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 글쓰는 건 처음인데... 약속시간도 좀 남았고 해서 일본 실제 노숙 체험담을 올려봅니다.
사실 공항에서 노숙하는거, 여행 몇번 다녀본 사람들은 자주 하는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공항 노숙이 금지된 공항도 있기는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 마닐라에서 홍콩으로 싸게 가기 위해 8시간을 공항에서 자다가 새벽일찍 비행기를 탔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톡에 올라와있는 공항노숙은 노숙 축에도 못끼지 않나...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호주 - 일본 경유 - 인천공항
워킹비자로 호주에 갔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10일만에 짧은 호주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시드니에서 일본을 경유, 한국으로 하루만에 가는 비행기가 없다고 합니다. 하는 수 없이 하루, 약 17시간 정도를 일본에서 체류(?)하기로 하고 17시간동안의 일본여행을 계획했었습니다. (정확히는 일본야간여행입니다...) 아무튼, 도쿄도청에서 야경을 보는 것이 공짜라고 하니 막무가내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비행기 탑승시 남은 돈은 호주불 55$ .
환전하니 3400 円을 주는겁니다. 여친이 일본에 놀러갔을 당시 신주쿠까지 왕복 기차티켓이 3000엔 정도라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다가 전화를 했습니다.
" 노숙이고 뭐고 할테니 5만원만 주세요. 밥은 먹어야죠. "
알았답니다.
ATM에서 4천엔을 찾았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터집니다. 철도승차권판매원이 영어를 잘 못합니다. 첫차가 언젠지, 막차가 언젠지 묻고 대답하는 것 까지는 막힘없이 잘 알려주더군요...기차를 언제 탈껀지 정하라고 합니다. 저는 사실 지하철이라고 생각해서 시간, 좌석이 있는건지도 몰랐고, 그냥 지하철 비슷한건줄 알았습니다. 영어 썩 잘하진 못하지만 대충 의사소통은 가능했기에 물어봤습니다.
" Do I have to choose the depature time now? " (출발시간을 골라야 되나요?)
"......?" (대답 안합니다)
" Isn't the seat flexible? " ( 좌석 없이 그냥 앉는거 아닌가요? --라는 의도로 묻긴했습니다)
"????????" (대답 안합니다)
" Ok...... I'm jumping on the train at 6:07 tomorrow . " (걍 6시7분차 줘요)
아무 말 없이 그냥 표 끊어 줍니다. 그치만 이 일본여자가 6200 엔이랍니다.
차에 타고 나서 의아해서 표를 살펴봤지만 '特'이 찍혀있었습니다. 물어보지도 않고 특실로 끊어준겁니다. 하, 열차안에서 정말 ... 답답했습니다. 남은돈은 980엔.
노숙을 하는 한이 있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했건만. 4천엔 정도가 남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표 끊기 전까진 밤새도록 먹다가 집에 돌아갈려고 생각했었습니다. 먹고 커피먹으면서 쉬고 먹고 커피먹으면서 쉬고 ... 그런식으로... 그치만 이 돈으론 라면... 편의점 라면...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도쿄도청.
공짜라고 했으니 가는겁니다 ! 도쿄도청가는길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냥 신주쿠 역에서 큰길따라 쭈욱 ~인포메이션 맵도 군대군대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45층에서 보는 도쿄 야경. 서울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그치만 홍콩 야경을 본지 두달이 채 안되었었기에 큰 탄성을 지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도쿄타워는 정말 진붉은 오렌지 빛깔이 예뻤습니다.
도쿄도청 근처 공원에서 한 끼 식사를
일단 사람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배가고파서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먹자 (ㅜㅜ) 고 생각해서 들어갔더니 왠걸, 우리나라 처럼 서서 먹을 수 있는 곳도 없었습니다... 여러곳 돌았지만 역시 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었지. 녹차와 함께 해서 500 엔.
10월의 도쿄라 그런지 쌀쌀했습니다. 데워주는 도시락.
도청 근처 노숙자 몇몇이 잠을 자고있던 공원 한 귀퉁이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남은돈 500엔
시부야의 밤거리를 거닐고 오리라 맘먹었건만 밥사먹고 남은건 500 엔...
도쿄타워의 요란한 불빛에 이끌려 불빛에 환장한 나방마냥 도쿄타워까지 걸어가보기로 맘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라주쿠로 가는 이정표가 보이는 겁니다.
하라주쿠... 어디서 많이 들어봤습니다. 아니 친구들 가방이나 옷에 하라주쿠라고 적혀있었던게 생각나서 무작정 걸어(!)가보기로 했습니다. 거지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라주쿠 어딘가 폐점한 폴로매장 앞에서 사람 구경을 했습니다.
(당시 신기했던건 사람들이 운동화를 안신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신주쿠 역 근처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앉아있을 곳이 없어서 아까 밥을 먹던 공원 그네에 앉아서 시간을 때웠습니다. 새벽 4시쯤 되니까 추워서 더이상 못있겠더군요...
뭐라도 먹고 싶어서 편의점에 가서 초코바와 차가운 녹차를 사먹었습니다.. 따뜻한 녹차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나가자마자 보이는건 캔자판기. 캔커피에는 뜨거운 음료가 있었습니다. 120엔짜리 따뜻한 캔커피로 얼굴을 녹여보려고 했습니다(천국을 보았습니다)
아 따뜻해.
그치만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훌쩍 마셔버리고 나니 또 추워지는 겁니다. 동전 긁어모아봐도 120엔 짜리 캔커피를 마시려면 20엔이 더 필요했습니다. 이 더러운 세상.
진짜 슬픕니다.
그리고 새벽 5시 반까지 공원 그네에 앉아서 무릎위에 백팩을 올려 쭈그린 채로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주위에 노숙자들이 가지고 있던 박스가 부러웠습니다.
이렇게 거지같은 도쿄여행은 마치고 ( 비록 기차는 왕복 6200 엔짜리 특급열차였지만...) 한국에 와서 며칠 지난 뒤 알고봤더니 왠걸... 5만원만 부치라고 했건만 어머니께서 10만원을 부쳐주시고 말씀도 안하셨던 겁니다. 이유없이 거지같은 노숙을 했던거죠.
그리고 또 왠걸. 가방에서 100 엔짜리가 하나 더 나오는겁니다....후ㅜㅜㅜ(아 캔커피 하나더 사먹을 수 있었는데 ㅜㅜㅜㅜ )
쓰고보니 생각보다 길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