 많았던 영화였어요.

처음 장면은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 친구의 '죽음'으로 시작하니까.

3년 전에 제안 받으셨던 영화라고 들었어요.

어느 영화사에서 하려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머물러 있었지. 그래서 내가 배급사와 연결을 시켰고.

제작자나 감독이 아닌 배우로서 굳이 그런 역할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이 영화에 그런 애착을 가지셨던 이유가 있으셨나요?

시나리오가 좋았고, 이런 시나리오가 영화화되지 못한다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설정이나 주제 자체는 새로운 게 아니지. 사랑 이야기니까. 하지만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카메라 밖의 안성기(왼쪽. 현장 사진)와 [페어러브] 안의 형만 사이엔 큰 차이가 없다. 인터뷰나 사석에서 그를 만났을 때의 그 느낌은 [페어러브]에 그대로 살아 숨쉰다. 최근 10년을 살펴보면, 대부분 장르 영화의 정형화된 캐릭터를 맡으셨는데 [페어러브]는 그런 점에서 정말 오랜만에 맡으신 일상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연기하시면서 잔잔한 재미도 있으셨을 것 같고요.

상황과 대사가 재밌으니까, (이)하나가 자꾸 웃어서 NG가 많이 난 장면들이 있어요(웃음). 형만이 남은의 집에서, 옷에 커피 엎지르는 장면 있잖아? 그래서 남은 아버지의 옷을 입는 장면. (알고 보니 그 옷이 형만에게 빌려간 옷이라서) 거기서 내가 "이거 내 거야" 그러는데, 내 눈빛이 되게 웃겼나 봐.(웃음) 그 억울한 눈빛 있잖아. "남은이는 빨래 잘 해서 좋겠구나" 같은 별 거 아닌 대사들도 그렇고. 그리고 [페어러브]는 일상적인 톤의 대사여서 편한 부분이 많았어요. 다른 영화들은 대사를 많이 외워서 나가거든. 영화적인 대사들이 많으니까 앞뒤가 바뀌어도 안 되고 조사가 바뀌어도 안 되고. 그런데 이번엔 그냥 나오는 대로 했는데 너무 편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편하셨던 영화가….

[라디오 스타](2006) 정도였지.

'형만'이라는 역할을 떠올렸을 때, 선배님 외엔 딱히 생각나는 배우가….

없다고들 그러더라고…(웃음).

시나리오를 읽으시면서 어떤 공통점을 느끼셨나요? '이건 정말 나랑 똑같다' 이런 느낌을 받으셨던 부분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뭐라고 할까…. 나이는 들었지만 그렇게 (세상 속에서) 닳지는 않은 느낌?(웃음) 형만이 오랜 세월 동안 카메라 고치는 일만 했잖아. 나도 몇 십 년 동안 영화만 해왔고….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는 멜로 영화에 미숙해요. 그런 영화를 거의 해본 적이 없어서, 멜로적인 표현에 약하고. 눈을 조금 게슴츠레 뜬다든지, 이런 걸 잘 못하는 거지(웃음). 그런 모습도 형만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보는 내내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의 '영민'을 생각했어요.

어,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어떤 기자였나?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영민이가 결혼 안 하고 혼자 계속 살았으면 [페어러브]의 형만처럼 되었을 거라는 거지. 맞아, (형만에게) 그런 모습이 있긴 해.


[기쁜 우리 젊은 날](왼쪽)의 영민과 [페어러브]의 형만 사이엔 유사성이 있다. 그들은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성실한 남자이며, 순애보의 주인공이다. 차이가 있다면, [기쁜 우리 젊은 날]이 약간은 동화적인 색채라면, [페어러브]는 좀 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톤이다.


안성기의 트루 로맨스살펴 보니까 로맨스를 보여주신 영화가, 다섯 편도 안 되시는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없을까요? 시나리오는 많이 받으셨을 텐데….

당연히 많이 받았지.(웃음) 1980년대엔 특히 많았고. 그런데 내가 의도적으로 많이 안 한 부분도 있어요. 세상이 바뀌고 있었고, 그러면 영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1970년대에 못했던 이야기를 이젠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임권택 감독님, 이장호 감독님, 배창호 감독, 정지영 감독 등을 만나게 된 것도 큰 이유였고. 사실 사랑 이야기는 너무 많이 했으니까. 그러면서 멀어지고, 멜로 시나리오도 점점 안 들어오고….(웃음)

로맨스 영화가 별로 없으신 건, 20대 초반의 청춘 스타 시절이 없으시기 때문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부분에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사실 20대 청춘 스타 시절은 배우 인생에서 아주 짧게 누릴 수 있는 시기잖아요.

그런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웃음) 청춘 스타라는 이미지는, 누리다가 몇 년만 지나면 마치 청춘이 가 버린 것 같은, 꺾여 버린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 다행일 것까진 없지만, 나는 청춘 스타 시절이나 그런 이미지와 외모가 없었기에 더 좋지 않았나 싶어요. (청춘 스타로 부각되었다가) 꺾이는 아픔이 없었기에 오히려 더 오래 갈 수 있었던 거지.

소년의 수줍음과 중년의 원숙함이 공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냥 시나리오에 맡기고 편안하게 가니까 그런 부담감은 없었어요.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느닷없이 눈물을 터트리며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조금 감정이 모자라지 않았나 싶어. 부끄러워서 숨기며 우는 건 좋은데, (다른 인물에게) 가리기까지 하니까 너무 답답했고. 어른이 아이처럼 우는 느낌이 났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덜 산 것 같아서 아쉬워.

CF로 대중화된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가 너무 어필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어요.

찍으면서 그런 건 없었는데, 며칠 전에 어느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는데, '안성기' 그러면 뭐가 제일 먼저 생각나느냐고 물으니까 다들 '커피'라고 그러는 거야(웃음). 26년 동안 커피 CF 모델을 해왔으니… 그 이미지가 정말 강한 모양이더라고. 새삼 느꼈어요. 젊은 사람들은 그럴 거 아니야? 자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커피 이야기를 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커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아직도 TV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고(웃음).


안성기가 [페어러브]에서 안타까워 하는 장면(왼쪽). 화면 후경에서 흐느끼는 장면인데, 감정이 조금 모자랐다고 생각한다. [페어러브]에서 안성기는 '50대 노총각'이지만 늙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엔 젊은 느낌의 의상(오른쪽)이 큰 역할을 했다.영화에서 '노총각'이라는 캐릭터는 일반적으로 희화되거나 전형적인 타입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선배님은 '50대 노총각'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길 바라셨는지요.

나이는 분명히 들었는데 생각은 젊은 사람? 그래서 청바지에 티셔츠에 남방 차림의 편안한 옷차림으로 갔고.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이지만 나이 든 사람이 입어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옷차림 있잖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그랬어. 나이는 들었지만 징그럽지 않고 귀여운 아저씨라고.(웃음) 그런 아저씨로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야 영화도 사는 거고. 마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칙칙한 느낌이라면 조금 그렇잖아?(웃음) 젊은 사람이든 나이가 든 사람이든 보면서 '저 나이에도 저런 감성을 가질 수 있구나'라는 희망적인 느낌을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남은이 형만에게 "아저씨 예뻐요" 그러잖아요. 인상적인 대사였어요. 예쁘게 나이 들어간다는 게 어떤 걸까 생각하게도 되고요.

예쁘게 늙는다는 거…. 영화에서 남은이, 형만이 일을 집중해서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얘기를 하잖아? 열정 같은 걸 본 거겠지.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모습들을 보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무 긴 세월 동안 봐왔기에 '안성기'라는 배우의 연기와 그 호흡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페어러브]의 몇몇 장면에선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어떤… 장면에서?

연기를 하시다가 어느 순간 연기를 안 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 그냥 서 계시거나, 아무런 표정도 없다거나…. 그런 부분이 예전에 보여주셨던 호흡과 다르다고 느꼈어요.

시나리오의 요구도 그렇고 신연식 감독의 의도도 그랬지. 나 자신도 그랬고. 이전에 많이 했던 장르 영화들에선 규격화된 모습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지만, 이번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게 좋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래서 대사도 꼼꼼히 외운다기보다 대충 보고 머리에 남는 인상으로 연기했고. 애초부터 모든 걸 자유스럽게 풀어놓은 것 같아. '연기하지 않는 것 같은 연기'를 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예전에 했던 연기를 보면 자꾸 계산이 보이는 것 같고 습관적인 것이 나오는데, 그런 게 참 싫더라고.


[페어러브]에서 안성기는 애써 연기하지 않는다. 피사체로서, 배경으로서, 가끔은 별 표정 없이 무심하게 한두 마디 말을 던지는 주변인처럼, 그렇게 화면 안에 존재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계산이 아닌 '존재감'으로 연기하고 있다.
나이 들면서 잃어가는 것들과 쌓이는 것들'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페어러브]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잃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영화라는 생각도 들어요. 배우로서 선배님에게도 그런 것이 있으신지요.

그런 거 있지. 악역을 하기가 쉽질 않아져.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착한 사람'으로 이미지가 굳어져서. 악역을 하면, 다양하게 하는 건 좋은데 그건 좀 안 맞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고. 그건 작품의 완성도와도 관계가 있겠지. 괜찮은 작품이라면 "악역이라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그래도 선한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런 거지.

1980년대엔 비열한 역도 많이 하셨는데, 1990년대부터 그런 이미지가 조금씩 사라진 것 같아요.

이런 부분도 있을 거야. 제의가 들어왔던 영화 중에, 선한 이미지가 아닌 작품들이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안 했던 거. 그리고 나쁜 얘기를 해서 좋은 결말을 보는 것보다는, 좋은 얘기를 해서 좋은 결말을 보는 게 더 좋다는 생각도 있었겠지.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맙시다"보다는 "굿 다운로더가 됩시다"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우는, 그런 마음?

그런 부분이 배우로서 마이너스라는 생각은 혹시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내 그릇이 이런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곤 했고. 이것저것 다 한다는 건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잭 니콜슨 같은 배우는, [샤이닝](1980)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는 완전히 다른 영화인데도 그 배우가 가지고 있는 건 있단 말이지? 그건 그 사람의 그릇인 것 같아. 나도 그런 이미지가 있는 거고.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까 굳어지는 것? 내 의도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내몰려서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같은 경우는 어떤 경험이셨나요?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지. 그래도 이 인물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자식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아버지의 상가로 간다는 부분이 조금은 위로가 되더라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나쁜 인물이고, 그러기에 너무 멋있게 나오면 안 될 것 같고…. 그게 참 힘들더라고(웃음).


안성기는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강한 캐릭터를 맡는 '희귀한'(?) 배우다.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상단 왼쪽).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무사](상단 오른쪽)는 그가 조연으로서도 무게를 잃지 않았음을 증명한 영화다.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실미도]의 최 준위(하단 왼쪽)와 한중일 합작영화인 [묵공]의 장군 항엄중(하단 오른쪽). 그는 2000년 이후 왕, 대통령, 장군, 지휘관 같은 리더 역을 많이 맡는다. 그러한 역할들은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형만이 긴 세월 동안 카메라를 수리하는 사람이라는 설정이 퍽 인상적이었어요. 어쩌면 선배님이, 한국영화계에서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고요

허허허.

30대셨던 1980년대엔 문제 의식이 강한 영화들을 주로 하셨잖아요?

시대가 그랬지.

1990년대엔 여러 감독들의 영화에서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하셨고요. 이제 2010년인데, 지난 10년 동안 선배님이 선택하신 영화들을 뒤돌아보시면, 어떤 느낌들이 드시나요.

음… 주연보다 조연이 더 많았나?(웃음) 비중이 어떻게 되지?

조연이 절반 조금 넘는 것 같아요. [킬리만자로](2000) 같은 영화가 조금 애매하긴 하고요.

그래도 그건 주연으로 봐야지(웃음). [무사](2001)는 어떻게 되지?

그 영화는 조연으로 보셔야죠.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 타셨으니까.(웃음)

그런가? 허허허. 생각해보면, 지난 10년엔 그런 역할이 많았어. 조연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존재감이 아직까지는 있는, 그런 역할을 많이 한 것 같아.

2000년 이후에 오히려 캐릭터들이 더 강해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실미도]처럼 육체적 강인함을 필요로 했던 역할도 있었고요.

원하진 않았는데…. 사실 [실미도]의 최 준위는 기존의 내 이미지와 거리가 있어. 강우석 감독이 "형, 이거 갑시다!" 그래서 간 거고.(웃음) 나와 닮진 않은 캐릭터지만, (지난 10년 동안) 그런 식으로 우두머리나 대장 같은, 사람들을 끌어가는 역할을 많이 하게 된 거지. 이런 건 나이가 주는, 그런 건가 봐. 난 원래 숨어 있는 이미지였는데…(웃음).

그리고 과거엔 영화에서 선배님의 얼굴을 보면 감독의 얼굴이 보였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선배님의 얼굴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페어러브]가 특히 그런 것 같아. 대사도 내가 일상적으로 쓰는 톤이고. 그거 있잖아. 약간 굼뜨고 "어, 어" 그러는. 예전엔 주제가 강한 영화를 많이 하다 보니까, 연기보다는 주제가 앞서는 경우가 많았지.

마지막으로,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애착이 가는 작품들이 있으시다면….

[킬리만자로]의 '번개' 역은 내가 참 좋아해. 그리고 [개그맨](1989) [영원한 제국](1995) [남자는 괴로워](1995) [축제](1996)…. 임권택 감독님의 [오염된 자식들](1982)도 참 묘한 영화였지. 안 그래도, 그런 영화들 모아서 영화제 한 번 하려고 해.(웃음)


긴 세월 동안 아날로그 카메라를 고쳐온 [페어러브]의 형만은, 수십 년 동안 오로지 영화만을 고집해온 안성기의 연기 인생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고, 충무로의 격변 속에서도 장인처럼 내공을 쌓아왔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