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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여자친구와 곧 결혼합니다.

봉고씨 |2010.02.01 12:15
조회 3,303 |추천 7

안녕하세요. 호주 시드니에 살고있는 28살 직딩 청년입니다.

일본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마음이 좀 갱랭스럽기도 하고

혹시라도 외국인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 분이 보실까 해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

 

여자친구를 처음으로 만난건 3년 전이었습니다.

대학생이었던 저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스페인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습니다.

라틴계 친구들의 파티는 항상 끝내주게 재미있다고 정평이 나있기 때문에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파티에 갔고,

그 파티에서 단 하나뿐이던 아시아계 여자아이가 바로 그녀였습니다.

 

당차고 말이 잘 통하는게 마음에 들었고, (사실 그 때까지는 일본인들이 대체로 너무

쑥쓰러움을 많이 타고 속마음 이야기를 잘 안해서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파티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몇 번 만나면서 연인사이로 발전했는데,

막상 연인이 된 후 알게 된 것은 그녀가 불과 몇 달 후에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장거리 연애는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던 터라, 우리는 다가오는 D-day에 쫓겨가며

정말 하루하루를 불(!)태우듯 연애를 했습니다.

이미 끝나는 날자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하는 연애는 정말 잠깐 삐질틈도, 싸울틈도,

질릴틈도 없이, 어떻게보면 정말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읽고 계신분들 손발 오그라드는거 케어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출국하기 이틀 전에 그녀가 갑자기 비행기 티켓을 버려버리면서 한 달 더 같이 지내게

되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문자와 메일, 가끔씩 거는 비싼 국제전화는 호주 - 일본 이라는 어마어마한 거리 앞에

무력했습니다. 중간에 Skype 라거나 국제전화 할인카드라거나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기는 했지만, 둘다 학교다니랴 일하랴 점점 뜸해져갔구요.

 

그렇게 몇 달이 또 지나고, 별거 아닌걸로 다툰 후 거의 연락도 안하던 때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알아보는 와중에 친한 일본친구 하나가

일본에서 결혼식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들러리를 서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모든 남자들이 조금 허세(?)부리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친구의

경우에는 자기가 호주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알던 친구가 외국에서부터 일본까지 와서

축하를 해주고 또 하객들이 알아먹든 말든간에 영어로 축사를 해주는 모습을,

자기 일본친구들이나 신부, 장인 장모께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군요.

 

비행기 티켓을 호주 시드니 -> 나리타 국제 공항 (stop over 3박4일) -> 인천공항 으로

끊고 일본으로 갔습니다. 친구가 무료숙식까지 제공해줘서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비싼 호텔에서 공짜로 묵으며 두근두근 했더랬습니다. 말이 잘 안통해서 답답하기는

했지만(일본은 한국이랑 다르게 호텔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영어가 잘 안통합니다),

나름 부르주아가 된 기분을 느끼면서 들러리들이 하는 잡일도 하면서 친구랑 잡담도

하면서 그렇게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식장으로 들어오더군요.

 

Facebook이라고 한국식으로 하면 cyworld와 비슷한 사이트가 있는데, 한국을 제외하면

많은 나라에서 쓰는 개인 사진첩 형태의 사이트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그걸 통해서

내가 그 친구의 결혼식에 오기 위해 일본에 온다는걸 알게 됐고, 제 친구에게 (cyworld

식으로 말하면) 일촌신청을 해서 저를 보러 식장까지 온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시작했고, 저는 한국에 부모님 뵈러 갈때면 항상 일본 경유로

여자친구를 만났고,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여자친구가 한국에 며칠간 저를

보러 오곤 합니다. 한 번은 여자친구가 호주로 휴가를 오기도 했구요.

저는 일본어, 그녀는 한국어 공부를 쭉 했어요.

 

그렇게 오고가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부모님을 몇 번 뵙게되는 일도 생기고,

혼담도 오가게 되고, 더더욱 운이 따라줘서 그녀가 올해 3월부터 호주의 Toyota 지사로

발령까지 나서 둘 중 하나가 직장을 포기해야 되는 일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일이 좋게만 풀리게 되고 이제 결혼날짜까지 잡히고 나니 덜컥

불안해지네요. 이제와서 후회하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서로 만나는 일만 해도

쉬운일이 아니어서, 결혼 후에 어떤식으로 해나갈지는 너무 신경 안쓴건 아닌지 조금

걱정되기도 하구요.

 

아이가 생기면 어떤식으로 한국어 일어를 가르쳐야 할지.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제 부모님 앞에서, 혹은 아내의 부모님 앞에서 어르신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를

쓰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언제쯤 가르치는게 좋을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아요.

 

곧 결혼할 국제결혼 커플에게 덕담 한마디씩만 해주시길 부탁드리며,

혹시 현재 국제결혼 하신 분이 계시다면 충고도 몇마디씩 부탁드립니다.

 

판 여러분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

 

추천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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