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일거라 겁먹었던 현주의 귓가에 생각지도 않은 음성이 들려온다.
그제서야 현주는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이를 돌아본다.
가쁜숨을 토해내며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그.
[....신..현?...어떻게...?]
그리고 바로 순간 현주는 안도하는 자신을 느꼈고, 이어 쉴새없이 쏱아져 내리는 액체를 느끼며 도움의 손길을 원하듯 신현이 붙잡은 자신의 팔을 풀어 신현을 안는다.
그의 행동에 오히려 당황한 신현.
신현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집앞에서 헤어졌고, 그의 방불이 켜지는걸 확인하고나서 돌아서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늦은시간에 도망치듯 달려가는 이가 현주일리 없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두려운 눈을 하고 자신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오로지 앞을 향해 달려가는 이가....현주일리가 없었다.
착각일거라 생각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다리.
그리고 그의 눈앞에 현주가 서 있었다.
한참을 붙들고 울던 현주는 지친듯 신현의 품에 쓰러졌다.
너무 놀라 다리의 힘이 풀려버린것도 있겠으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서인지 서 있을 힘조차 나오지 않았다.
신현은 그런 현주를 반 강제적으로 등에 업는다.
거부할 힘조차도 소비해 버린듯 현주는 힘없이 그의 등에 자신을 맡기고 있었다.
신현은 그런 현주를 등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떨어지지않게 잡은뒤 천천히 걸음을 옮겨갔다.
너무도 가벼운 그의 체중에 무게감을 잃고 넘어지려는 몸의 중심을 다시잡고 걸어가기를 2~3차례 반복한뒤 제법 안정적인 모양새가 되어 신현은 걷고 있었다.
도무지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궁금한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는데, 미친듯이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최대한 억누르며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머리속은 이미 엉망징창으로 뒤죽박죽인 상태.
이곳은 분명 '강 도윤'의 집 근처이다.
이곳에 왔다는건 '강 도윤'을 만났다는거고....
무엇에 놀란거지?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거야...??...
수 많은 의문사 문구들이 신현의 머리속을 가득 메우고 있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것처럼 요동치던 심장이 서서히 리듬을 맞춰가고 있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신현의 따뜻한 등.
현주는 눈꺼풀이 스르륵 감겨 내려옴을 느낀다.
꿈이었나봐....지독히도 무서운 악몽....그렇지 신현?
이어 현주는 깊은 수면속으로 잠겨 갔다.
택시를 타면 10분도 안걸릴 거리를 신현은 굳이 걸어가고 있었다.
가끔 마주치는 시선들에 약간은 창피하기도 했으나 현주를 깨울생각은 전혀 없었다.
30분을 넘게 그를 업고 들어선곳은 언젠가 현주가 신현을 열심히 간호하던 자신의 방이었다.
꽤 깊은잠에 빠져든듯 현주는 작은 미동에도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끌어올려 입술바로 위까지 덮어 놓는다.
신현은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느낌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자신이 모르는곳에서 자신이 모르는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또한 처음으로 느꼈다.
신현은 그런 두려움을 지워버리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곤 곤히 잠들어 있는 현주를 바라본다.
[...위험해.....너...진짜...위험해 신.현.주.....]
어느새 현주에 대한 욕심은 무한대로 증폭하고 있었고, 그것을 자신이 과연 어디까지 제어할수 있을지....신현또한 두려웠다.
사람을 갖고 싶다라는 감정이 이렇게 이기적일수 있을까?
이성, 동성,...사랑,우정,....여자,남자,...
그런 시시한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이건 병적일정도로 무서운 집착....
신현은 밀려오는 생각들을 다시금 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신현또한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