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알랭 드 보통 - 일의 기쁨과 슬픔

진얼 |2010.04.27 02:14
조회 392 |추천 0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이레 출판사

2009. 8. 23 출판. 가격 : 15,000

 

직업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유명한 내가 '일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떠돌이에게도 집에 대한 그리움은 있고 밥 먹듯이 이직을 하는 내게도 직업에 대한 아련한 꿈 같은 것은 있다.

 

알랭 드 보통의 글이 좋은 이유는 '색다른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일 것이다. 작을 것을 쉽게 넘기지 않는 눈과 섬세한 글쓰기, 위트가 넘치는 말재주가 가득 담긴 책을 손에 쥐면 나는 화가도 되었다가 비스킷 공장의 직원이 되기도하고 상담가가 되기도 한다.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또 어떤 측면에는 없어서는 안될 수 많은 직업들. 하지만 우리는 완제품과 쉬운 결론에 익숙해져있고 그 쉬운 결론이 나오기까지 잠을 설치고 골머리를 썩히는 사람들의 노고를 너무 모르고 지낸다. 누가 봐도 쉬운 일 중에는 쉬운 일이 단 하나도 없고 놀고 먹는 직장이라 손가락질을 당해도 그 안에는 그 나름대로의 고충과 수고가 있기 마련이다. 이렇듯 너무 작고 소소해 이야기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았던 세상과 그 세상의 이야기를 '알랭 드 보통'의 글을 통해 생각하고 또 체험하며 나는 좀 더 많은 경우의 수와 경우의 나로 거듭난다. 쉽게 말하면 인터넷 게임에서 아이템을 주워 경험치를 상승시키는 어느 마법사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요즘 직장이 없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재주가 없어서 혹은 배움이 부족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익숙하고 누구나 잘 한다고 칭찬해주는 그런 일. 하지만 칭찬에 익숙해지는 내가 싫고...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는 내가 싫고 정체되고 멈춰버린 것 같은 내가 싫어... 새로운 길을 향해 걸어가기 위해 몸을 움츠리고 있다. 하지만 그 새로운 길의 끝이 절벽인지... 천국으로 가는 길인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의 끝에는 천국이 보이지 않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 자꾸 그 길의 끝이 천국이라는 것을 알게된다면 나는 행복할까, 라는 조금 이상한 물음이 내 머리 속을 맴돈다. 해피엔딩. 누가봐도 좋은 삶이 꼭 좋은 삶이란 법은 없다. 역시 행복의 끝이란 각자의 방식에 맞아야 하는 것일진데... 내 방식이 뭔지를 모르겠다. 하지만 기왕이면 보물을 찾고 또 찾다가 늙고 죽게 되어 어딘가에 분명 보물은 존재할거야, 라며 눈을 감는 늙은 해적과 같은 편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 결국엔 떠돌이라는 건가? 힘들다. 선택과 그 선택 앞에 서있는 내가.

 

어쨌거나 저쨌거나 '알랭 드 보통' 식의 콜라주식 글쓰기가 나는 참으로 좋다. 너무 심각하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우리의 이웃의 이야기를 우리의 친구와 부모님, 형제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으니깐... 나는 목적이 뚜렷한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읽은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과 같이 책 제목에 책을 쓴 목적이 다분한 그런 책은 뭔가 정해진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기분이 들어 싫다.) 읽고나서 내가 스스로 깨닫게 되는 무언가가 있는 책이 좋다. 아니면 책인 던져준 주제에 맞춰 나의 다양한 사고가 가능하다거나 하는... 아무튼 이 <일의 기쁨과 슬픔>은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직업을 묘사하면서 우리가 그 사람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과 나를 슬프고 불쾌하게 하는 것들을 우리 스스로가 느끼게 해준다. 책 한권을 읽으면 너무나 많은 경험과 체험때문에 10년은 늙어버리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주는... 노동의 책. 체험의 책.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었다. 직업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 잡힌 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책을 덮고 시간이 지나면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분명.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