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전철에서 수입정리하던 남자

바다 |2007.10.19 04:07
조회 93,750 |추천 0

안녕하세요.

두 아이의 엄마인 주부입니다.

톡톡 보다가 저도 몇달 전 일이 떠올라서 써봅니다.

(그땐 쓸 생각도 못하구...)

5월쯤에 평택에 가려고 전철을 탔거든요.

사람이 많지 않아 전철 안이 널널했습니다.

거의 한 자리에 한명...많아야 두명 앉아가는 정도루요.

음악들으면서 가고 있는데 옆칸에서 몸이 불편해보이는 남자가

검정가방을 크로스로 두르고 넘어옵니다.

아...어떡하지...귀찮은 마음이 들어서 내쪽으로 오면

자는척을 해야하나 외면을 할까...사람도 별로 없는데

주면 알고도 속는 기분이고 안주자니 핑계같고...

무섭게 들이대면 어쩌지 등등...생각이 오갔습니다.

이 남자 비틀거리면서 다가오더니 제 앞자리에 털썩 앉습니다.

왜 저러지 하고 안보는 척하고 자꾸 보게 되더라구요

소심해서 눈은 마주치기 싫으면서도...

근데 이 사람 메고 온 가방에서 돈을 꺼내더군요.

그동안 구걸해서 벌은 돈인듯 구겨지기도 하고

암튼 그런데 보다보니 천원짜리 장수가 꽤 되어보입니다.

꼬깃꼬깃한 돈을 손으로 훑어서 쫙 펴서 한장 한장 포개어서 다발을 만듭니다.

100장은 아니어도 7~80장은 되는듯...하도 많아지니까 속으로

저게 10만원이 될까 안될까 하면서 보고 있었거든요.

그 돈다발을 모서리를 딱 맞추어서 고무줄로 동여매서 가방에 넣습니다.

제가 속으로 "아...C...이제 진짜 전철에서 돈달라는 사람 주지 말아야겠다"

결심하는 동안 가방에서 또 지폐를 꺼냅니다. 배추이파리를...

그리고 주황색 5천원짜리를...

역시 예닐곱장 되보이는 지폐들을 판판하게 펴서

이번에는 다른 주머니에 보관합니다.

"망할 자식, 저렇게 해서 하루에 대체 얼마를 버는거야...

웬만한 월급장이보다 하루수입이 많을거아냐...어우 나쁜 넘..."

 

속으로 이렇게 궁시렁대는 동안 이번에는 옷주머니에서

동전을 한뭉치 꺼내서 500원짜리부터 공들여 분류를 하네요.

이것들 역시 지퍼가 달린 여러 주머니에 따로 따로...

그 허름한 비닐가방의 용도가 대단합니다.

 

이렇게 하루 수익을 정돈한후 잠시 숨을 고르더니

어느 역인가에 열차가 멈추자 힘들게 비틀거리며 유유히 내리네요.

제가 앞에서 보는 것도 모르지 않을텐데 너무 여유있게

돈 정리를 하던 모습...그땐 아는 사람에게 이 얘기 해주면서

우리 이제부터 바보같이 속지 말자고 막 억울해했었죠.

 

이딴 사람 때문에 정말 어려운 분들 도움 받을것도 못받을것 같습니다.

저부터가 마음이 딱 닫히면서 모습보고 불쌍하다고 돈 몇푼 주면

받고 나서 그 사람들이 나를 바보~~하면서 비웃을것같은 불쾌한 기분이

들고 스스로 짜증날것 같은 겁니다...

그래도 껌같은거 들고 다니면서 팔아달라고 하는 할머니 보면

아직도 갈등이 생기긴 해요. 젊은 사람은 몰라두요...

알고도 속아주자니 약오르고, 외면하자니 때론 진짜

불쌍한 사람일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헉......

톡에 오르다니...

비슷한 상황 보신 분들이 많네요

근데 무지 떨리네요 작은 반대의견에도...소심의 극치...

그 사람이 구걸꾼인지 노점상인지 어찌 아느냐

그 사람  하루 수입인지 한달 수입인지 전재산인지

당신이 봤느냐 하시는 분도 있고...

보지 않으셨으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헌데 그때 승객이 한 의자에 한 명 정도는 있던 터라

그 분들도 이 모습을 다 보았는데요

그 순간만큼은 공감대 형성...

요 밑에 올라온 사진과 행색이 거의 비슷했어요...사진보고 어머!! 했는데...

연령대나 머리 모양, 체구가 너무 비슷하네요. 뇌성마비로 불편해보였고,,,

사람들 앞에서 태연히 그랬다니

더더욱 그 사람 같기만 하고...아...생각 그만 해야지...

옆칸에서 넘어오는 걸 보면서 뭘 파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제 옆 의자 앉은 아저씨는 그 남자 돈 세는 거 첨엔 무심히

그러다가 나중엔 의자에서 일어날 듯한 자세로 보시다가

무슨 말이라도 할 듯 말 듯... 결국은 못하셨지만...(뭐라고 하고 싶으셨을까...)

그 사람 내리고 남은 사람들끼리 어이없고 허탈한 웃음만 교환했던...

 

저도 그렇게 야박한 아줌마는 못되거든요

돈 천원 주면서 속나 안속나 생각할 필요 없는 것도 알고

그 돈으로 소주를 사먹든 국수값에 보태든 주고 나면 그 사람 거니까

잊어버리자는 말 저도 하는데...

그리고 혼자 있을 때보다 저는 동행이 있을 때 더 도와드리기가 쉽던데요.

혼자 어디 갈 때는 나만 다 쳐다보는 것처럼 용기가 안나서 

손이 안나갈 때가 많은 듯...곰곰 생각 중...

 

이 얘기 남편에게 하니까

그 수입 그 사람이 다 갖는것 아닐 거라고 하네요

"조직" 이 있을 거라고...점점 복잡...

 

 

 

추천수0
반대수0
베플종점의기적|2007.10.21 12:23
아직도 모르느냐 이름하여 종점의 기적 장님은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서는 놀라운 현장
베플임태|2007.10.21 19:16
저런사람들에게 돈주지 말고 지하철 입구에서 야채파는 할머님들 도와주세요. 천원 이천원 이라도 사주세요. 날씨도 추워지는데 계단에 앉아서 졸고 계신거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나서 슬퍼요.
베플피우나공주|2007.10.20 10:58
그아저씨가 구걸하는거 눈으로 직접 확인은 한게요?? 자기 판단으로 함부로 남을 그렇게 단정짓지 마쇼.. 어렵사리 번돈일수도 있지않소?? 그리고 한달수입인지 일년치수입인지 어찌그걸 단정 지을수가 있느냔말요...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