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하는 21세 男 입니다
방학을 맞어 한국에 와있는데
미국에서 기숙사 생활 하며 겪은 "화재경보대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제 1장 - 첫 대면
학기초, 그 어느때 보다 열정 적으로 열공을...
...
하지 못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정신 없이 놀며 대학 생활을 만끽하던 평범한 날들.
그분이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새벽 6시에...
그분은 다름 아닌 화재경보님.
그런데 미국의 그분은 한국의 그분과는 매우 달랐습니다.
(아님 제가 한국에서는 그분을 들어본적이 없어서 모를수도 -_-...)
좀 더 가늘고 날카로운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갖고계신 그분...
성악가 조수미님을 능가하는듯...
저는 그 날카로운 소프라노의 경보음때문에 잠이 깻지만
미국의 화재경보를 전에 들어본적이 없는지라 밖에서 나는
자동차 경보음이라 생각하고 무시하고 계속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그분의 소리..
그날따라 저의 룸메는 외박을 한다고 방에는 저밖에 없었고... 어쩔수 없이
"ㅁ럼나ㅣㅇ험ㄴ;ㅣ아럼;ㅣㄴ"
쭝얼대며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때 창문을 닫을때 밖을 좀 내다볼껄... ㅜ
이상하게 창문을 닫아도 자동차 경보음이라 생각했던 그 하이소프라노의 소리는
전혀 작아지지 않고 전 몇분간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가,
결국 방에서 나와 복도로 나갔습니다.
복도에서도 그 하이소프라노의 소리는 계속 되었는데
이상하게 복도에 사람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허헛... 이제 내가 벌써 헛것이 들리는구나..
이상한 느낌이 들어 옆방을 노크해봤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제 가슴은 갑자기 콩다콩닥 뛰기 시작합니다.
저는 3층에 살고 있었는데 이상한 느낌에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1층 복도 끝, 기숙사 입구에 학생 한명이 뛰어서 밖으로 나가는게 보이는거 였습니다.
이 불안한 느낌은 뭥미? 그 학생을 따라 건물 밖으로 뛰쳐 나가는 순간....
우리 기숙사 건물 앞에는 커다란 소방차 2대와, 경찰차 한대.
그리고 기숙사에 거주하던 300명의 학생들이 모두모여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
정말 태어나서 제일 쪽팔린 순간들 중 하나였던듯..
나오자 마자 친구 왈:
"화재 경보가 울리면 바로 뛰어나와야지 도대체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던거냐?"
나 왈
"화재 경본지 몰랐어 ㅜㅜㅜ"
친구 왈
"너 아까 너네방 창문 닫았지? 우리들이 여기 밖에서 너 창문닫는거 보고
빨리 탈출하라고 손짓하고 소리지르고 난리 쳤는데 대체 뭐하고 있었던거?
도대체 창문은 왜닫은거?"
;;;;;;;;;;;
알고보니 기숙사에 실제로 불이나건 아니고 어떤 개념상실님께서
아침 댓바람 부터 화제경보기 밑에서 담배를 피시다가 화제경보가 울렸다군요...
(참고로 기숙사건물 내부는 무조건 금.연. 입니다)
아무튼 한순간에 덜떨어지고 촌놈이 되어버린 저는
그날 기숙사 사감에게 개인적으로 정신교육(?)을 받았습니다.
"화재경보는 창문 닫으라는 소리가 아니라 건물에서 탈출하라는 소리란다. "
제 2장 - 화장실이 급해요 ㅜ
화재경보와 첫대면 이후, 저는 그 하이소프라노의 소리를 머리속에 각인 시켰습니다.
다음에 울리면 꼭 제일 먼저 탈출하리라!!!!
한 3주정도 지났을려나?
저는 기숙사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창 그 볼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 낯익은 하이소프라노의 소리가 들리는거였습니다.
이뤈 슈발...
얼릉 대충 끊고(????) 휴지로 대충 클리닝을 해준다음 변기부스(??)를 나섰습니다.
물론 아직 시원하진 않았지만 이번엔 꼭 제때 탈출하겠다는 신념이
저의 육체적 본능을 물리칠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그래도 차마 탈출하기 전에 손은 씻어줘야 되겠더군요...
그래서 세면대로 가서 손을 깨끗이 씻었습니다. 그런데...
세면대가 있는 곳에서는 화재경보의 그 특유의 하이소프라노 소리가
별로 크게 들리지 않는것이었습니다!!!!!
지난번에도 불난것도 아닌데 화재경보 하이소프라노 소리에 낚였던 저는
이번에도 보나마나 불이 아니라 사소한 담배연기 등일것이라 생각하고
딱 1초 망설인 다음에 그냥 화장실 세면실에 머물러 있기로 했습니다.
뭐.. 진짜로 불이 났으면 구출하러 오겠지~
그리고 화장실에서 액체비누를 사용해 혼자 평소에 다른보는 눈들때문에
하지 못했던 비눗방울 놀이하고 쌩 난리 치고 있었습니다.
약 2분후, 기숙사 사감이 들이 닥쳤습니다.
사감: "너!!!! 여기서 지금 뭐하는거야! 화재경보 울리잖아!! 빨리 나와"
나: 앗... 화장실이 넘 급해요 먼저나가요 곧 나갈테니
사감: 이게 미쳣구나
결국 전 사감에 의해 건물밖으로 끌려나갔고,
또 한번 300명 중에 300등으로 건물을 탈출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ㅜ
화재경보대란이 진정된 후, 또 한번 사감에게 정신교육을 받았습니다.
"화재경보 울리는데 탈출안하면 불법이야, 불.법.!!
너 다음부터 또 그러면 벌금 내야될줄 알어!"
제 3장 - 나의 피난처 되신 장롱님.
두번의 화재경보대란을 겪은 후, 저는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대한의 싸나이!!
로 기억 되기를 바랬지만, 현실은 싸나이가 아닌 또라이... ㅜ
어느덧 몇주가 지나고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이날도 새벽에 꿈나라를 해매고 있던 저에게,, 그리고 저희 기숙사 거주자들에게
화재경보의 하이소프라노가 찾아왔습니다.
자다가 놀래서 깬 저와 저의 룸메.
저의 룸메는 속옷차림으로 한겨울의 추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고
저는 그래도 이성적으로 옷을 입고 나가기 위해 장롱문을 열고 옷장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옷장안에서는 화재경보의 그 하이소프라노가 잘 들리지 않는것이었습니다!!
장롱문을 닫으니 정말로 완벽하게 방음이 되서
귀에 거슬리는 하이소프라노가 완벽히 차단됬습니다!!
이번엔 딱 2초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정했죠. 그냥 장롱속에 쭈그려 앉아 있기로...
한 15분 정도 뒤에 룸메가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역쉬나.. 진짜 불이 아니라 또 사소한 연기 같은거였습니다.
룸메: 야!! 너 어딨었던거야? 밖에서 사감이 너 나왔던지 찾던데? -_-;;;
나: ㅎㅎㅎ 나의 새로운 피난처를 찾았어!! 장롱속에 들어가면 완벽 방음! 끝내줘요..
룸메: 너,.. 미쳣구나 ㅋㅋㅋ 경찰이나 사감한테 걸리면 어쩔려 그래?
불법이레잖아~ 글고 진짜 불나면 어쩔려 그래~ 겁을 상실했군...
나: 옷장속에 숨어있는데 경찰이나 사감이 어떻게 찾냐? ㅋ
글고 진짜 불나면 너가 구해줘.. ㅋㅋㅋ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저의 룸메는 혼자서 스페인어로 쭝얼쭝얼 되더니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했습니다.
전 뿌듯했어요. 저만의 피난처를 찾았기에..
이제 화재경보의 하이소프라노로 부터 피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제 4장(막장) - 함께하면 좋은 세상
어느덧 학기말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한창 공부에 찌들린 우리들...
이라고 말하고 싶으나, 현실은 학기말 파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피로누적에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화재경보님의 하이소프라노가 또 다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능숙한 실력으로 저는 침대에서 일어나
저의 피난처 되신 장롱님의 문을 열고 그 속에 들어가 쭈구려 앉아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누군가 장롱문을 거칠게 확~ 여는것이었습니다.
전 순간 쫄았죠.
근데 그 분은 저의 룸메님.
장롱안으로 들어와 제 옆에 쭈구리고 앉은 뒤, 장롱문을 닫느거였습니다.
나: 헉;;; 너 여기서 머하는거야? 탈출 안해?
룸메: 쉿! 조용히해!!!! 그렇게 크게 말하다 들키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저희는 사이좋은 룸메 사이였습니다. ^^
번외편 - 하이소프라노의 주범
정말 미국에서는 별것도 아닌것들 때문에
화재경보의 하이소프라노가 울립니다.
뭐,,, 가장 흔한게 담배연기,
그리고 방에서 전자렌지 돌리다가 안에 내용물을 태워서...
그런데,,, 정말로 드문 케이스를 듣게되었습니다.
어떤 귀차니즘의 최고봉을 달리시던 한 학생분께서
엄청나게 밀린 엄청난 양의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셨답니다.
세탁기 문이 안닫힐 정도의 그정도의 빨래 양인데..
억지로 문닫고 돌리셨답니다.
그 세탁기... 그 엄청난 빨래 양 때문에 돌아가지를 못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탁기는 돌아가지 못하는데
세탁기 안쪽에 있는 모터는 계속 돌아가는 바람에
결국 그 모터가 과부하가 되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를 내뿜으셨다는군요.. .
화재경보의 하이소프라노가 마음껏 독창을 하며,,,
건물 탈출작전이 펼쳐 졌겠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