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참고로 진짜 레알 실화임다;;
www.cyworld.com/jae_hyung
음. 안녕하세요.
참고로 이 일은 3년전의 일입니다; 오늘이 전역한지 888일째 되는 날이네요;;
저는 의경으로 군 생활을 했습니다.
뭐 시위 진압 관련한 의경의 질타 여부는 pass~ 전 교통이였으니까요^^;
때는 바야흐로 2007년 1월
정말 심히 추웠던 겨울날이였습니다.
뭐 여느때와 다름없이 밤 11시 부터 저희는 음주단속을 하기 위해
신촌로 부근에 나갔습니다.
자정 즈음에 얼마나 추운지 아시죠 ㅠㅠ
한시간 정도만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으면 온몸이 다 꽁꽁 업니다.
특히 발가락.. 양말을 두겹 신어도 참 시려워요;;
그렇다고 경찰복장에 어그부츠를 신을 수도 없고;;
아 물론 경찰용 털신이 있기는 한데 직원용이지 저희같은 의경은 신을 수
없습니다;;
보통은 맞교대로 1시간씩 근무를 했는데 (쉬는 동안은 경찰차 안에서 몸 녹이기)
한 30분이 될 때까지는 견딜만 합니다.
그러다가 30분에서 50분 까지가 제일 괴롭습니다;; 50분 부터는 10분만 더 참으면
따스한 경찰차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좀 낫구요;;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제가 한 45분 째 (극심한 추위의 고통에 시달릴때) 근무를 서고
있을 때 였던 것 같습니다.
온몸이 꽁꽁 얼어서 말도 잘 안나오고 당연히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기계적으로
"실례하겠습니다 음주 단속 중입니다" 하고 측정기 내밀고
안나오면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경례하고
나오면 "내려주세요" 해가꼬 직원한테 인계하고 하는 식의 행동만을
무한 반복하고 있던 중이였습니다.
한 차가 창문을 내리고 오길래 저는 또 기계적으로 경례를 하며
"실례하겠습니다 음주 단속 중입니다" 하고 운전석으로 측정기를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운전자가 불지는 않고 "홧??"이라고 하는 거였습니다;;
얼레 이건 뭥미하고 정신을 차리고 운전석을 보니
초콜릿 같은 고운 피부를 갖고 있는 건장한 남자가 (외국인.. 심지어 흑인)
운전석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놔;;
참고로 저 그리 무식한 남자 아닙니다;;
그래도 4년제 인서울 간신히 다니고 있구요;; 토익도 뭐 졸업 대체할 만큼은 나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선 너무 추워서 인지 당황해서 인지 영어가 안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한국말로
"음주 측정 중이니까 후~ 부세요" 라고 친절히 말했습니다.
뭐 암만 외국인이여도 한국에 있으니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도 있겠지 하는 기대였습니다.
그런데 그 흑인 왈
"Hey officer, What r u talking about?? I can't understand~"라고 하며
자신은 알 수 없다는 듯한 '양손바닥 하늘 위로 올리고 어깨 목에 붙이기' 제스처를
취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아.. 그 상황에서 간단한 영어 영작이 되지 않았던 것은
역시나 너무 추운 날씨 탓이였다고 누차 변명해 봅니다.
당황한 저는 한 2초 정도 고민하다가 흑인에게 측정기를 들이대고 작게 말했습니다.
"Say 호~오" (클럽 공연에서 많이 나오는 말투로)
"...?"
솔직히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아 외국인에게 이런 무식한 경찰의 모습을 보이다니..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외국인이라고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법은 만인에 공평하니까요;;;;;;
흑인은 잠시 당황하더니 측정기에 대고 마이크에 말하듯 속삭이더군요
"Ho~O" (역시 클럽에서 답할때의 멜로디로)
하지만 말하듯 해봐야 측정기가 반응할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건 입바람을 불어줘야 하는건데;;;;;
당황한 저는 어쩔 수 없이 외국인에게 측정기를 다시 들이대고 외쳤습니다.
"(큰 목소리로) Say ho~~~o!!!!!!!!!!!!!!"
"....?!!!"
흑인은 다시 당황하더니 알겠다는 듯이 멜로디를 섞어 측정기에 호호호~를 외쳤고
역시나 측정기는 반응이 없었습니다.orz
뒤에 차들은 한대씩 늘어가고...
그냥 보내자니 이 외국인이 내 말을 알아들으면서 음주 단속에 걸릴까봐
일부러 안 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한민국 교통 경찰 의경으로서 용납할 수가 없었던 저는 결국
운전석에 머리 집어넣고 흑인 입냄새 맡았습니다.......................
(다행히 술 냄새는 나지 않더군요;;)
흑인은 저를 미친 게이 보듯한 눈빛으로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한 제스쳐와 함께
4배속 초스피드 영어를 연사하기 시작했고
저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외국인에게 이렇게 말하고 그 차를 보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Have a good time~ welcome to Korea! hahaha....;;;"
흑인은 한 2초간 미간을 찌푸리며 저를 바라보다가
또다시 '양손바닥 하늘 위로 올리고 어깨 목에 붙이기' 제스처를 취하고는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옆차선에서 근무하던 제 후임..
"xxx님, 클럽 오셨습니까?" 하며 키득거리길래.....
교대 늦게 시키고 근무 20분 더 세웠습니다............
아, 기본적인 생활 영어는 항상 준비해서 머리속에 영작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 날이였습니다.
그 후로 저는 외국인 생활 민원에 충실한 의경이 되기 위해 회화를 연마했고
다행히 전역 전에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go straight xx blocks와 turn right와 turn left를 조합한
간단한 영어로 길 안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교통의경 출신 인증 샷입니다..
저희 서 교통의경의 경우 무전기의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경우를 대비해서
근무시 휴대폰 소지가 계장님 허락하에 일부 가능했음을 밝힙니다.
아 그리고 교통 깔아지니~ 뭐 하는 군필분들 태클은 반사입니다;;
저도 교통으로 차출되기 전까지는 좀 빡신 기동대에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들 음주운전 하지 마세요~
저도 말년에 도주하는 음주 차량 잡다가 뺑소니 당해서 고생좀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