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의 일이 떠오릅니다.
친하게 지내던 형님의 차를 타고 국도를 달리던 중이었는데
애매한 타이밍에 바뀐 노란 불에 정지하지 못하고 통과했다가
순간 바뀐 빨간불 때문에 잠복해있던 경찰에게 걸렸더랬지요.
크흑… 신호위반이 6만원이던가… 8만원이던가…
그 돈이면 짜장면이 몇 그릇이고
휘발유가 몇리터고…
요딴 계산을 하며 천천히 차를 세웠죠.
형 얼굴을 보니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더군요.
“형, 싹싹 좀 빌어봐… 아님 좀 싼 걸로 끊어달라 하던가”
예전에 저도 한 번은 돈 없는 학생이니 한 번만 봐달라고 빌어서
안전벨트 미착용, 2만원 짜리로 끊은 적이 있거든요.
“요즘 그런 거 안 통해…”
“그럼 어쩌게?”
“가만 있어봐.”
잠시 후 다가 온 경찰은 매정하게도 “신호위반 하셨습니다. 면허증 주세요.” 하고
매우 단호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아… 저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만 같은 얼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굳은 무표정…
그런데 형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어이없게도
“기관에서 나왔습니다. 그냥 보내 주시죠.”
라는… -_-;
그 말을 옆에서 들으니 숨이 턱 막히더군요.
아니 어쩌자고 평범한 소시민이 그런 구라를;;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이 저보다도 더 당황하더군요.
뭔가…
“X됐구나”스러운 표정이랄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표정이 저리 된 걸 보면
‘역시나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권력 앞에서는 경찰도 어쩔 수 없구나’란 생각이 들더군요.
경찰은 이내 머뭇거리며 동료 경찰과 형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 보며
어찌할 줄을 몰라 하더니 조심스럽게 형에게 물었습니다.
“어.. 어느 기관에서… 나오셨습니까…?”
저는 이왕 시작한 거짓말인데 뭔가 멋드러진 기관명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기관에서 나왔다 하면
국정원이나 안기부 같은… 뭔가 한국판 FBI요원 같은 사람들을 연상하자나요.
그런데 형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금융기관이요…”라는 개드립을-_-;;
경찰은 워낙 쫄아있던 데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을 들었기 때문인지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어느 기관이십니까?”
“금융… 기관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후 경찰은 한 5초간 벙찐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더니 곧바로
“면허증 주시죠”라며 딱지 발급 신공을 펼쳤다는… 알흠다운 이야기.
그 뒤론 아무리 싹싹 빌어도…
안전벨트 미착용이나 썬팅으로 끊어달라고 사정사정해도 안 통하더군요.
예전엔 그래도 웬만함 봐줬는데 쩝…
뭐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아쉬운 돈이 나간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고
법은 법대로 원칙대로 처리하는 게 올바른 일이겠죠.
그러라고 만들어 놓은 법인데.
하여간 요즘 경찰들한테 빌어봐야 아무 소용 없으니
각자 알아서 안전운전 합시다!
출처 : 오토씨 블로그 (http://blog.naver.com/autoc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