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예비신부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판 본지도 벌써 몇년이 다 되어 가네요.
바쁠땐 바쁘고 한가할땐 한가한 직업이다 보니
아침마다 판 읽을 시간은 있어서 못 읽게 되면 퇴근해서 집에 가서라도
꼭꼭 챙겨 보는 판 애독자입니다.
처음엔 판에 올라오는 톡만 읽었는데.. 나이가 들고 결혼을 슬슬 생각해야 하는
20대 후반이 되자 자연스럽게 여자들끼리만을 즐겨 보게 되었고..
많은 상황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아.. 참 저런 시댁도 있고 저런 남편도 있구나..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지요..
그게 내 맘대로 될 거라고 생각했죠.
참 오래 사겨서 알만큼 알겠다고 생각한 남자친구와 올해 5월 결혼하기로 하고
상견례를 했습니다.
저희 집은 지방이고 남친 집은 서울인데 서울에서 결혼식 하기로 했고
저희 집은 천주교인데 남친 집은 기독교라서 목사로 주례 세운대서 그것도 양보했습니다, 뭐 자잘한 거 이것저것 다 양보하고 저희 부모님이 딱 하나 요구했습니다.
저랑 남친이 사는 집은 회사 바로 앞이었으면 좋겠다고.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저랑 남친이 같은 회사를 다니는데 저는 지금 회사 바로 앞에서
전세를 얻어서 회사를 다니고 있고 남친은 몇정거장 떨어진 본인의 집에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차남이다 보니 부모님 모실 생각은 없었고 부모님도 결혼하면 무조건 따로 살라고
말씀하셨던 터라 그 부분에 대해서 어디에 살 것인지에 대해 저희 부모님은
지금처럼 회사 앞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구요.
이유는 제가 몸이 좀 약한 편이라 쉽게 지칩니다. 큰 병이나 감기 치례 이런 건 없는데
걍 좀 몸이 마르고 쉽게 지치는 편이라 피곤해 합니다. 병원에 갈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지만 회사 정기검진 할때도 별 이상은 없었구요..
그리고 남친도 지금 회사 다니는 지하철 구간이 강남 2호선 구간이라 굉장히 붐빕니다.
몇정거장 오면서 힘들다고 생각해 저를 항상 부러워 했구요.
그래서 한번 욕심 부려 봤습니다. 지금처럼 회사 앞에 살고 싶어서..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제가 사는 동네이자 회사 근처가 좀 비쌉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도 어렵사리 말을 꺼냈구요. 집 얻을 때 돈 부족하시면 보태겠다
라고까지 말씀하셨고 시부모님도 회사 근처로 집 얻도록 그렇게 하시겠다고 하셨구요. 좀 걱정스러운 얼굴이셨는데 저희 엄마가 캐치하시고 왠지 걱정된다고 하시대요;;
이 얘기가 1월 상견례 이야기 였습니다.
3월 말인 요즘 슬슬 집을 얻고 4월 말이나 5월 초에 미리 얻어놓고 가전제품과
우리의 신혼집을 꾸밀 생각에 들 떠 있었습니다.
그 전부터 계속 남친에게 얼마나 전세 자금 해주실수 있느냐.. 현실적으로 말해줘라
그래야 우리 부모님도 돈을 어느정도 보태실지 생각하신다.
계속 물어봤지만 1억은 해주시겠지.. 라고 말 끝을 흐릴 뿐... 확실한 대답을
해 주지 않았죠. 바보같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유가 바로 형이었습니다.
큰 형이 재작년에 사업을 하는데 부모님이 집을 팔아서 1억을 해 주셨거든요.
큰 형이 1억이나 받아갔는데 설마 작은 아들 결혼하는데 오천은 해주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남친이 벌어놓은 3천에 부모님이 오천 더해주시면 팔천이잖아요.
제가 모은 일억을 쪼개서 전세가 보통 1억 3천 하니까 5천은 전세 자금으로 보태3천으로 혼수랑 이것저것 하고 2천은 몰래 비상금으로. 그럼 눈에 보이는 건 8천씩.. 공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맘에 드는 집을 발견. 그런데 1억 육천이랍니다.
만약에.. 정말 혹시나.. 남친이 호언장담한대로 1억을 해주시면 돈이 남잖아요.
남친이 삼천 모아놨으니까 7천만 더해주셔도 일억이고 내가 혼수 좀 줄이고 6천 보태고
혼자 신나서 떠들어댔는데 남친이 집에 가서 말해본답니다..
저는 엄마한테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남친이 돈 얼마 갖고 오는지 확인 하고 모자란 거 보태자. 혼수 줄이면 될거 같다. 나불나불 거렸지요..
한마디로 개꿈 꾼거죠.
그 다음날 남친이 힘들게 꺼낸 말..
"그 집 정말 마음에 들어했는데 미안해.. 아무래도 일억은 힘들거 같다.."
좀 당황 스러웠지만. 1억이나 안해주셔도 돼.. 자기 3천 모아놨다며.. 집에서 오천만
해주셔도 우리 그 집 대출 쫌만 끼더라도 살 수 있어 ^^ 라고 얘기했더니...
오천..... 꿈같은 소리였습니다. 천만원 해주실수 있다네요.
너무 충격적이라 깜짝 놀라면서 그럼 자기 모은 3천에 부모님 돈 천만원? 4천가지고
집을 얻자는 거냐고... 그렇다네요..
저 그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남자가 집을 해오진 못하더라도 대부분을 감당했으면
했거든요. 제가 속물이라서 그런지 모르고 저같은 여자들 때문에 욕을 먹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저도 1억이나 해가는 마당에 1억 정도 받고 싶어한 게 큰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오천이라뇨..
그리고 오천이라는 액수보다... 더 화가 났던 건 남친 형에게는 일억이나 해주시고
둘째 아들한테는 천만원이라뇨.
진짜 너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래 저래 싸움은 말할것도 없고 화가난 나머지 너랑 결혼 못하겠다 내가 뭐가 모자라서 달랑 시댁에서 천밖에 안주는 못나빠진 아들자식이랑 결혼하냐. 등등
간신히 현실을 인정하고 집 크기 및 견적을 좀 줄이고 제 돈을 좀 더 보태서
제돈 오천에 남친과 시댁 오천 그리고 대출 오천 받아서 일억오천짜리 집을 잡기로
하였습니다.
왜 제 돈 일억이나 있으면서 오천밖에 안 대냐고 하신다면 일단 혼수로 이미 천 잡혀있던 상태고 예물이니 저희집식구 옷이니 남친 양복 및 이불 등등 이것저것 해서 천 빠지고 나머지 삼천은 제 동생 전세 집에 잡혀있던 터라 사실 비상금이라고 일컬었던 부분이 이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된 마당에 걍 삼천 저희 부모님 가지시라고 드리고
(여기서 또 왜 오천이나 빚지면서 삼천 드리냐고 하신다면. 이미 전세 집 자금으로 잡혀있는 돈이라 부모님이 저 주시려면 대출 받으셔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대출 받아도 제가 받자 해서 그냥 드렸습니다.)
저 칠천 남친 오천 해서 결혼 하기로 했습니다. 오천 빚지고요..
저희 둘이 지금 합해서 600 법니다. 남친이 300 제가 300 벌고요
그래서 400씩 빚을 갚아 나가고 50정도 이자 갚구 150으로 생활비하면 얼추 되겠다
싶어서 1년이면 그럼 빚 오천 갚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았지요.
문제는 저희 부모님이었습니다.
예단도 못 주시겠다고 너무 서운하다고.. 어떻게 상견례 자리에서 그럼 그쪽에
집 얻겠다고 하셨을때 차라리 솔직하게 돈 없다고 하시던지 순순히 그러자 하셔놓고
이제와서 천만원 주면서 그쪽에 집 얻다니.. 대출로 시작한다면서
서운해서 아무것도 못해주시겠다고 합니다.
저희 집은 잘사는 편은 아니지만 아버지가 공무원이라 두분이 사시기에는 연금도
넉넉하고 지방에 큰 집도 가지고 계십니다. 두분이 손벌릴 일은 없지요.
그와 반대로.. 남친 집은 아버님이 연세가 많으신데 회사를 다니십니다.
형은 사업하는데 그럭저럭 되는 것 같구요. 아들 둘이 생활비를 대는 것 같진 않지만
아버님이 그만 두시면 아무래도 매달 10만원~20만원씩을 드려야 되지 않을까..
라는 제 추측입니다. 아닐 수도 있구요...
그런데 저는 아버님 어머님이 너무 서운합니다. 큰 아들이 사업자금이 필요하다니까
집까지 팔아서 해 주시고 (사업을 차리는 게 아니고 사업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자금입니다.) 알고보니 사업 차리실때도 좀 보태주셨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둘째 아들은 천만원이라니.. 별로 그런 생각 안하고 있던 제 남친도
제가 자꾸 옆에서 너무 서운해 하니 본인도 좀 서운해 하는 것 같습니다.
괜히 부모 자식간 제가 이간질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희 어머니 저 아프다고 하면 전화 주셔서 몸관리 잘하라고 하시는데..
나쁜 분 아니고 좋은 분이라는 것도 아는데.. 남친도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아는데
그냥 자꾸 너무 혼란스럽고 힘드네요.
저는 까놓고 여쭐께요. 결혼은 할겁니다. 제가 저보다 앞서서 힘든 일 겪어내신
선배님들께 제가 과연 추후 취해야 할 태도는 어떤 게 있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저는 이 서운한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너무 두서가 없나요..? 저.. 사실 달랑 오천 가지고 결혼하는 남친이 너무 밉기도 하고
시댁이 미워 죽을꺼 같고 우리 부모님한테 죄송해 죽을 것 같네요.
대출끼고 시집간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적도 없구요.
그냥 저는 행복할 줄 알았어요. 오래 알았던 남친이랑 결혼해도 다를 건 없다고요.
결혼 전부터 이렇게 답답한데..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