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한겨레 신문에서 퍼온 '신사장'님의 글입니다.
출처 : http://hantoma.hani.co.kr/board/view.html?board_id=ht_politics:001001&uid=285959
천안함과 관련해 매우 위험한 글들이 올라오기에 이 글을 쓴다. 다소 긴 내용이지만 반드시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1. 94년 북핵위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주한미군이 '한국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도 있기 때문에 들어와 있듯이, '한미동맹' 또한 한-미 양국의 '이익의 교집합의 영역'에 속한 제한적인 동맹이자 조건부 동맹이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의 이익이 상충되는 곳에서의 '한미동맹'은 미국의 정책결정에 하나의 '참고사항'일뿐이다. 지난 "94년 북핵위기"가 이런 한미동맹의 속성을 잘 보여주었다.
클린턴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94년도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적었다:
"나는 앨 고어 부통령 및 국가안보팀과 협의 후 (북한폭격을) 시도해 볼 만하다고 결정했다. 그에 3주 앞서 나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양측이 입을 막대한 피해 규모에 관해 정신이 번쩍 드는 보고를 받았었다."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 북한 주석과 핵문제 해결을 위한 타협을 보기 전에 이미 클린턴 대통령은 "정신이 번쩍 드는 보고"를 받았었고 그 때부터 영변 폭격 계획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서전은 '정신이 번쩍 드는 보고'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지난 99년 10월 미국의 CNN 방송이 94년 당시 미 국무부 특사였던 로버트 갈루치와 국방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 정부는 평북 영변의 한 작은 원자로를 폭격하기 위해 크루즈 미사일 발사와 F-117 스텔스 전투기 폭격을 할경우, 이 폭격이 북한 당국을 자극해 "100만명이 희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쟁"이 예상되었기에, 영변 폭격이 불러 올 북한 당국의 대응 등을 둘러싸고 클린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심각한 논의가 벌어졌고, 폭격 취소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이처럼 폭격 계획의 수립부터 폭격이 취소되기까지 한미동맹이라는 것은 미국의 정책결정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과 대담한 레이니 대사의 "다만 확실한 것은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라는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한국정부에 단 한 번의 문의도 한 적이 없었음은, 미국에선 북한폭격이 대통령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던 상황조차 모르고 있던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 확고"를 말하며 "미국의 대북 제재 추진을 굳건하게 지지"하고 있었다는 것에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나중에 김영삼씨가 "내가 긴급전화를 클린턴에게 해서 위기상황을 겨우 막았다"고 주장했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북핵 관련 참모 3인이 공동으로 발간한 <중대 국면: 제1차 북한 핵위기>에서 "사실 백악관에 걸려온 긴급 전화는 없었다."고,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제재 추진을 굳건하게 지지하고 있었고 한국 정부는 미국 군사력의 점진적인 한반도 증강 배치와 그 이상의 증강 계획을 통보 받았다."고 밝힘으로, 김영삼씨가 거짓말 했음이 결국 드러났다.
그렇다면 한미동맹이라는 게 "절대적인 정책결정의 고려요소" 도 아니고 자기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도 아닌데, 왜 미국은 94년에 북한을 폭격하지 않았을까?
11,317명(이라크시민)+ 6,370명(이라크군인)+ 952명(연합군군인)+ 90명(연합군시민)=18,729명
2004년 7월 현재, 이라크전을 통해 죽은 사람이 겨우(!) 이 정도였다. 그런데 북폭이 실행된다면 자그마치 100만명이 죽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2만 명 정도가 죽은 이라크전이 이 정도인데 자그마치 100만이 죽는다고 한다. 이게 상상이 되나? 100만이라는 숫자도 최소한으로 잡은 것이 그 정도일 것이다. 세계에서 인구 천만 명이 한꺼번에 살고 있는 도시가 몇 군데나 될 것 같은가? 이런 인구가 겨우 휴전선에서 48~10㎞ 에 위치해 있다. 평양만 해도 300만이다.
또한 한반도는 각국의 이해가 매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경선 근처에 있는 강대국만 중국, 일본, 러시아이고, 전쟁이 발발한다면 직접적인 전쟁 당사자가 미국일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규모 1위(미국), 2위(중국), 3위(일본), 9위(러시아), 11위(한국), 97위(북한)가 바로 집중되어 있는 이런 곳에서( 경제규모 출처는 세계은행, 2003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일본에 도달하고 남고, 인플레를 걱정할 만큼 잘나가는 중국 바로 옆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까?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상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세상이라면, 이런 전쟁은 도저히 생길 수가 없다. 전쟁은 아무 곳에서, 아무 때나 발발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만 평화의 원칙을 굳건하게 수호하고, 남북이 서로 신의를 가지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서, 한반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그 어떤 군사작전도 강력하게 거부한다면, 절대 한반도에서 전쟁은 발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전쟁을 주장한다면 실제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인의 국민투표가 아니라, 한국정부의 대응, 신문기사, 방송 등을 토대로 한국인이 전쟁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한다. 94년 핵위기가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신문사나 방송국, 극우단체 등이 감히 전쟁을 말한다면 그들의 입을 막아야 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백악관 참모들의 <중대 국면: 제1차 북한 핵위기>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영변에 대한 선제공격 검토 사실을 몰랐으나 어차피 워싱턴은 한국 정부와 사전 상의 없이는 그 공격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
이 말이 얼마나 무섭고도 중요한 얘기인지 이제 이해가 되는가? 정부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을 말하지 못하게, 어떤 전쟁이든 국민들은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 과거 김선일씨가 피살당하자, 급등했던 '보복론'과 '파병찬성여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꼭 알아야 한다.
2. 미국 민주당 집권기엔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폭증해 왔다
지금 이 글은 예전에 썼던 글을 정리해서 다시 올리는 것이다. 2004년도에 작성된 이전 글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었다:
"…다시 한 번 서해교전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마침 그때 북폭에 대한 논의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고, 여전히 한국의 정부가 대미굴종외교를 하고 있다면,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불사를 주장하는 신문들, 대규모 참전기도회를 여는 개신교목사들, 차라리 싸우다 죽자며 거품을 무는 네티즌들, 국가에 내 결정을 맡기겠다는 소시민들, 노짱이 가는 길이라면 나도 가겠다는 노빠들... 제 부족한 상상력으로도 이런 광경이 그려집니다. 그들도 감정적인 이유든 정치적인 이유든, "설마 진짜로 전쟁이 일어나진 않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런 모습이, 그런 기사가, 미국이 한국에서 전쟁을 일으킬 명분이 됩니다. 전 두렵습니다. 진짜로 두렵습니다.…"
그런데 서해교전보다 더 큰 사태가 결국 발생하고 말았다. 1200톤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했고 46명의 장병들이 전사했다. 지금은 언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미국은 미사일의 사정거리 밖에 있고, 자기네 함대를 자기가 폭파시킨 후, 그 죄를 스페인에게 덮어씌워 선전포고를 하고, 쿠바에서 스페인을 몰아낸 후, 쿠바의 독립운동을 막은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1898년 '메인호 사건'이다. 다시 말해 전쟁을 조작한 전력이 있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정부가 시인한 것은 그로부터 90년 후였다. 1976년 해군 제독 하이만 G 리크오버가 재조사를 실시해 폭발부위가 기뢰에 의한 파손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라크 전쟁 역시 조작된 증거들을 구실로 발발한 전쟁이었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천안함 침몰도 미국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유도한 1964년 '통킹만 사건'도 있지 않았던가. 북베트남 어뢰정이 미구축함을 공경한 이 사건이 미국의 자작극이었음은 베트남전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1995년에 시인한 바 있다.
게다가 이상하게 미국에 민주당 정부만 들어서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폭증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94년 북핵 위기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민주당이 집권한 시기였다.
또 한반도에 대한 핵공격을 입안한 시기는 1978년인데 이때도 "인권"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민주당 카터가 집권한 시절이다. 게다가 실제 투하훈련을 실시했던 1998년 역시 민주당 클린턴이 집권한 시절이다. ( "美, 유사시 북한에 핵 30개 투하" "98년 모의실험도", 프레시안, 2004.11.8)
더군다나 공화당 부시 정부는 이미 "제한적인 북폭"이니 "맞춤형 봉쇄"니 하는 대북제재의 가능성을 우리 정부에 타진한 적이 있었다. 이 공화당 정부는 실제로 걸프전쟁을 일으켰고 이라크 침략을 감행한 정부이다.
무슨 말이냐면, "미국은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호시탐탐 북한을 폭격할 기회를 노려왔다"는 것이다.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겠는가.
우리가 일제에게 나라를 잃었을 때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가지고 각국의 정책결정자에게 호소했을까? 바로 원칙과 상식이었다. 무력을 동원해 힘없는 나라를 점령해서는 안 된다는 상식!! 한국은 한국인의 나라라는 상식!!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국익론'을 내세워 동참함으로써, "국익이 생명보다 우선한다"라는 저 미국의 네오콘들에게서 태어나 세계로 퍼진 잘못된 인식을 우리가 '현실적'으로 인정해 버렸다. 우리나라는 미국,영국 다음으로 3번째 규모의 파병국이라는 오점을 남기고야 말았다.
이로 인해 세계의 반전 여론은 절대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이 북한 폭격을 감행하는 그 상상만 해도 두려운 상황이 실제로 닥친다면, 그 흔한 반전시위 하나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반전'을 말해야 할 시기에 '참전'을 결정한 우리에게, 자국 국민이 참수되는 상황에서도 국익을 말하던 역겨운 국민들에게, 어느 누가 '인류보편적가치'를 내세우며 도움을 주고 싶겠는가….
3.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천안함 침몰에 대해 민군 합동조사단은 "그렇다"라는 평가를 내린 후 "아마도 북한의 소행인 것 같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합동조사단에는 국내 10개 전문기관의 전문가 25명과 군 전문가 22명, 국회추천 전문위원 3명, 미국, 호주, 영국, 스웨덴 등 4개국 전문가 24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북폭이나 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이 조사단의 결론을 근거로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고 봐야한다. 미국이 명백한 증거가 있어서 이라크를 침공했던 게 아니다. 지금이 얼마나 엄중한 상황인지 인식해야 한다.
이미 공신력을 갖춘 조사단의 결론이 나온 상태이기에 발표된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한 후 명백한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겠으나, 보고서의 결론을 뒤엎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타당한 근거 없이 섣불리 합동조사단의 결론을 부정하면 국민들의 지지조차 얻기 어렵다.
따라서 심상정이 '북한의 소행이 맞다면'이라고 전제한 후, 경계의 실패를 물어 무능한 정권으로 몰고 간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한나라당의 색깔론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북한의 소행이 맞다면, 분명 북한이 잘못한 것이니 북한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는 주장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색깔론을 피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다면 다소 강경한 발언도 못할 이유가 없다.
동시에, 선수를 친다는 말은 좀 그렇지만 만약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 명백할 경우, 적절한 수준의 대북제재를 미리 고안해 놓아야 하고, 이 제재안을 미리 '어젠다 세팅'해 놓음으로써 전쟁으로의 논의 자체를 막을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을 온건보수나 진보 진영이 재빨리 해줘야 한다.
과거 83년 '아웅산 테러' 사건이나, 87년 'KAL기 폭파' 사건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에게도 전쟁으로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휠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엔 북한에 핵이 없었으나 지금은 북한이 핵은 물론이고 장거리 미사일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4. 결론만 다시 정리하자
지금은 언제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조금의 상식이라도 남아있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한국인이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의 국민들이 전쟁을 원한다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행여나 북한과의 전쟁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오판하지 못하게, 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평화를 말할 수 있는 인내와 의지를 길러야 한다. 우리의 평화 의지를 우리 스스로와 세계만방에 증명해 보일 시험대가 바로 지난 이라크파병이었으나 이미 우리는 기회를 놓쳤다. 지금이라도 이 의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왜냐하면 위기상황이라는 것이 미국이나 그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민주당 정부만 들어서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이 폭증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94년 북핵 위기를 비롯해 1978년 핵공격 입안, 1988년 모의실험 모두 미국에 민주당이 집권한 시기였다. 게다가 공화당 부시 정부 역시 이미 "제한적인 북폭"이니 "맞춤형 봉쇄"니 하는 가능성을 우리 정부에 타진한 적이 있었다. 이 공화당 정부는 실제로 걸프전쟁을 일으켰고 이라크 침략을 감행한 정부이다. 이처럼 미국은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실로 호시탐탐 북한을 폭격할 기회를 노려왔다.
선수를 친다는 말은 좀 그렇지만 만약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 명백할 경우, 적절한 수준의 대북제재를 미리 고안해 어젠다 세팅해 놓음으로써 전쟁으로의 논의 자체를 막을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을 온건보수나 진보 진영이 해줘야 한다.
다시 말한다.
미국은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호시탐탐 북한을 폭격할 기회를 노려왔다.
대북제재를 미리 고안해 놓음으로써 전쟁으로의 논의 자체를 막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