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구입한 반값 아파트에 살고 있다.
식구는 나 포함하면 넷, 빼면 셋이다.
방하나씩 쓰면 남는게 없고, 둘이 한방 쓰면 하나가 남는다.
아파트가 동쪽으로 치우친 남동향인데
매일 아침 먼산위로 치솓는 붉은 태양이 잠을 깨워준다.
새해 일출을 보기위해 산이나 바다로 가곤 했지만,
이 곳으로 이사온 이후 매일 맞는 일출의 장관은 실증이 나지않는다.
첫 햇빛으로 조간신문을 읽고
거실 창밑 녹음이 짙어가는 동산을 내려다보며 하루일과를 생각한다.
골프장 양쪽 길가에 만개했던 벚꽃은 지고 푸른잎이 그자리를 차지했다.
겨우내 들리지않았던 이름모를 산새 소리도 들린다.
한두달 후면 아카시아 흰꽃이 만개하면서 향기가 진동할 것이다.
아카시아 향기를 머금은 시원한 봄바람을 맡으며
거실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로 목을 축일 예정이다.
주말엔 가끔식 라운딩을 하지만 요금이 조금 부담이 되어
단지내 실내골프장에서 스크린 골프를 절친들과 즐긴다.
단지밖 산책길을 따라 중앙공원까지 종종 산보를 즐긴다.
서쪽 산으로 하루일과를 마무리한 태양이 선물로 남기는 석양은
새벽 일출 모습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매우 황홀하다.
난 이런 반값 아파트에 사는 것이 즐겁다.
가족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자고 할까봐 걱정된다.
대학병원, 쇼핑시설 및 공원이 가까이 있고, 학교도 단지안이다.
리조트에 산다고 생각하며 편히 오랫동안 살 생각이다.
가격은 매도할 경우 그때 상황에 따를 것이기 때문에 관심없다.
단독주택과 달리 앞뒤 창문을 열면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없고,
누가 들여다 보는이 없으니 사생활이 보호되어 너무 좋다.
단독 보일러 걱정안해서 좋고, 대단지라 관리비도 저렴하다.
스크린골프가 지겨우면 단지내 헬스장에서 몸도 풀고
사우나에서 이웃들과 발가벗고 땀도 흘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독처럼 신경 쓸일 없어서 너무 좋다.
새 자동차 하나 뽑는데도 몫돈이 들듯,
투자비용에 비해 누리는 혜택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확장된 거실 창가에 부부 테이블도 하나 들이고
아내가 선택한 심플한 의자 2개로 짝을 맞추어줬다.
마주 앉아 진한 커피를 마시면서 동산너머 야경도 즐긴다.
일열로 늘어선 가로등 불빛도 아름답지만,
수많은 자동차들의 전조등과 후미등이 만드는 모습도 장관이다.
이런 반값 아파트를 골라 살 수 있는 시기가 언제 또 오겠나?
가치에 비해 지불한 돈은 절반에 불과하다.
난 지금 절반 가격만 지불하고 산 아파트에
재미있게 잘 살고 있다.
가치에 비해 싼 아파트가 눈에 많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