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남학생입니다 (_ _)
제가 저번 겨울에 겪었던 당황스러운 일이 있는데
생각 날때마다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다가
네이트 판 같은데다가 올려보라고 해서 한번 올려봅니다.
(쓰고 보니 스크롤 압박이 좀 됩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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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려서 온세상이 하얘진 뒤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위성사진에 부산 언저리 빼고 다 하얗게 변했던 때 있죠?)
저는 겨울방학에도 기숙사에 살다가 성당에 갈 일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탄 이유는 시간에 늦었었거든요.
그치만 눈이 내리고 날씨는 추워 거리는 얼어있었더랍니다.
그래도 저는 저의 자전거를 믿고 얼음판 위를 조심조심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좁은 골목에서 마주오는 차를 만났을 때 슬쩍슬쩍 피하다가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꼬리뼈를 정통으로 찧은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주위에 지나가던 사람이 꽤 많았기 때문에 얼른 자전거와 엉덩이를 부여잡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가는 길도 바빴거든요.
어기적어기적 자전거를 겨우 타고 성당에 갔다오고 꼬리뼈의 아픔을 참으며 괄약근에 힘을 주고 2주 정도를 보냈습니다.
그 사이에는 6시간동안 땅바닥에 앉아서 하는 마라톤회의 라던가 (30분 이상 한 자세를 유지할 수 없어서 바닥을 굴러다녔습니다) 스키장MT이라던가 (이건 노는거라서 그런지 안아팠습니다) 잘 때 마다 약간 몸을 비틀어야 한다던가 등의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고 결국 저는 병원에 가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인터넷에서 학교 기숙사 근처에 정형외과를 알아본 뒤에 그곳으로 가려고 버스를 탔습니다. 근데 저는 버스 정류장을 찾아 내리는 것에 약간 공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때 너무 많이 지나쳤거든요.
'C□V 근처에서 내리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가려던 정형외과는 C□V 전에 내렸어야 했을 뿐이고, 저는 그 정류장을 지나친 다음에야 C□V 를 발견했을 뿐이고, 다음 정류장은 C□V 를 지나친 다음 골목일 뿐이고.
어쩌겠습니까. 지나친 뒤 다음 정류장에 내렸습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럼요.
근데 그 골목에 내리자마자 하나의 큰 건물에 간판이 하나 보였습니다.
'OO 재활의학과'
오 재활의학과면 재활 전문인가? 그러면 물리치료도 좀 더 잘할려나? 이거 뼈는 안부러진 것 같으니까 괜찮겠지?
갔습니다.
접수를 하고 나니 좀 있다가 원장 의사선생님께 불려서 갔습니다.
약간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선생님은 제가 이러저러해서 꼬리뼈를 다쳐서 왔다고 하자,
제 꼬리뼈와 허리, 척추 등등을 이렇게 저렇게 만져보시더니 이런 자세 저런 자세 해보라고 하십니다.
그러더니 허리가 휘었다고 하십니다. 그 바람에 골반의 수평도 맞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헉, 내 허리가 휘었다니 ㅠㅠ
그리고 그 병원에서 파는 깔창을 신발에 깔면 그 수평을 맞춰주기 때문에 훨씬 쉽게 교정을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30만원이라고 하셨습니다.
아, 예. 그렇군요. 저는 꼬리뼈 아픈 것을 치료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봉침을 놓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오오 말로만 듣던 벌침?
그래서 치료를 받겠다고 했고 한쪽에 있는 침대로 가서 업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 척추 근처를 이리저리 만지시더니 여기저기 표시하시고는 저에게 허리 휜 것도 같이 치료를 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는 '아 그거 괜찮겠네' 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신경주사, 근육주사 라고 불리우는 주사들을 몇방 맞았습니다.
사실 이 때부터 든 생각은 '이러고 하반신 마비가 오는건가?' 였습니다. 진짜로.
그리고는 침대에서 일어선 뒤에 선생님께서 꼬리뼈 근처를 이리저리 만져보시더니 제 허리에 손을 대시고는 저에게 0.2 를 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영쩜이"
0.3을 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영쩜삼"
그리고 봉침 주사를 준비해서 제 꼬리뼈 근처에 몇방 놓으셨습니다.
저는 약간의 두려움으로 경직되어 있어서 꼿꼿하게 앞만보고 서서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고 주사도 꽤 아팠습니다.
간호사 아주머니께서 봉침 주사를 맞았으니 며칠동안 간지럽고 붓기가 있을 수 있으니 그 때에는 냉찜질을 잘 하고 처방해주는 약을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떤 젊은 형이 와서 제 꼬리뼈 부분에 찜질을 해줬습니다. 무슨 레이저 찜질도 있었습니다.
좀 시간이 걸려서 그 찜질해주는 형이랑 수다도 떨고 잠도 자고 했습니다.
치료를 다 받고나니 원장선생님께서는 깔창을 깔면 척추 휜 것을 빨리 고칠 수 있고 30만원이라고 하셨고, 아니면 병원 한쪽에 구비된 특수 신발이 있는데 이것도 도움이 되며 20만원이라고 하셨습니다.
간호사 아주머니께서는 봉침 치료는 약 20~30번 정도 받아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처방을 받아 약도 받고 허리랑 꼬리뼈 X-ray 도 찍어보고 (X-ray 는 그 건물의 'OO 영상의학과' 에서 찍더라구요) 척추가 얼마나 휘었나 확인해보고 기숙사로 돌아갔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휘어 있어서 놀라면서 생각했습니다.
'저거 휜거 피면 3cm? 5cm?'
그리고는 바빠서 1주일 뒤에 그 병원에 다시 갔습니다.
아직 꼬리뼈가 아팠거든요. 하반신 마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접수를 하고 원장선생님께 갔습니다.
꼬리뼈를 치료하러 왔다고 했더니 또 제 허리와 꼬리뼈 근처를 만져보시더니 이런저런 자세를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허리가 많이 휘었으니 깔창을 하면 쉽고 빠르게 교정할 수 있고 30만원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꼬리뼈가 아프니 저번에 하던 봉침 치료를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다시 침대로 갔습니다. 이번엔 봉침 주사를 바로 놓으셨습니다.
원장선생님께서 제 꼬리뼈를 만져보시다가 허리에 손을 얹으시고 0.2을 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영쩜이"
0.3을 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영쩜삼"
그리고 0.4를 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영쩜사"
그 때 저는 하느님께 어떠한 계시를 받았는지, 누군가 알 수 없는 이가 뒤에서 불렀는지, 단순한 호기심인지 모르겠지만 뒤를 돌아보는 행운의 행동을 하였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제가 "영쩜사"를 말하는 동안 제 허리에 손을 대신 원장선생님의 반대 손은,
예전에 허경영씨께서 구속수감을 마치시고 나오신 뒤 케이블 TV 에 출연하셔서 보여주셨던 신기한 비법과 동일한 모양의 오링 (O-ring) 을 만들고 있었고, 간호사 아주머니께서 힘껏 그 오링을 벌리고 계셨습니다.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원장선생님께서는 간호사 아주머니께 '0.3이야' 라고 말씀하셨고 봉침주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주사를 맞았습니다. 저번 보다 더 훨씬 아팠습니다. 0.2에서 0.3이 되면 더 아픈걸까요?
그리고 침대에 업드린 뒤 원장선생님께서 척추 휜 것을 치료하자며 여기 저기 표시를 하시고는 무슨 주사 (기억이 잘 안납니다) 를 놓으셨습니다.
주사를 맞고 침대에 누워 저번에 찜질해 준 형의 찜질을 받으며 이번에도 수다를 떨고 잠도 자고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원장선생님께서는 깔창이 30만원이라고 하십니다. 아, 예.
다시는 그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꼬리뼈는 1주 정도 뒤에 다 나았습니다.
하반신 마비나 그 비슷한 증상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게 1월에 있었던 일이고 지금도 멀쩡하니 괜찮은거겠죠?
이제는 버스 잘 내립니다. 네□버 지도에 대중교통 기능도 생겨서 정류장 확인해보고 갈 수 있습니다. 대전도 됩니다. 정말 좋은 기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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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이야기를 들은 제 친구들처럼 미친듯이 웃기를 바라면서
오늘 하루 소소한 즐거음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여러분들도 버스 정류장 지나쳐 내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그래도 웃으셨으면 추천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