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광주에 사는 23살 女에요.
2월 24일 그러니깐 불과 몇시간 전의 어제..
친구와 간단한 술자리를 가진다는게 저도 모르게 만취녀가 되어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쌀쌀한 바깥날씨와 비교하여 너무나도 훈훈한 버스 안 공기때문이였는지 몸이 나른해지면서 급 술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흐려지는 눈에 억지로 힘을 줘가며 빈자리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맨 뒷좌석에 안착할수 있었죠
최대한 만취녀임을 티내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도도하게 엠피를 귀에 꽂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정신줄을 잡고있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올라오는 술기운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잠의 나라로.......zzz
얼마나 잤을까요..한참을 잔거같기는 해요..누군가가 절 깨웠으니까요..
"저기요 아가씨.."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절 흔들어 깨우더군요..아..맞았어요..
제 바로 옆에 타있던 남자분 어깨에 너무나도 편하게 기대서 잠들었고 버스는 어느새 종점.. 텅빈 버스안에는 저와 그 남자분 뿐이였어요..
허겁지겁 버스벨을 눌러 내렸고 적막한 종점거리에는 저와 그 남자분 뿐이였어요..
저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했고 그 남자분은 연거푸 괜찮다며 너무 인자한 미소를(^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런미소라고나 할까요..)지어 보이셨어요..
어디사냐며 물어보시길래 "아.. 저 봉선동이요.."라고 했고
제가 "아 어디사세요..? 죄송해요 저때문에.." 라고 하니 또 그 미소를 지으시면서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저 여기 근처살아요 근방이에요" 라며 너무 매너있는 말씀을...
몇살이냐고 물어보시길래 스물세살임을 말했고 눈앞에 보이는 신호등을 함께 건넜죠..
근데 긴장한 탓이였을까요 구두를 신어서였을까요.. 자꾸 몸에 중심이 안잡히고 휘청거리면서 급기야 구두가 자꾸 삐끗하는거에요..
그 남자분은 바로 저를 부축해서 잡아주셨고 전 거의 매달리다 시피 그분에게 기대어 걸음을 걸었어요..
몇발짝 가다가 눈앞에 보이는 공원에서 멈췄고 그 분은 벤치에 저를 앉히시고는
"아가씨 여기앉았다가 술 좀 깨면 가는게 좋겠어요" 라고 하셨어요..
뭐 저도 이렇게 집에 그냥 택시를 태워 보내셨으면 서운할뻔했으니 냉큼 앉았죠..
술기운이 거의 가실때쯤이였으나 바깥바람이 쌀쌀해 몸이 오들오들떨렸고.. 그분은...........
입고계시던 빨간색의 짚업을 벗어 제 어깨에 걸쳐주셨어요ㅜㅜ
흑... 그러더니 몇분간 자리를 비우시더라구요
전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아 왠일인걸요............
그분은 근처 편의점에서 따뜻한 꿀물과 캔커피를 사오신거에요..
꿀물 뚜껑을 따서 제 손에 쥐어주시고 이거 마시고 술좀 깨라고 하셨어요..
그리고는 따뜻한 캔커피를 건네주시면서 추우니깐 손에 이거 쥐고있으라고...................
아 정말 저 지어낸 말 하나도 없어요..ㅜㅜ진짜 그런 매너남이 세상에 있더라구요..
할말이라고는 죄송하단 말 뿐이여서 계속 중얼거렸고 그 분은 연신 괜찮다며 안봤으면 모르지만 본 이상 어떻게 혼자 내버려두고 가겠냐며...
꿀물을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술이 좀 깬거 같다며 저 갈수 있다고 말하고 또 같이 걸었어요
그때 제 눈앞에 들어온건 케냐 까페였어요!
내심 몇 마디 더 나누고 싶은 마음에 두서없이 무작정 저길 가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분은 술 좀 깨고 가는게 낫겠다며 같이 들어가주셨어요 하지만 왠걸 커피는 극구 사양하시더라구요ㅜㅜ
혼자 아메리카노를 시켜 자리를 잡고 앉아 홀짝홀짝 커피를 마셨죠
아! 커피도 그 분이 가져다 주셨어요! 헤헤
뭐 아는게 없으니 나눌 말도 없고..한참 머릿속으로 고민하다가 용기내서 제가 건넨 한마디..
"저보다..오빠세요..?" 그랬더니 그 분이 "오빠같아요..?" 그러시더라구요..
아..내가 말실수 한건가..동생인가 나보다..? 속으로 생각하다가..
"아..동생이세..요..?" 라고했더니 웃으면서 아니라고 하더군요..
결국 나이도 말 안해주시고......... 그렇게 또 정적..
그러다가 정말 커피만 마시고 나왔어요..
나와서는 그 분이 택시를 태워주신다고 했지만..전 근처가 친구집이니 가겠다며 그렇게 헤어졌죠..
헤어지기 전 그분에게..아 오늘 너무 감사했고 죄송했으니 번호라도 알려주시면 다음에 연락해서 맛있는거 사드린다고 용기내서 말했어요..
하지만....그 분은 괜찮다며..그런거 바라고 한 일 아니라며..결국 그 분의 이름도..나이도..번호도 모른 채 정말 술 기운에 긴 꿈을 꾼 것 마냥..그렇게 끝이났습니다..
내심 긴 글을 읽고나신후에 뭔가 허무하시죠.. 전 더 허무해요........................
그 분이 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올려본거에요.......
휴..........읽으실까요..?
그 분에 대해 아는건..첨단 95를 타고 집에가신다는것.. 빨간 타미힐피* 짚업에 트루릴리* 청바지를 입으셨다는거..
그리고 지금이 몇시냐고 물어볼 때 우연히 보게된 그분의 돌체앤가바* 메탈시계..
아.. 다른 쪽 팔목에는 금 체인팔찌를 걸고 계셨어요..
그래요.....저 술기운 중에도 정말 자세히 봤고 다 기억해요...인정해요 관심있었으니까요..
혹시라도 그 남자분..이 글 읽으신다면....
저............어젠 너무 감사했고 정말 죄송했어요..
아 참 전 홀리스* 후디짚업에 빨간 나시 그리고 청바지에 구두 긴 생머리에 ..
암튼 절 기억하시고 이 글을 꼭 보시면 좋겠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중에 꼭 그분이 있길바라며........................ㅜㅜ
솔로 여성분들! 세상엔 이런 매너남도 있으니 모두들 힘내요><
너무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헤헤ㅔ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