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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그의번호를 따지않은게 후회되요

tinkerbell |2010.03.07 19:23
조회 1,239 |추천 1

 

* 길이 길다 싶으시면 빨간글만 읽으세요.

 

요새 외국 하이틴영화에 너무 빠져있어요.

왜 있잖아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소재로한 

로맨틱코메디 장르의.

어제도 4편 연속 주르륵 보느라 한숨도 못잤어요.

유치한 점도있고 내용도 좀 가벼운것이 대다수라

추천해주긴 좀 그렇지만, 꼭 뽑아보자면

'와일드차일드'나 '프리키프라이데이'를 추천해주고싶네요.

한숨도 못잔게 문제긴 한데 영화보다 잠보다 더중요한건

일요일은 봉사활동 가는 날 이라는거에요.

사회봉사 뭐 이런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

마지막영화를 보면 시간이 딱 이었는데 자꾸 정지시키면서

보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됐어요.

한번도 늦은적 없었는데 30분정도의 시간이 더 지났죠.

9시반까지 가야하는데 집에서 나온게 9시가 넘었었어요.

나가면서 10시까지 간다고 죄송하다는 문자는 빼놓지 않았고.

항상 하던 것 처럼 5100번을 탔어요.

끝쪽즈음 두자리를 좋아하는데 평소엔 텅텅 비었던게

조금 늦게 나와서 인지, 다 한명씩 앉았더라고요.

어쩔수 없이 맨 끝자리로 가야겠다하고 자리를 향해 걷는데

맨 끝자리 바로 앞 오른쪽으로 딱 내스타일 남자가 앉아있는거에요.

꽃미남도 아니고 남자답게 생긴것도 아니고...

내스타일 아는 사람만 알텐데, 면바지가 잘어울리고 음..

얼굴이 깨끗하고 딱 남자머리에.. 응 그래. 학생회장!

그런 타입의 남자가 열심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고

다른 손에는 천원짜리 샤프 제일 흔한게 들려있더라고요.

좀 두껍긴 했는데 자세히 본결과 문제집이란걸 알았고..

좀 더 자세히 보고 그책이 '해커즈토익' 이라는 걸 알게됐어요.

한참 멍하니 그사람만 관찰하고 있느라 실수로 버튼을

눌러둬서 씨엔블루의 '잊을겁니다 그럴겁니다'만

반복해서 듣고 있는 것을 10분이 넘도록 몰랐었죠.

첫눈에 반했다. 뭐 이딴건 아니고 그냥 설렜어요.

길가다 여자가 먼저 번호따는 걸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왔거든요.

얼마살진 안았지만 25년 살면서 처음으로 번호를 따고 싶었어요.

영화에서 보면 이럴 때 책위에 살포시 내 번호를 쓴 메모지를

올려놓고 부끄럽게 웃고 가더라구요?

근데 난 펜이 없어요^^; 종이야 군것질거리를 하도 좋아해서

가방에 껌이나 카라멜종이가 많지만 그런데 써서 줄 순 없잖아요.

난 오늘30분이나 늦었고, 내가 다시 일요일 그시간에 그버스를

탈 예정은 전혀 없었죠. 나도 원래 항상 같은 시간에 나가니까.

그리고 일부러 그시간에 탄다해도 그사람이 그시간에 탄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버스안에 있는 25분동안 정말 많은 생각이 났어요.

결국 목적지에 다다르고 그사람도 나랑 같은 강남역에서 내렸어요.

5100번 타는 사람은 80%이상이 강남역에서 내리니까

그리 신기한 것도 아니었지만... 내려서도 계속 생각했어요.

'번호 좀 주세요'

'여자친구 있으세요?'

뭐라고 말해야 될지 정말 모르겠더라구요.

이런적도 처음인데다 여자가 먼저 들이대면 얼마나 우습게

생각할까 걱정이 되서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구요.

내가 따였으면 따였지, 따려고 해본적은 없었거든요.

그동안 나한테 번호달라고 한 남자들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순간... 내가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어그를 신었고,

지금 오른쪽눈엔 다래끼가 심각하게 나서 왕눈이란 사실이 막 떠오른거있죠.

한껏 꾸미고 있어도 번호를 줄까 말깐데,

이런몰골이 번호를 달라고 하면 뭐라 생각할까 걱정이 앞섰어요.

내린시각은 9시55분. 약속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았죠. 이미30분이나 늦었구요.

번호달라고 하지않은걸 후회하겠지? 란 생각을 가지고 바보처럼 계속 따라갔어요.

봉사활동 따위야 잊은지 오래였죠.

그사람이 'ㅍㄱㄷ어학원'건물에 들어가는 거 까지보고서야 발길을 돌릴 수 있었어요.

이른시간에 치과나 성형회과를 갈 건아니잖아요.

들고 있던 토익책을 생각해보면 학원에 다닐확률은 거의 99%인거였어요.

난 무작정 ㅍㄱㄷ에 전화를 걸었어요.

-일요일 10시 수업이 있나요?

-네 있어요

-수강하시는 분 중에 수원 사시는 분 계신지 확인 좀 해주세요.

-10시라고 해도 수업이 많아요. 무슨 수업 들으시는데요?

-모르겠는데... 아! 토익이요!

-10시에 토익 수업은 많아요. 무슨 일때문에 그러세요?

-아... 저.. 버스에서 본 분이 거기로 들어가는 것 까지만 봐서요.

  연락처를 못물어봐서... 어떻게 알 방법 없을까요?

-10시 수업 들으시는 분만 몇백분이세요. 성함도 모르세요?

-네. 몰라요...

-그러시면 저희쪽에서 알 수 있는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반대편의 그사람이 피식 비웃는게 들리네요.

비웃었겠거니 추측한게 아니라, 정말 피식하고 비웃었어요.

난 그사람이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하여튼 난 두번다시 그시각에 버스를 이용할 일이 없을거에요.

겨우 아는거라곤 그사람이 영통에서 버스를 탔을거라는 것.

그리고 해커즈토익을 가지고있고 강남ㅍㄱㄷ어학원에 다닌다는 것.

이것만으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톡커분들 제발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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