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게 지친 남자는 그래도 어제 축구를 봤습니다. 상대가 벨라뭐시기나 일본따위 말고, '무적함대'로 불리우는 피파fifa랭크 2위인 스페인였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꽤 늦은 시각이었습니다. 경기장소가 우리나라와 완전 반대의 위치였기에 그랬겠지만, 출근으로 아침 일찍 기상해야 하는 제게는 꽤 부담스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졸면서 봤지만. 뭐 아무튼.
우리는 박지성을 제외하고 (거의?) 주전의 구성으로 출전했습니다. 전방에 박주영을 원톱으로, 그 바로 아래의 자리는 허 감독의 황태자 김재성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박지성을 대신하여 나왔습니다. 그리고 우측 날개에 볼턴의 이청용이, 좌측으로는 누구였더라? 염기훈이었던가. (존재감이 없어서, 아마도 염씨 맞는 듯) 그리고 수비형미드필더(더블볼란치) 두 명에는 최근에 실력이 만개한 김정우와 실력이 만만한 기성용이 사이좋게 나란히 서줬습니다. 수비수는 포백four-back의 일자 수비진형으로, 이영표-조용형-이정수-오범석이 출전했습니다. 포지션은 대략 이랬구요, 그럼 지금부터 평점 들어가 봅시다~. 아! 까먹을 뻔했는데, 골대 앞에는 이운재가 있었습니다. 하하. 요즘 그의 존재감은 안습. 뭐 아무튼, 어제 좀 잘한 선수와 못한 선수를 골라볼게요. 이건 절대 주관적입니다.
<BEST는 유일하니, 그냥 잘한 친구들 3명>
FW 박주영 ★★★★★★★☆☆☆ 7점
무득점이지만 봐줄만 했다. 대신 본선에서는 꼭 넣어라.

< 박주영, 훌쩍 도약하여 플라잉 니킥을 할 기세다 >
포워드는 무조건 득점으로 말합니다. 왜냐면 그렇게 평가되도 무관할 만큼, 축구는 야구처럼 기록의 종목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만한 복잡한 경기가 아니며, 득점도 적은 숫자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렇다고 축구를 단순무식한 운동으로만 취급하는 게 결코 아님) 물론 최근에는 볼터치나 패스시도 및 성공률 등을 기록으로 남겨 팀과 개개인의 당일 평가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서론에서 언급한 것마냥 (쉽게 생각해서) 포워드는 무조건 득점해주면 좋은 겁니다. 사실 득점하라고 그 자리에 배치한 게 포워드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어제 경기에서 박주영은 무득점이었습니다. 전반에는 스페인 중앙 수비수의 뒷공간을 파고들며, 이청용의 패스를 받아 (물론 못 넣었죠) 레이나에게 위협을 주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득점실패, 후반에는 스페인의 골키퍼 발데스와 1:1 찬스를 두 번이나 놓쳤습니당. 그런데 말이죠, 무득점 '밥줘영'을 높게 평가하는 건, 그의 프랑스리그급 스피드와 재빠른 몸놀림은 우리 팀의 가장 창조적인 선수인 이청용의 패스와 꽤나 잘 어울린다는 겁니다. 어제 시합에서 박주영은 우리팀 미드필더의 간간하게 나오는 괜찮은 스루패스 혹은, 수비수 키를 살짝살짝 넘기는 공중연결을 침착하게, 민첩하게 잘 받아냈습니다. 볼 컨트롤도 좋았구요. 또한 공간을 침투하며 상대 수비를 이동시키며 동료의 이선침투의 영역을 창조해내는 역할도 훌륭했습니다. 와중에 세계최고 수준의 수비수들로 구성된 스페인과의 공중볼 경합에서도 (뭐 거의?) 밀리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예전의 나약하고 출출해 뵈던 '밥줘영'의 옛 모습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며 작년부터 보여준 모나코 박주영의 미친 포스를 되찾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스트라이커는 분명 득점으로 자신을 어필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그 외적인 활동을 통해서도 좋은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의 소속팀이 최고의 선수로 구성된 '별들의 군단'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우리 팀에서의 박주영은 그런 존재입니다. 만약 한국에 파브레가스나 사비가 링커로 있었다면, 박주영은 더 많은 득점을 했을지도 모르겠죠. 하하. 아무튼 그는 어제 시합에서 그나마 좀 나은 선수였습니다.
MF 김정우 ★★★★★★★☆☆☆ 7
김정우가 잘 뵈지 않는 건, 그가 '푸닥거리'를 도맡아서 하기 있기 때문이다.

< 김정수와 이정수가 남자 하나를 두고 몸싸울을 벌이고 있다. 정말 사랑하는 듯 >
예전만 해도 김정우는 중거리 슈팅으로 꽤 득점을 했던,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대표팀 경기를 보면 김정우를 화면에서 찾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마치 백사장에 가로 세로 1미터의 영역을 표시하고, 그 위에 바늘을 떨군다음 찾아내는 일마냥 말입죠. (그가 바싹 마른 체형이라 그런 게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가 뵈지 않는 건 이유가 좀 있습니다. 포지션은 그대로지만 임무의 변화가 그것입니다. 김정우는 2006년 즘의 대표팀 경기를 제외하면, 이후 계속 수비형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2002년 김남일이 했던 거라고 보면 됩니다. 김정우의 평점 아래에 '푸닥거리'라고 적은 건, 이런 연유입니다.
김정우, 꽤 힘든 임무만 허감독으로부터 부여받습니다. 그가 시합에서 해야할 건 득점도, 백태클에 인한 경고도 아닙니다. 패스는 링커로서의 기본적인 연결정도만 해주면서 (물론 기회가 된다면 멋진 킬 패스 해야겠죠) 상대 중원의 핵심 선수 혹은, 일차 침투하는 상대 공격을 수비수의 앞에서 선차단 해주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쉽지, 어찌보면 가장 힘든 일입니다. 어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스페인의 중원이 어디 고만고만한 선수들도 아니고, 그들의 면면을 살피면 대박입니다. 사비만 두 명에 이니에스타. 게다가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주장인 파브레가스라는 걸출한 놈도 있고, 아무튼 김정우로서는 답이 없는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동작 하나 하나가 예술이며, 공 연결 하나 만큼은 눈감고 해도 제대로인 '패스-마이스터'. 그런데 어제 시합에서 한국은 총 90분 중에서 대략 80분을 무득점으로 막아냈습니다. 수비수가 잘했거나 스페인이 헛짓거리를 했거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더블볼란치의 한 명인 김정우의 활약이 컸다는 증거로 보는 게 맞습니다. 게다가 어제는 예전 평균 반칙횟수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습니다. (뭐, 결혼을 앞두고 꽤 노련해진 거일 수도 있겠구요. 흐흐)
김정우, 본선에서 어제같은 포스만 보여준다면, 아직은 불안한 조용형-이정수 라인에게 큰 힘이 돼줄 게 분명합니다. 한일월드컵의 김남일 포스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제 정도의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GK 정성룡 ★★★★★★★☆☆☆ 7점
생각보다 꽤 민첩한 정성룡. 홍콩의 성룡같은 움직임이 약간씩 엿보였....엉;?

< 정성룡이 아디다스의 월드컵 공인구 '자블리니'를 관찰하고 있다. 신기해 하는 듯 >
사실 이운재와 비교되는 게 많을 정도로, 정성룡은 여전히 가다듬을 게 많은 선수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본선에 임박하여 경기에 쭉 등장하는 건, 이운재의 기량저하가 한 몫 합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정성룡이 선발출전하는 건 아닙니다. 그의 최근 에콰도르 전, 일본 전을 회상하면 답이 나옵니다. 만년 유망주일 것 같았던 정성룡이 드디어 '포텐샬'을 빵 터뜨린 거죠.
그는 신인 때부터 앞으로 한국의 골대를 책임질 새싹으로 거론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큰 키는 공중볼 처리에 유리했고, 큰 키에 비해서 은근 좀 해주는 민첩한 선방이 돋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부족한 게 있었으니, 수비수와의 소통력 부족. 골키퍼가 막으면 됐지 뭐 이런 걸 따지냐고 하실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산. 다른 건 좀 못하고 선방은 랜덤수준이지만 상당한 '커뮤니케이션'과 적당한 갈굼으로 수비를 조율하며 성공한 케이스가 있으니, 그가 이운재입니다.
정성룡에게 가장 아쉬웠던 게 이러한 건데, 최근의 경기에서 그를 보면, 이제는 이운재가 골대 앞에서 해야할 게 적어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며 급성장한 정성룡. 비록 어제는 후반에 교체되어 출전하며 1실점을 했지만, 스페인의 세계적인 수준을 감안한다면, 그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스페인이 앞도적으로 경기를 지배했던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전반을 책임진 이운재는 무실점이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스페인 선수구성도 고려해야할 사항입니다. 전반과 후반에 따로 출전했던 선수들의 면면을 확인하고 전-후반 스페인 경기력을 고려한다면, 정성룡 골키퍼의 실력에 이견을 달 사람을 별로 없을 듯합니다.
<못한 친구는 귀찮으니 한 명만 뽑을라니>
MF 기성용 ★★★★★☆☆☆☆☆ 5점
이런, 이런, 이런, '용-성-기' 5점도 아깝다. 혹시 전날 야동을 너무 본 게 아닐까.

< 한국의 신성 기성용. 이십대 청춘은 '훅' 간다. 과연 그가 이니에스타와 같은 세계적 스타가 될 수 있을까 >
기성용. 그 이름 석자는 FC서울에서 이청용과 함께 날라다닐 적부터 한 팀의 'ACE'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이름이었습니다. 이청용이 푸닥거리를 하면서 기성용에게 건내주면 그는 말끔하게 골을 넣어주고 말쑥한 신사마냥 세러모니를 선보였었죠. 어린 나이었지만 실력은 나무랄 게 없었고, 정신적인 부분도 뛰어나게 평가됐습니다. 그가 아무리 기대에 못미치는 시합을 하는 날이라도 칭찬 받을만한 짓을 몇 개씩은 해줬던 선수입니다.
근데 문제는 FC셀틱에 진출하면서 부터 시작됐습니다. 모브레이 감독의 경질이후, 출전기회가 줄어들며 잔디밭을 뛰다니는 일보다는 벤치를 엉덩이 열로 뜨겁게 달구는 역할이 많았습니다. 경기력의 저하와 그에 관한 우려는 자명한 일. 그리고 그 불안했던 심리속에 조심스레 생각하려던 예상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적어도 최근에 이뤄진 네 번의 친선전, 그날의 기성용을 떠올리면 충분하겠습니다. 안습.
기성용은 이번 월드컵 본선 중 한국대표팀에서 맡아줘야할 게 많습니다. 우리의 기대가 많은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속팀 주전 스쿼드에서 밀려나며 발생한 경기력 저하는 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러한 것을 강한 정신력과 의지로 풀어내야하는 것도 기성용 본인의 몫입니다. 물론, 경기력은 멘탈에 의존해서 풀 수 있는 숙제가 아니란 건, 우리동네 중학생이 아는 것처럼 저도 알고있습니다. 그렇지만 기성용은 프로선수이기에, 예전부터 그러한 방식으로 어쩌다 생기는 슬럼프를 극복했기에 기대하는 것입니다.
요 일 년 사이에 소속팀에서 자주 쉬었고, 최근 시합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허감독이나 나나 우리나 그래도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성용은 훌륭한 축구 기술의 소유자이니까요. 꽤 훌륭해 뵈는 도둑이 간혹가다 존재하는 건, 현장에서 몇 년 사라져 쉬었더라도 배운 기술은 결국 잘 써먹기 때문입니다. 기성용이 도둑이란 건 아니죠. 그냥 기술에 관해 말하고 싶었던 거에요. 하하. (그래도 좀 심했나...엉;?)
-끝-
PS

< 허감독님 제스처는 과연? "왓다 훡 맨~" 엉;? >
PS2
엌, 존대말로 써버렸네. 실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