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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과 사랑의 상관관계

조진형 |2010.03.19 10:04
조회 1,174 |추천 0

 

 

Canon 5D _ EF 25-70mm IF2.8 L USM

ISO-800 F2.8 1/8sec

 

전등을 갈면서...

 

 

불이 나갔다.

어둠을 좋아하지만 언제나 어둠속에서만은 살 수 없는 법.

부랴부랴 전등을 사기위해 마트로 향했다.

한개만 사면 되지만, 6개에 \3,000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불필요한 5개의 전구까지 사면서 나는 또다시 내 자기합리화에 빠지기 시작한다.

"언젠가 전구가 나가면 또 쓸 데가 있겠지?"

일주일동안 먹을 것과 포장마차에서 파는 닭꼬치를 입에 물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6개 들이 전구함에서 왼쪽 위에 있는 새 전구를 손에 집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강박증이 글을 써 내려갈 때와 같이

좌측 상단에서부터 시작해야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다칠 수 있으니까 바퀴가 달리지 않은 의자위에 올라섰다.

아~ 목장갑을 끼지 않은 손을 발견하고 구두닦는 솔이 있는 신발장에

묶음으로 있는 목장갑 다발에서 새 장갑 한켤레를 꺼내 들었다.

거울 한번 봐주고,, " 아~ 참 못생겼다."라고 한번 더 좌절해주고 난 뒤,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다시 의자위에 올라섰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조심조심 여러번,

다시 시계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여러번,

어린 아이처럼, 하지만 밑의 집에 '쿵'소리가 들리지 않게끔 살포시 뛰어 내려와

환하게 밝아질 내 방을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스위치 ON, 다시 Off,

그리고 다시 ON, 좌절하며 다시 Switch OFF.

이런 젠장, 불량품이 끼어 있었네,

소비자센터에 전화해서 다른걸로 바꿔와야지. 라고 생각한 후,

6개짜리로 잘 사왔다고, \3,000이 안아깝다고 생각하고, 왼쪽 아래에 있는 새 전구를 꺼내든다.

다시 의자위에 올라서서 시계반대방향으로 여러번, 새 전구를 들고 시계방향으로 여러번,

살짜쿵 뛰어내리는 것을 반복하고 스위치를 켜보려고 걸어오면서 본 불량전구에는

역시나 소켓부분이 조금 찌그러져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불량품, 사진찍어서 올려야지. 대기업이 이런 불량전구를 팔다니,,

불매운동을 선동해야겠다.

나를 뭘로보고 이런 물건을 감히 나에게 파는거야?

스스로를 위안 한 후, 다시 Switch ON,

젠장, 2개씩이나 불량품,

아까는 봐줄라 했지만 진짜 동영상으로 찍어서 불매운동 할거다. 라고 생각한 후,

제품 하자율 33/3%라고 시원하게 욕아닌 욕을 퍼붇고

다시 중간 위에 있는 전구를 꺼내어 단순 반복작업,,

역시 실패,,

3번의 반복작업에 거듭된 실패가 내 생각을 오히려 달리 생각들게 했다.

"혹시 전구가 불량이 아니라 전기 회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괜히 탓했던 전구들에게 미안해진다.

다시보니 첫번째 전구도 찌그러지지 않은 것 같고,,

내일 정비사를 불러볼까? 생각했지만, 혹시몰라 불량전구로 의심되는 3개의 사진을 찍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잠을 청했다.

은은한 스탠드 불을 켜 놓은 채 내일의 희망을 생각하며 '긍정의 한줄'이란 책을 손에 들고,

율리우스 시저보다도 더 편안한 자세로,

반쯤은 누운 듯, 아니 앉은 듯...

 

 

전구 갈아야 한다며 조금 일찍 퇴근해서 전화를 걸었다.

집으로 찾아온 전기기사 아저씨는 강호동과 같은 거대한 덩치의 소유자였지만,

우리동네 신부님과 같은 인자한 말투와 인상을 가지고 나에게 말했다.

"잘못 사신것 같네요, 원래 이 회사가 불량품을 잘 만들기로 유명하거든요.

가격이 싸서 사신거 아닌가요? 지금 가서 반품하세요.

조금 비싸더라도 XX회사 제품사서 쓰시는게 더 오래가고 좋아요."
라고 말해주는 기사아저씨께 당도 100% 트로피카나 오렌지 쥬스를 대접하며,

그 회사의 전구를 같이 욕하며 '감사합니다' 를 갈때까지 6번은 한 것 같다.

헤이즐넛 커피를 한잔 마시고,

마트의 소비자센터로 달려가 항의를 하며 내민 6개 들이 전구,

친절한 종업원은 그걸 들고 확인해 보겠다며 구비되어있는 소켓에 껴보니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나는 전구보다 더 붉어진 얼굴이 어둑해진 유리창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친절한 종업원은 여전히 친절한 말투로,

"고객님의 집 전기회로가  잘못된 것 같네요. 전기기사를 불러서 확인해 보심이 어떨런지요.."라고 얘기한다.

도망치듯 마트를 빠져나온 나는 거짓정보를 흘린 아까 그 전기기사를 실컷 욕하며

집으로 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잘못은 나에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를 그렇게 떠나보냈던 것일까?'

나와 맞지 않는다고 너를 탓하며, 숱하게 많은 연인들을 그냥 떠나보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는 나의 회로가 잘못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전기기사처럼 나에겐 잘못이 없다고 내 편을 들어주던 친구들의 말을

함무라비 법전처럼 철석같이 믿으며

모든 잘못을 너에게만 뒤집어 씌운건 아닐까?

결국 나에게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어쩌면 애초에 불이 안들어 온다고 했던,

원래 껴놓았던 전구도 아직 환하게 불을 밝힐 수 있지 않았을까?

이미 깨서 버렸는데,,

그러면 혹시 헤어진 너와도, 내 단순 변심으로,

아직 내 삶의 빛이 되어줄 수 있는 너를,

나는 허망하게 버렸던 것일까?

그럼 난, 너에게 미안해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사이를 되돌려줄 계기는 정말 생기지 않을까?

 

부디 이런 못난 나를 용서해 주기를 간절히, 그리 간곡히 기도하며

당분간 불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안에서 너를 그리워 해야겠다.

네가 내 삶에 빛이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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