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이 2일 부산 전교조의 ‘反APEC’ 동영상 교육자료를 시청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연일 부산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반대 동영상 교육자료를 문제삼고 있다. 이참에 전교조를 무력화시킬 듯한 태세다.
‘우리아이 바르게 키우기 특위’를 구성했고, 3일에는 임태희, 김기현 의원 등이 부산교육청을 방문해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2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었다. 의총에선 부산 전교조의 반APEC 동영상을 다같이 봤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므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이런 것을 배운다면 차라리 홈스쿨링을 하겠다”(전여옥 대변인) “교육기본법과 교육부 지침, 교사의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했다”(이군현 의원)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고, 교육부는 방임·이용한 측면이 있다”(김기현 의원)는 주장도 나왔다. 한나라당은 대(對) 전교조 공세를 두고 “학생들에게 과잉된 이념과 편향된 사고를 주입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회 일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을 가르치는 교육”(박근혜 대표)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미 몇차례 언론에 보도된 이번 사안을 뒤늦게 꺼내든 데는 다른 정치적 고려가 있어 보인다. “19세, 대학 1년생에 한나라당 지지자가 거의 없다는데, 전교조 수업 때문인 것 같다”는 김정훈 의원의 언급에서 짐작할 수 있다.
여당이 추진 중인,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학법 개정안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계산도 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이번 일은 여러 문제와 얽혀 있다. 여권의 사학법 개정 요구에도 다 얽혀 있다”고 말했다. 이슈화로 언론의 관심을 끄는 부수입도 얻었다. 여러 정황상 한나라당의 ‘전교조 공세’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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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바로미터] 송원재·서울 공항고 교사
보수세력의 '전교조 때리기'가 예사롭지 않다. '교육개혁의 장애물'이라는 비난은 점잖은 편이다. 보수언론들은 실명까지 들먹여가며 "소수 극렬분자가 강경 투쟁을 주도"한다느니, 지면을 대폭 할애해 내부의 '온건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노골적으로 내부분열을 부추기는 기획기사까지 여러 차례 실었다. 말로는 "초심으로 돌아가라"지만 초심이 흘러 넘치던 창립 당시에도 그들은 한 번도 전교조를 칭찬한 적이 없다. '현재'를 부정하기 위해 입으로만 '과거'를 미화하는 셈이다.
전교조가 엄연한 사회단체인 이상 여론의 비판과 검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비판이 비판답지 못하고 자기 입맛대로 길들이기 위해 딴죽을 거는 것은 곤란하다. 요즘 보수세력이 전교조 비판의 전제로 삼는 몇 대목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제가 오류 투성이라면 결론 또한 오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입제도나 평준화가 불거질 때마다 보수세력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들먹인다. 부유층이 양질의 교육을 독점하는 건 정당한 권리행사이므로 막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공교육의 기본정신을 모르는 말이다. 현행 헌법 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못박고 있다. 요컨대 '평등주의 교육'은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이다. 그것도 능력에 따른 개인차를 인정하는 '기회의 평등'이다.
그런데 보수세력은 이걸 무조건 틀에 맞춰 잘라내는 식의 '기계적 평등'으로 슬쩍 바꿔치기 해서 '평등주의의 늪'이라고 매도한다. 그것은 부유층의 교육기회 독점을 정당화하려는 교묘한 말장난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공교육은 '평등의 늪'에 한 번도 흠뻑 빠져본 적이 없다. 사교육비는 계층과 지역에 정확히 정비례하고, 공교육비 중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특목고가 만들어지면서 평준화도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요즘 개천에서는 용은커녕 이무기도 나지 않는다.
교원평가 논란도 비슷하다. 보수세력은 공교육 실패의 주된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기며 교원평가에 반대하는 전교조를 '철밥통'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공교육 실패의 주된 원인은 관료화된 교육행정과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 부유층이 주도하는 입시경쟁과 사교육이다. 교원평가를 도입해도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이유다. 외국사례를 봐도 교원평가로 교육의 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공교육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통제가 강화되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보수세력이 교원평가와 전교조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 책임을 뒤집어씌울 '속죄양'일 지도 모른다. 만약 그 속죄양이 평등주의 교육에 확신을 가진 전교조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송원재·서울 공항고 교사 보수세력의 '전교조 때리기'는 사회전반의 보수화 흐름과 결코 무관치 않다. 그들은 경쟁력을 앞세워 사회 공공선을 부정하고, 저항하는 이들에게 철밥통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깨지지 않는 '황금밥통'을 가지고 있다. 자기 몫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은 '경쟁력 저하의 주범'이 됐고, 그들은 남의 몫까지 챙겨가며 '한국경제의 일등공신'이 됐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지금 전교조는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는 보루가 돼 있다. 보수세력의 '전교조 때리기'는 공교육에 대한 동시다발 공격의 일환이고, 교원평가는 그 전초전이다. 그 보루가 무너지는 날, 우리 공교육은 가진 자들의 권력과 재산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보수세력의 '전교조 때리기'를 특히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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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빨갱이 매도' 보수단체 손배 판결
친일인명사전 편찬작업을 맡은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을 '빨갱이'라고 매도한 보수 우익 단체들이 17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조용구 재판장)는 민족문제연구소 측이 '새로운 물결 21' 등 보수 우익단체 관계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의 악의적인 인신 공격과 모욕으로 원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모두 1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이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을 '패륜아', '정치모리배', '빨갱이'라고 비난한 것은 의견 표명의 한계를 넘어선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공산화 숙청과 주체사상을 옹호한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조용구)는 민족문제연구소 이준열 소장 등이 '친일인명사전 편찬작업을 이적행위로 표현했다'며 신혜식 인터넷독립신문 대표 등 보수단체 회원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족문제 연구소를 '민족말살연구소'라고 하거나 이 소장 등을 '빨갱이'라고 한 것은 원고들을 모욕한 것"이라며 "피고들은 원고들이 입은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남북간 긴장이 완화된 상황에서 '친북' '이적행위'란 말은 더이상 처벌 위험성을 담고 있거나 반사회적 성향을 뜻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들이 정치적 이념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일 뿐이어서 명예훼손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5년 8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3000여명을 친일인사로 발표했으나 신 대표 등이 "친북세력의 이적행위"라고 비난하자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명예훼손 책임도 인정해 6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