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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분들께도 묻고 싶어요!

호피티 |2003.07.07 15:15
조회 42,436 |추천 0

안녕하세요... 몇번 글 올린적 있는 호피티 새댁입니다.

기억하실라나요...? 신혼여행 가서 혼수때문에 싸우고 신혼여행 돌아와서 시댁에 인사갔다가 신랑이 싸운거 다 일러바쳐서 시어머니께 혼나고... 결혼 석달동안 잠자리는 딱 두번했던 남편이 컴퓨터에 포르노 깔고 사는... 기가 막힌 호피티예요.

오늘도 우울한 일이 있어서... 선배님들 조언좀 구하려고요. 이건 남편 뿐 아니라 시댁과도 관계가 있는 일이라 여성마당에 올렸었는데 남자분들 의견도 궁금해서요. 제가 혹시 남자들 심리를 잘 몰라서 그런건지... 잘~~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많이 주세요.

 

저희 신랑은 아들 둘인 집 막내랍니다. 형이랑은 (아주버님이라고 해야되는데... 네글자라서... 걍 형이라 그럴게요.) 세살차이 나는데요, 형님이 아직 결혼 생각이 없으셔서 저희가 먼저 결혼했습니다.

저희는 8년 연애했는데요... 제가 작년엔 그랬어요. 올해도 얼렁뚱땅 넘길 작정이면 결혼할 마음이 없는 걸로 알겠으니 헤어지겠다고. 신랑은 지금도 저한테 그 협박때문에 강제결혼을 했다고 하죠.

하지만 언니들! 그건 협박이 아니잖아요? 당연한 거 아녜요? 결혼할 마음이 없는 사람과 제가 계속 연애할 강제성은 없잖아요? 결혼할 거 아님 장난으로 사귀는 것도 아니고... 헤어지는게 당연하잖아요...

근데 그걸 협박이라니... 아니 그 협박 무서워서 결혼을 강제로라도 했으면 어떻게든 잘 살아봐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저희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신랑은 삼성물산에 다니고요... 저는 인테리어를 하고 있죠. 저랑 오빠는 아마 비슷하게 벌거예요.

그런데 저희 돈관리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각자 월급 철저하게 각자 관리하잡니다. 신랑은 자기 월급 얼마인지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자기 월급으로 자기 부모님 용돈드리고 자기도 용돈쓰고 적금도 30만원짜리 떨렁 하나 들어놓고 있습니다.

저는 홀어머니뿐인데요... 결혼하기 전엔 제 월급으로 생활비 했었는데... 지금은 저도 살림을 하는지라 엄마께 30만원밖에 못드려요... 여유 생기면 더 드리지만... 그리고 적금은 120만원 정도 들고 있죠.

그럼... 제 수중엔 얼마 없다는 계산이 나오시겠죠?

집안일... 물론 제가 다 합니다. 신랑은 결혼해서 지금까지 넉달동안 청소기 한번 돌려주고, 설거지 네번하고, 자기방청소 두번하고 빨래 세번 걷어주고 한번 개켜줬습니다. 집안일은 거의 손도 까딱 안한다는 거죠.

맞벌이에 집안일까지 제가 다하는데... 세금은 반씩 냅니다. 아파트 관리비나 가스요금, 수도요금, 전기요금 같은건 반씩 내고요, 나머지 먹는데 쓴건 제가 밥을 한다는 이유로 많이 봐줘서 7:3으로 내랍니다.

저는 집안일 중에 다림질이 제일 싫어요. 힘들고 덥잖아요... 그래서 오빠 와이셔츠 정도는 오빠가 다려입으랬더니 그럼 6:4로 하자더군요. 그래서 오빠옷 오빠가 챙기는데 왜 내가 돈을 더 내느냐고 했더니 그건 여자가 당연히 할 일이랍니다. 

오호... 그러세요? 그럼 생활비 갖다주는건 남편이 할 일이거든요?  뭘 좀 모르셔...

돈이고 뭐고 내몸 편하자고 당장 내일부터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잘때까지 다림질 절대 안하더군요.

어떻게 하나 두고보자...

다음날 아침... 물론 난리가 났죠. 새벽부터 깨워서 다림질 하라더군요. 그래서 어제 한 얘기는 뭐냐고 했더니 일단 출근하고 보자면서 윽박지르고 짜증내고... 전 정말 마음이 약합니다. 남한테 싫은 소리도 잘 못합니다. 걍 다려줬어요. 나 바부...

 

그건 그렇고... 저번에 오빠 친구들 집들이 세번 했는데요... 그때마다 오빠는 술마시고 친구들 가기전에 먼저 안방가서 잤습니다.  덕분에 저 혼자 친하지도 않은 오빠 친구들 상대하느라 돼지 저금통 배 따고... 고스톱 쳐주고, 안주 챙겨주고... 피곤해서 자는 사람 베개 갖다 주고... 친구들 새벽 세시에 갈때까지 열과 성을 다해서 놀아드렸습니다. 그 새벽에 피곤해 쓰러질 것 같았지만 설거지며 청소까지 다하고 잤죠. 그래야 다음날 늦잠자도 개운하잖아요...

그런데 지난 주말에 제 초등학교 동창들 집들이를 했습니다. 신랑은 금요일에 부산 갔다가 토요일 낮에 집에 왔죠. 친구들은 6시 30분 정도에 오기로 하고... 신랑은 점심먹자마자 자더라구요. 6시쯤 깨웠더니 갑자기 나간대요. 아는 애들도 없고 뭐... 하면서... 기가 막히더라구요. 갈때 가더라도 친구들한테 인사라도 하고 같이 저녁이라도 먹고 볼 일 있다하고 가면 안되나요?

친구들하고 저녁먹고 차마시고... 11시쯤 돌아갔습니다. 저는 신랑이 언제오나 보려고 전화도 안하고 있었어요. 1시쯤 되니까 들어오더라구요. 오자마자... 맥주랑 감자칩이랑 수박을 내오라더군요. 가뜩이나 100kg도 넘으면서... 그밤에 그런게 먹고 싶냐고 하니까 짜증내면서 자기가 챙겨 먹습디다.

그런 모습... 너무 보기 싫어서 침대에 먼저 들어갔어요. 참고로... 그오빠는 7시간동안 껨방에 있었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신랑은 거실에서 밤새 DVD를 보다가 잠들었더군요.

집들이도 따로, 잠도 따로... 내가 파출부가? 내친김에 밥도 따로 먹었습니다. 먹고 났더니 부스스 일어나서는 밥 차리라십니다. 밥 먹고 씻고... 갑자기 테크노마트를 가자더군요. 오디오 망가졌으니 하나 보러 가자구. 주말에 얼마만에 하는 외출인지... 게다가 시부모님께서 외출하신다고 시댁에 안와도 된다고 하셨거든요. 너무 신났어요. 가서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신나게 따라 나섰는데... 제가 주차장에서 '근데 테크노마트 주차가 너무 힘들어' 했더니 '그치...? 주차도 그렇고... 가봐야 별거 없겠지?' 라고  맞장구를 치더라구요. 일단 출발하고... 그러나 우리는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서 1km도 벗어나지 못해 싸우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오빠한테 '근데 지금 어디가?' 했더니 아까 테크노마트 가기로 해놓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언제... 테크노마트 별로라구 그래놓구...

아까 합의해놓고 뭔소리냐며 아우성입니다. 합의는 뭔 합의... 이혼하냐?

 

창문 다 열어놓고 온 도로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잔뜩 핏대선 목으로 삑사리를 내며... 그렇게 약 오분여를 고래고래 거리던 신랑은 차를 돌려서 집으로 가겠답니다.

마침... 신호에 딱 걸렸길래... 전 내렸습니다. 터벅터벅 길을 나선 호피티... 바람이 다 빠진 거 같았습니다.

좀 있으니 전화가 오더라구요. 신랑이었습니다.

어디냐고 얘기좀 하자길래... 됐다고 세검정(친정)간다구... 왜 가냐구? 울엄마한테 다 일러바치러 간다 왜!

갑자기 화해모드로 얘기좀 하자던 오빠는 다시 테크노마트 얘기를 꺼냈고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가 주차장 회상모드로 접어든 저는...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테크노마트 가기로 합의한 적은 없었답니다.

아니 이랬든 저랬든 어때요... 간만에 외출하는건데... 어디가냐고 물으면 그냥 어디 가는거라고 아까 잘 못들었냐고 좋게 얘기해주면 안되나요... 넘넘 섭섭하더라구요.

하여간... 전 그길로 대학동창을 만나서 얘기하다가... 둘다 빡돌고 삘받아서 맥주 빨았습니다.

 

집에 9시쯤 가보니... 신랑은 너무나 멋진 차림으로 (빤쮸+난닝구+쥐색 양말 종아리까지 이빠이 끌어신기) 저를 반기더군요. 그러더니 진짜 친정갔다 왔는지 탐색하다가 술냄새가 나니까 안심했는지 또 막나가기 시작합니다... 기막혀...

 

그렇게 저의 주말이 가고... 월요일 아침...

좀전에 점심 먹고 신랑한테 우리 어떻게 살면 좋겠는지 진지하게 물어봤습니다.

신랑이 한 얘기는 이렇습니다.

거실, 주방, 욕실은 공동공간으로 하고 저는 침대방 신랑은 컴퓨터방을 쓴다.

각자 의식주는 각자 해결한다.

고로 각자의 생활비는 각자 부담하며 세금만 반씩 낸다.

서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며 시비 걸지 않는 조건으로 말은 붙여도 된다.

서로의 부모님께 전화나 방문은 하지 않는다.

.

.

.

결혼 넉달... 아직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잠자리 횟수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고요...

제 친한 친구는 그럽니다. 니가 그러고도 임신을 하면 너는 자웅동체라구... 망할 뇬.

좋아.

그럼 공동공간 청소는 어떻게 할거야? (참고로.. 저는 바닥에 뭐 떨어진거 못봅니다. 오빠는 흘리는거 좋아합니다....)

신랑 대답하길... : 난 드러운게 좋아.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난 드러운거 참 싫거든?

나눠서 청소하기 싫음 퇴근하고 들어올때 오빠방에 놓은 쓰레기통하고 요강 사와. 목욕은 해도 되지만 볼일은 오빠 방에서 따로 봐!!!

 

그래서... 오늘부터 기막힌 동거에 들어갑니다.

참... 서글픈 생각이 드네요. 제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저희 시부모님... 참 좋으신 분들입니다. 저한테 싫은 소리 한번 안하십니다.

하지만... 쫌 속상한건... 당신 아들이 너무 잘났다고 생각하셔서 늘 저한테 너는 시집 잘왔다 잘왔다 하십니다. 그리고 예단으로 어머님 밍크+반상기+이불+은수저+현금 천만원 갔습니다.

그중에 5백은 신랑 중고차사는데 보태졌죠.

그런데... 그거 받으시고도 저희 집에 잘 받았다고 전화 한통 없으셨습니다.

그리고 함 받았더니... 다이아셋트+진주셋트+현금 백만원이 전부였습니다.

저희 집에서도 개혼이고... 저나 엄마나 그냥 주는대로 받았습니다.

결혼식 사흘전에... 시어머니 전화하셔서는... 저희 결혼하면 아버님 해외여행 가시니까 이바지 음식 미리 받았음 좋겠다시며 이것저것 불러주시더라구요.

그리고 결혼식날 폐백드리고 절값 받은거 어머님이 다 가져가셨어요.

나중에 친구들이 절값 얼마받았냐? 해서 몰라, 어머님이 가져가셨는데 했더니 애들이 펄펄 뛰더라구요.

그런거였나... 아웅. 몰라 상관없어요.

 

하지만... 당신 아들이 이렇게 엉터리인줄 모르시고 저한테 복받은줄 알아라 고마운줄 알아라 하시니 참 속이 탑니다. 어떨땐... 어머님, 오빠는 남자도 아니예요! 해버리고 싶지만 정말 못살겠다는 마음이 서면 그때 하려고 아껴놓고 있습니다.

 

신랑이 제시한 이상한 동거사이가 되는거...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처신해야 될 지 모르겠습니다.

시댁에 매일매일 전화드리고 주말마다 찾아뵈었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안하게 되면 시댁에 뭐라고 해야할지 제 가슴이 벌써 답답해집니다.

저희 친정엄마가 너무 고된 시집살이 하시는걸 봐서 그런가요... 저는 시댁이 너무 무섭습니다.

언니들... 저 어떻게 하면 좋아요...

 

지금 제 동생은 호주에 있습니다. 내년 초면 영주권자가 되고요... 정 못살겠다 싶으면 엄마랑 같이 동생한테 가서 하숙이라도 칠 예정입니다. 전 곧 한식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하려구요. 그런거 있음... 어딜 가든 식당이라도 취직할 수 있잖아요.

이럴 거였으면... 그냥 그때 헤어지지... 왜 억지로 결혼해서 일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지...

제가 좀더 현명했으면 좋았을텐데... 후회해도 너무 늦은 것 같아요.

매일 머리가 아프고... 머리카락도 많이 빠져요. 얼굴도 점점 미워지고...

결혼한게 너무 후회돼요. 정말 원수처럼 밉고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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