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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만에 어머니와 데이트.

크립 |2010.03.06 16:19
조회 16,112 |추천 10

 오늘 아침, 오랫만에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살 것도 있었고, 어머니도 마침 시간이 되어 함께 재래시장에 들를 결심을 한 게 어젯밤. 날씨가 좋아 다행이었습니다.

 

 목표로 한 재래시장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 어머니와 함께 버스에 올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취업 때문에 몇 년 째 골머리를 썩는 저와, 그런 저를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어머니. 평소에도 가급적 자주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만, 아무리 이야기해도 질리지 않는 친구가 바로 어머니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버스로 서울 시내를 지나던 중, 현재 동네로 이사오기 전 동네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15년이 지난 그 추억의 거리를 떠올리며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했습니다. 지금도 제 눈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어머니이지만, 그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들 삼 형제를 홀로 키우시던 어머니의 고생을 생각하니 한 번 더 눈물이 찔끔 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시장에 도착하게 되었고, 오랫만에 들른 재래시장은 아직 오전이었어도 예전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몇 가지 물품을 사고 돌아서는 우리 모자를 맞이한 것은 작은 호떡집. 어머니는 작게 웃으며 "아들아, 우리 호떡 먹고 가지 않을래?"라십니다. 처녀적 시절의 귀여움이 얼핏 보였던 것은 제 착각이었던 걸까요?

 

 호떡을 먹으면서, 어머니는 말씀하십니다. "역시 이런 데 나와서는 뭔가 군것질거리 하나쯤은 해줘야 하지 않겠니? 이런게 또 흥미고 재미지." 이런 소소한 것에 반가워하시고 즐기시는 어머니의 얼굴에는 어느새 아까보다 환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모처럼 나와서 쇼핑은 일찍 끝냈지만, 굳이 어머니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 몇 달 전, 패밀리 레스토랑에 한 번도 안 가본 어머니를 굳이 모시고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에 모셔갔던 것도 저인만큼, 모처럼 나온 어머니와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싶었습니다.

 

 찾아간 곳은 참치횟집. "알밥을 한 번도 제대로 시켜먹어본 적이 없네."라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고 찾아갔습니다. 사실 참치회정식을 사드리고 싶었지만, 한사코 사양하시는 어머니에게 대신 알밥을 사드렸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어찌 보면 찾아먹기 쉬운 메뉴인 알밥이었지만, 그렇게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왜 이전엔 더 잘 해드리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취업해서 첫 월급을 타면, 빨간 내복과 함께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을 사드리고 싶은 마음에 가슴 한 켠이 아려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어머니는 삼촌의 방문 때문에 집에 들어가셔야 했고, 전 취업을 준비하며 병행하는 아르바이트 장소에 출근해서 일하며 글을 남깁니다. 어머니는 무사히 들어가셨다고 하고요. 짧은 데이트였지만, 너무나도 마음 깊이 남은 오늘의 사건..이라고 생각해서 글을 남깁니다.

 

 어머니께 더욱 잘 해드려야죠. 그러기 위해선 당장 놓여진 취업이란 벽을 허무는게 우선이 되겠군요. 언제나 마음만은 사랑하는 가족들.. 이제 제가 보답할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토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고 계신가요?

 

 지금 이 순간, 부모님을 가만히 안아주세요. 그리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화창한 어느 봄날의 주말. 부모님과의 나들이도 좋을 듯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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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몇 일 지난 게시물이 톡이 된거네요. 그냥 저 날의 일을 적어서 기억해놓자고 쓴 글인데 톡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앞으로 어머니와 더욱 오순도순 잘 지내겠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

추천수10
반대수0
베플10|2010.03.09 09:29
  ------------------------------------------------------------------------- 뭐야 내가 왜베플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사람 다한다는....... http://www.cyworld.com/01020272020
베플화공녀|2010.03.09 13:59
몇주전이었다. 고기를 너무먹고싶은데 친구년들한테 먹자고 연락하니 다들 일이있댄다....(지들필요할땐 매번 군말않고 나가던 나였는데) 나오기 귀찮으니깐 뻔한 핑계를 대는것같았다.... 그 친구들 나오면 내가 밥사주려고했었다. 나온게 고마워서라도.. 근데 한명도 나오려하질않더라.(지들 돈쓰기싫으니까) 그때마침 엄마가 휴무여서 집에계셨다. 엄마보고 고기먹자고 말씀드렸더니 돈이없으시단다.. "엄마! 딸래미가 살게! 대신에 우리 둘만 데이트하는거니까 다른가족들에겐 말하지말아!" 하고 둘이서 처음으로 밥을 먹었다. 그날 나는 생각했다. 친구에게 밥사는건 한번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혈육인 엄마께는 한번도사드리지못한걸까? 생각하게되었다. 없는돈에도 오빠랑 내가 뭔가 먹고싶다면 엄마는 사주셨는데 왜 나는 지금 돈을벌면서도 한번도 엄마께 사드리지 못한걸까? 그 다음주가 되었고, 또 엄마의 휴무날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방학중에 많이 못봐서 할말이 많던 친구가 있었는데, "너네집 근처 고깃집에서 밥한끼 먹자^^" 라고 전화하니 귀찮다고하더라. 다른친구들에게 전화해봤자 뻔한 반응들이겠거니 하고 엄마께 밥먹자고 했더니 버스타고 30분을 와야하는거리인데도 귀찮다는 말씀 하나 없이 흔쾌히 와주셨다. 그날이후 나는 생각했다. 지들 필요할때만 불러내는 친구들에게 돈쓰느니 엄마랑 하나둘 더 추억을 새기겠다구말이다.
베플ㅠㅠ|2010.03.09 14:10
나중은 너무 늦을수도있습니다. 지금부터 작은거라도 효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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