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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Décembre 2009
잠이 들지 않아 보드카를 한 잔 마셨다. 치즈가 간절히 땡겼지만 그
냥 잠이 들도록 노력했다. 전기장판의 열기와 취기에 어질어질했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날씨가 꽤 흐릿하다. 매일 아침 문을 나서기
전에 비가왔나 싶을 정도로 땅이 젖어있다. 아무래도 물청소를 매일
하나보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아님 내가 게으른 건가. 시계를 보니
한국은 저녁 6시다. 얼추 활동시간이 맞물리니 무슨 조화인가 한다.
유레일 패스를 끊기 위해 Gare de Lyon으로 갔다. 호그와트 마법학
교로 가는 열차가 줄줄이 서 있다. 유럽 사람들은 마법을 한다고 해
도 의심치 않을 것 같다. 맨인블랙 처럼 갑자기 외계인으로 변해도
어머 한 마디면 충분할 것 같다. 인포에 '유레일패스는 어디서 끊나요?' 라고 물어보니 각자 말이 틀리다. 유리창 하나를 두고 나는 마
이크에 말을 하고 그들의 말은 스피커를 통해 들린다. 그냥 들어도
다 들어먹을까 말까인데 투명아크릴이 공기마저 차단한 듯 '뭐라구
요?'만 연발하게 된다. 듣기 평가보다 말이 두배는 빠르다. 하지만
다행히 패스를 끊고 내일 출발하는 기차까지 예약했다. 독일.
프랑스가 좋아 프랑스만 여행했던 때와 달리 다른 나라로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Stephan이 있어서 가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다. 독일가서 뭐하지. 그런 생각이 든다. 역을 나와 또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휴가철이라 여행객이 반 이상 되는 듯한 자연사박물관
에는 아이들이 많다. 콧대며 눈망울이며 볼때 마다 잡아오고 싶단
생각이 든다. 어휴. 말도마. 한참 센강을 따라 걸어가니 아랍문화원
이 나온다. 아랍 사람들은 돈이 많다. 챠도르를 쓴 여인들의 손엔 무
조건 샤넬 아니면 루이비통이다. 그들만을 위한 로고가 새겨진 챠도
르가 있으니 말 다했다. 한국인을 위해선 안만들어주나. 우린 석유
가 없으니 가난하다. 아랍 사람들이 지은 건물을 보며 느낀다. 아침
도 먹었는데 배가 고프다. 지나가는 레스토랑은 온통 들어가고 싶
다. 팡테옹이고 소르본이고 레스토랑이 급선무가 되었다. 사람 없는
데 보단 적당히 있는 곳, 분위기가 아담한 곳, 가격이 저렴한 곳. 찾
을 땐 분명히 나타나지 않는다. 게눈 감추듯 제 모습을 감추니 걸음
은 더욱 빨라진다. 결국 아무데나 들어가기로 했다. 치즈버거가 굉
장히 맛이 좋다. 후렌치 후라이도 예술. 케찹은 6개나 먹었다. 커피
를 2시간 동안 마셨다. 그리고 나니 비가 왔다. 팡테옹이 보였다. 한
참 사진을 찍고 놀고 있으니 비가 더욱 많이 왔다.쇼핑을 하기 위해
다른 거리로 나섰다. 예전에 갔던 멀티샵을 찾아 헤맸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낮과 밤이 완전히 틀린 파리는 마법의 도시인가 보
다. 빈티지 가게에서 사고 싶은 원피스와 쟈켓을 발견했다. 찾아보
고 없으면 꼭 사야지. 하지만 다시 그 가게를 찾을 수 있을 진 의심
이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치즈 버거는
뱃속에 그대로.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내일 첫 기차로 뮌헨에 간
다. 슬슬 짐을 싸야지. 짐 싸는 건 이제 예삿일이 되어버렸다. 필름
도 비디오카메라도 모두 쓸 수 있으니 더 많이 기록해야 겠다.
그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니까. Bon nu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