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무한도전 유재석도 반한 포뮬러BMW 대회 현장
경차수준 엔진인데 성능은 수퍼카 맞먹어…한국선수 문성학 새역사 '기대'
"작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굉음을 울리는 24대의 엔진소리가 지난 15일~16일 이틀간 말레이시아 세팡서킷(1주, 5.543km)을 장악했다. 쉴새없이 귓청을 때리는 엔진소리에 관중들은 하나같이 귀를 막는다. 일부 관중들은 오히려 이 굉음을 즐기고 있다. 마지막 코너를 지난 차량 한대가 저 멀리서 등장했다. 이 차량은 960m에 이르는 직선주로를 시속 230km의 속도로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금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열대지역에 속하는 말레이시아는 연중 고온다습한 날씨답게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 때문에 트랙위 아스팔트 온도를 무려 60도까지 치솟게 한다. 섭씨 38도, 습도 80%의 숨막히는 더위는 현지인들 마저 지치게 한다. 그랜드 스탠드의 관중들은 더위를 피하고자 그늘을 찾아 움직이기 바쁘다. 일부 관중들은 아예 웃옷을 벗어버린다. 간간히 내리는 소나기가 트랙을 식히는가 싶더니 금새 비는 그치고 다시금 뜨거운 태양이 등장한다.
아시아 최대의 스피드 축제 AFOS(Asian Festival Of Speed)인 포뮬러BMW퍼시픽 시리즈 대회 현장이다. AFOS 대회는 15일부터 이틀간 동남아 모터스포츠 산업의 메카인 세팡 서킷에서 열렸다. 이 기간동안 AFOS는 포뮬러BMW퍼시픽 시리즈, GT3아시아컵, 아시아투어링카시리즈(ATCC) 등 5개 대회를 한꺼번에 치렀다. 이틀동안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양각색의 차량들이 펼치는 레이스의 열기로 트랙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쉴새없이 질주하는 차량들은 달궈진 트랙이 식을 잠깐의 여유 조차 주지 않았다.
16일 오후 4시 단 1분만 서있어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이 현장에 낯익은 차량들이 빠르게 달리고 있다. 지난 2월 6일 방영된 '무한도전 F1특집'에서 유재석이 주행한 바로 그 경주차량이다. 하지만 트랙 위를 달리는 이 머신들은 과연 유재석이 주행한 머신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현저히 빠르다.
바로 이 140마력의 괴물들이 포뮬러BMW 머신이다. 포뮬러BMW 머신은 4기통 1200cc 140마력의 BMW엔진을 탑재했다. 무게도 500kg대로 경차의 1/2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다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엔진은 경차 수준이지만 성능은 수퍼카를 뛰어넘는다.
같은날 열린 GT3아시아컵 경기에 출전한 페라리,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등 570마력에 달하는 튜닝된 수퍼카들의 랩타임은 평균 2분11초대였다. 140마력에 불과한 포뮬러BMW 머신들의 평균 랩타임 역시 2분 11초대. 400마력 이상 차이 나는 수퍼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기록한 랩타임은 2분55초로 실제 드라이버들과는 무려 40초 이상 차이가 난다. 트랙 위를 달리는 머신들이 더욱 빨라 보이는 이유다.
포뮬러BMW퍼시픽시리즈는 레이싱카트를 통해 카레이싱의 기초를 다진 예비 카레이서들이 입문하는 첫 포뮬러 레이싱 시리즈다. 또 F1 전단계인 GP2시리즈와 F3로 가는 입문 단계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F1 드라이버로 활약하고 있는 '포스트 슈마허' 세바스찬 베텔(23, 독일, 레드불) 역시 포뮬러BMW를 거쳐갔다. 베텔은 포뮬러BMW 출전 당시 최다 우승(23회), 최다 입상(32회), 최다 폴포지션(예선1위, 20회) 등 각종 기록을 휩쓸며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다.
포뮬러BMW와 동일한 머신을 사용하는 아시아의 포뮬러BMW퍼시픽 시리즈에는 한국팀이 있다. 그리고 한국인 드라이버도 있다.
바로 이레인(E-Rain)팀과 '유럽파 드라이버' 문성학(19, 성균관대 경영학부 1년)이다. 이들은 지난 3월에 만나 한국인 드라이버 사상 최초의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레인은 2003년 포뮬러BMW아시아 시리즈 출범부터 역사를 함께 했고 F1 드라이버 카룬 찬독(인도)을 배출해 낸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레이싱팀이다. 문성학은 유럽에서 카트부터 포뮬러르노까지 카레이싱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한국의 기대주다.
포뮬러BMW에 참가하는 각 레이싱팀들은 스폰서십을 등에 업고 일정 금액을 내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쳐 팀 드라이버를 뽑는다. 이를 통해 얻은 수입으로 팀원들의 월급을 지불하고 팀을 꾸려나간다. 이레인과 문성학 역시 마찬가지다. 포뮬러BMW퍼시픽 시리즈의 연간 대회 참가비는 3억원에 달하고 팀 운영비는 15억~20억원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번 세팡 경기에서 포뮬러BMW퍼시픽 대회는 하루 두 경기씩 총 4번의 결승경기를 치렀다. 팀과 드라이버들에게 비용절감과 단시간 내에 실력향상을 위한 주최측의 배려다. 문성학은 16일 열린 마지막 경기인 6라운드(총 10랩)에서 쟁쟁한 유럽 선수들에 맞서 결승 9위를 차지하며 시즌 첫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이날 결과로 문성학은 팀에 귀중한 챔피언십 포인트 2점(게스트 드라이버 제외 시 6점)을 안기며 23명(게스트 드라이버 3명 제외)의 드라이버 가운데 종합 순위 14위에 올랐다.
문성학이 올시즌 포뮬러BMW퍼시픽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한국 카레이싱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아직까지 시상대 정상에 섰던 한국인 드라이버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포뮬러BMW에 참가했던 한국인 드라이버는 이두영과 팀106의 유경욱 그리고 그리핀의 안석원이 있다. 이 중 유경욱은 2003년 루키챔피언에 올랐고 안석원은 3위로 시상대에 올랐지만 모두 우승의 꿈을 이루진 못했다.
오는 8월 27~29일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전남 영암서킷(1주, 5.621km)에서는 포뮬러BMW퍼시픽 시리즈 7~9라운드가 열린다. 홈 어드밴티지 효과를 노려 한국인 드라이버 사상 최초의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이레인팀과 문성학의 도전은 올시즌 내내 계속된다.
/말레이시아 세팡=문재수 기자 jsmoon@gpkorea.com, 사진=(말레이시아 세팡) 김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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