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의 일본 뉘우스 (11) - 코타츠
1. 일본의 전자 상가
일본의 전자제품 상가... 하면
토쿄의 아키바(아키하바라, 秋葉原)와
오오사카의 폰바시(ぽんばし) / 덴덴타운(でんでんタウン)이
일본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유명한데,
관광객이 아니라면 최근 일본에서는
빅쿠카메라 같은 대형 양판점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쿄 이케부쿠로(池袋)의 백화점에 들렀다가
빅쿠카메라(ビックカメラ)에도 잠시 들러 돌아봤는데,
이름에 '카메라'가 붙었지만,
카메라만이 아니라 전기전자 제품 전문 매장이다.
주로 전기전자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대형 할인매장을
일본에선 '양판점(量販店, 료한텐)'이라고 하는데,
이런 가전제품 전문 할인매장은 처음에 카메라점에서 출발하였다.
그래서 도심/부도심의 대형 전자제품 할인매장은
<요도바시카메라(ヨドバシカメラ)>, <빅쿠카메라(ビックカメラ)>처럼
이름에 '카메라'가 붙은 매장이 많다.
이외에도
사쿠라야(さくらや), 야마다덴키(ヤマダ電機), 에디온(エディオン), 고지마(コジマ)... 등
전문 양판점들이 많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하이마트> 비슷한 체인점들이 여러 종류가 있다고 보면 되겠다.
그 중에서 '요도바시카메라', '빅쿠카메라'와 함께
흔히 전자제품 양판점의 Big 3로 불리는 '사쿠라야'는
베스토덴키가 2006년 인수한 바 있는데,
베스토덴키는 누적된 경영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260 개 일본내 점포 가운데 4분의1 가량을 철수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어제 <아사히(朝日) 신문>에 났다.
더불어 사쿠라야도 결국 이달(2월)말 15개 전 점포를 폐점하고
그 중 일부 점포는 빅쿠카메라에 넘겨질 모양이다.
일본에 계시는 분들은
이달 말 사쿠라야의 폐점 세일을 기대해도 좋을듯... ㅋ
여튼, 빅쿠카메라에 들렀더니,
보통 4~5만엔 하는,
간혹은 종류에 따라 10만엔대 이상의 가격이 붙기도 하는 코타츠를
1만엔 특가로 팔길래,
살까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걍 말았다.
ㅡㅡㅋ
2. 코타츠
코타츠(炬燵, こたつ)를 아십니까?
일본 드라마나 영화,
간혹은 <クレヨンしんちゃん, 크레용 신짱 : 짱구는 못말려)> 같은 만화에도 등장하던데...
작은 테이블에 전기 화로가 있고 그 위에 이불 같은 걸 덮어씌우고
그 안으로 발을 넣는, 그런 좌식 난방기구다.
억지 번역을 한다면,
코타츠는 탁상 화로(?)쯤 되겠다.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마법의 물건... ㅋ
코타츠는 일본의 중세 무로마치(室町) 시대(14~16세기)에 등장했다고 한다.
--- 참고로,
이 무로마치 시대 전기의 기타야미 문화를 상징하는 유명한 건물이 쿄토(京都)에 있으니,
바로 킨카쿠지(金閣寺, 금각사)이다.
그 당시에는 당연히 전기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탁상 아래에 숯불을 때는 형식이었다.
직접 불을 이용하다 보니
화재의 위험과 연기와 재가 날리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면서
전기로 열을 방출하는 방식의 코타츠가 되었다.
3. 온돌
한국의 난방문화인 온돌은,
사실, 한국만의 독창적인 난방 테크닉이다.
서양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
온돌이다.
그런데, 한국의 난방문화가... 좀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일단, 온돌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옛날 구들장 온돌방에서 아랫목은 지글지글 끓지만,
윗목에 떠다놓은 자리끼가 얼었다는 얘기가 있는 걸 보면,
나무와 지푸라기와 황토 등으로 만든 벽과 창호지문으로는
단열 효과도 미미했겠고,
구들장 온돌은 아랫목만 뜨거울 뿐 공기까지 덥히지는 못했겠다 싶다.
이런 이유로, 옛날 우리 조상들도 구들장 온돌에서 살면서,
겨울에는 공기를 덥히는 용도로 화로도 방에서 같이 쓴 것 같다.
그 화로에서 밤이나 고구마 같은 걸 궈먹었겠고... ㅎㅎ
어쨌건 온돌만으로 보면 에너지 효율이 좋은 편이고 훌륭한데,
그런데 이게 보일러와, 서양 구조식 집을 만나고 보급화가 되면서
그 단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을 지을 때 미리 시공을 해야 하는데다가,
제대로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요즘 경우에는 구들장이라 불리우는 돌이
같은 무게일 때 시멘트보다 꽤 비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래 온돌, 말 그대로 돌을 덥혀서 따듯함이 오래 가는 건데,
보일러 시공을 하게 되고, 아파트나 빌라 같은 다세대 주택 등
제대로 구들장을 놓지 못하는 환경과 만나서,
자갈 및 시멘트 시공을 해버리니...
거기에 더불어 집 구조가,
원래 온돌은 방 하나씩 하는 건데,
한 30 평쯤 되는 집 전체를 온돌처럼 보일러 시공을 해서
물 파이프로 바닥을 데우는 방식이니...
보일러가 낮은 온도의 물로 방 전체를 매우 효울적으로 데우지는 못하는 것도 같고...
보일러랑 온돌, 두 개를 놓고 비교해 보면
에너지 효율은 온돌이 훨씬 좋다고 하던데,
결국 지금의 물 파이프 난방방식이 연료비가 더 많이 든다는 얘기일 것이다.
4. 코타츠의 문화적 의미
일본에서도 점차 전기 온돌패널을 설치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고,
2중 샤시 창문도 늘어가는 상황이지만,
지진 등에 대비한 일본의 목조 가옥이 여전히 많은데다
가옥의 구조상 집안이라고 해봤자,
조금 과장한다면, 냉장고다. ㅡㅡㅋ
정확히 말하면,
집 내부 기온이 바깥 외부 기온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 분위기에서
코타츠는 집집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일상화된 난방기구다.
이제는 하나의 생활 필수품이고,
그들만의 문화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온돌이나, 서양식 벽난로, 그리고 라디에이터 방식 등에 비하면,
좀 번거로운 난방 방식일 수 있겠고,
세계적으로도 드물 것 같은데,
일본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양성 기후라
코타츠가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코타츠는 저 나름대로의 잇점이 있다.
휴대성이 좋고,
건물 건설할 때 전혀 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아주 간편하고 효율적인 도구라는 점,
그리고,
가족들을 모이게 만든다.
그곳 빼고는 추우니까 옹기종기 모여 앉고,
그러다보면 가족들과 이야기도 하고,
같이 티비도 보고,
노트북 올려놓고 게임도 하는...
그런 단란한 분위기를 만든다고 할까.
5. 난방 방식 비교
집안 실내 온도가 외부 온도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실은, 일본만이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요약해 보면,
한국의 온돌은
바닥을 먼저 데워서 방안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연료비가 많이 드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바닥이 따뜻하기 때문에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자는 게 제일 좋다.
단열이 잘 안되는 집일 경우 소위 말하는 웃풍이라는 것 때문에
바닥은 절절 끓는데도 추위를 느끼는 일이 생긴다.
서양의 벽난로와 사무실 등에서 쓰는 라디에이터 방식은
직접 공기를 데우기 때문에 따뜻한 느낌이 좋다.
그러나 바닥은 썰렁해서 카페트를 깔고 사용하고 슬리퍼도 신고,
바닥에 누울 수 없기 때문에 침대를 사용...
일본의 코타츠는
서양식처럼 바로 공기를 데우지만 실내 전체를 다 데우는 게 아니라
일부 특정 폐쇄적 장소만 데우는 방식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일본 특유의 축소지향? 원가 절감? 이 타협적으로 이루어진
난방 방식이랄까... 뭐, 그런 생각이 든다.
거의 일주일 정도 계속 비가 내리더니,
비는 그친 것 같은데 밤하늘은 여전히 찌뿌둥하다.
비 때문인가,
가끔씩 찾아 사료를 사다주던 우에노 사무실 근처 길냥이들 중에
며칠째 한 두놈이 안 보인다.
비에, 싸늘한 날씨에, 밥은 안 굶는지 모르겠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