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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명은 하얼빈을 탈출하는 것이다 !!!

하얀손 |2010.04.23 08:25
조회 444 |추천 0

나의 운명은 하얼빈을 탈출하는 것이다 !!!


  -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단단하고 확실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절실히 깨달았다. 세상은 가짜였다. 난 인생이 숨겨진 비밀을 정통으로 만나고 말았다. 살면서 차마 만나지 말아야할 인생의 비밀, 회사도 다니기 싫어졌다. 난 결국 회사를 관두었다. 그때부터 내 인생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암 덩어리처럼 도사리고 있는 생각, 존재에 대한 허망함, 모순, 그리고 회의.......  어머니와 동생의 죽음은 내 마음 안에서 잠자고 있던 그런 것들을 한순간에 깨워 일으켜 세웠다.


  어머니와 동생이 제대로 불을 질러 놨을 뿐이었다. 난 진즉부터 애당초 ‘허무인간’이었다. ‘방황인간’이었다. 난 그게 싫었다. 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아닌 척하고 스스로 속이며 살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덮고 살았었다. 어머니와 동생의 죽음은 내 얼굴에 씌워진 가면을 일순간에 확 벗겨 버렸다. 결국 나는 생긴 내 얼굴로 더 이상 쇼를 하며 사는 것을 막아 버렸다. -


                                           - 차현우, <짜이찌엔 하얼빈> 상권 238쪽


 

 

  이 작품은 우연히 작가의 친구를 만나게 되어 읽게 된 소설이었다. 작품 속에 주인공 현웅은 1990년 초 중국 하얼빈에 갔다가 우연히 그곳에 파견 나와 있는 북한무역상사(외화벌이 일꾼) 여직원 옥이를 만나 그녀와 깊은 사랑에 빠진다. 그는 숱한 고민과 갈등 끝에 그녀를 데리고 하얼빈을 도망 나와 한국으로 탈출하는 계획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었다. 광활한 중국대륙을 무대로 쫓고 쫓기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 공산주의와 개방화 실상과 북한의 현실 그리고 남한의 자본주의에 대한 총체적인 현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아직 상권 밖에 읽지 않았는데, 다음 하권을 읽을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과연 주인공 현웅은 북한 여성 옥이를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탈출 시킬 것인가? 중국 공안의 집요한 추적이 읽는 독자의 긴장감을 죄어온다.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20년 만에 자신의 자서전적인 소설 <짜이찌엔 하얼빈>은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작품의 곳곳에서 주인공 현웅의 목소리를 빌어 남녀의 사랑과 고뇌 그리고 역사적 고민들이 질펀하게 묻어난다.


 - 잠시 후였다. 가슴에 김일성 빼지를 단 군청색 한복을 입은 머리를 단정히 빗어 올려 묶은 아가씨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살결이 뽀오얀 얼굴의 아가씨였다. 난 번쩍하였다. 바닥을 보는 듯 마는 듯한 시선으로 내 앞 탁자 위에 그 아가씨는 찻주전자와 찻잔을 내려놓았다. -


  운명이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다만 우리들은 움직이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생각하면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운명을 그냥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도 그 운명을 마냥 피해갈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예고되지 않은 운명이다. 어쩌면 당신은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운명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강하게 해본다. 작가와 만나서 술 한 잔을 하고 싶다. 의사가 나에게 술을 마시면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선고를 내렸지만.......

 

 추천글 :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전쟁의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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