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6일 제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군대에 있던 저는 청원휴가를 나와서 친손주로서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뤘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건국대학교 1회졸업생이시며
평소 건국 동문회 일이라고 하면
팔순이 넘는 나이심에도 달려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빈소에 그 수많은 화환들중에
건국대학교에서 보낸 화환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넘어갈만한 일이겠지만
평소에 할아버지께서 건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시고
혹여나 이제 나이때문에 생기는 건국동문인들의 장례식엔
가지는 못할지언정 안부전화라도 항상 하셨는데
정작 저희 할아버지의 빈소에는 안부전화는 물론 건국대에서 온 사람 한명 없었습니다.
정말 너무 슬펐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 살아생전 항상 제게 들려주시던 이야기는
6.25 참전용사로서의 공군이야기와
건국대학교 1회 졸업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시던 포부였습니다.
집에서 건국동문회에 연락을 안 했을리가 없잖습니까.
하지만 동문관계측 모두들 전화를 받지 않거나 동문들의 부정확한 전화번호 자료들뿐이었고
동문관계자 한 명에게 이 소식을 우여곡절 끝에 전했으나
그가 다른 동문들에게 자신이 꼭 전해주겠다고 이야기 한 뒤에도
끝내 건국대학교로부터 국화꽃 한 송이 받지 못하셨습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모교로부터
그것도 1회 졸업생이신데도 국화꽃잎 한 장 조차 받지 못하신 걸 아신다면
얼마나 애통하시겠습니까.
저희 가족들은 다시 건국동문회에 연락을 취했지만 그 후로 연락을 받지 않더랍니다.
물론 계속해서 연락을 한다면 언젠간 연락이야 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동문회에 끝까지 연락을 하자니
이제 남편을 보내 홀로 남겨진 스트레스를 받으실 할머니께서 계속 전화하는것도,
상주가 되신 아버지께서도 빈소를 놔두고 동문회에 계속 연락하기가 여간 껄끄러운게 아니셨을겁니다.
여태까지 쓴 내용이 건국동문회와 건국대학교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짧은 기간 내에 신속하게 할아버지의 소식이 학교측에 전달되지 않은 것이,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적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겁니다.
위에서 썼듯이 고령이신 어른들의 소식들은 주로 전화로밖에 이뤄지지 않을텐데
그나마 동문 홈페이지에도 이러한 소식을 전할 게시판조차 마땅하게 있지 않고
전화연결은 동문회관계자들이 다들 워낙 나이들 많으시고 받지 못할 경우가 많기때문에
저희 할아버지처럼 안타까운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봐도 마땅히 이 얘기를 적을 공간도 없는 것 같고
화장터에서 재가되어서 나오신 할아버지를 보고나서는
건국대학교 이야기를 하시며 항상 촉촉해지던 할아버지의 불그스레한 눈동자가 자꾸 떠올라서
학교측의 연락이 없다는 것에 더 애통합니다.
그래서 학교측에서 집으로 안부라도 전해줬으면 하는 소망이 너무 절실히 듭니다.
제 욕심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할아버지께서도 분명 원하실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오늘 삼우제를 지내는것을 마지막으로 내일 부대복귀를 해야하는데
시간은 새벽이고..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워서
이렇게나마 인터넷에 하소연이라도 올려보고자 글을 써봤습니다.
저처럼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서 동문회에 다니시는 가족분이 이곳에 혹여나 계시다면
동문 연락망을 확실히 알아두는게 좋을거라는 말을 해두고 싶어요.
그리고 끝으로 사랑한다는 말 꼭 해드리세요.
저는 입대한 뒤 얼마 안 돼서
군대에서 집으로 편지 보낼 때 할아버지께 용기내어 사랑한다는 편지글을 썼었는데
그 주에 바로 할아버지께서 답장으로 사랑한다고 친필을 써주셨었습니다.
이제 그 편지를 어떻게 다시 꺼내서 봐야할 지 막막하면서도
군대에 왔으니 편지로나마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는것에 대해 너무도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이것 말고도 훨씬 많지만,,
연락이 안 되었다고 그것이 학교가 잘못한 것은 아니기때문에
제 욕심만을 계속해서 적기에는 창피해지네요.
그래도 이렇게 글이나마 시원하게 안타까움을 털어놓을 공간이 있어서 한결 후련하네요.
글 긴데도 다 읽어주셨다면 고맙습니다.
그냥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들이었어요.
할아버지가 피시고 버린 꽁초들이 창가에 아직 남아있는데
차마 버릴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