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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2010.06.10 13:21
조회 90 |추천 0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는 여자의 질문에

마주 앉은 남자는 수줍게 대답하길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영화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남자는

"아무거나 뭐, 없어서 못먹죠"

 

그럴때 마다 여자는

"아.. 그러시구나"

그러곤 작은 한숨을 내쉽니다.

 

이 여자의 예전 남자친구는

참 멋지고, 참 똑똑하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한 순간도 그녀를 심심하게 하는 법이 없었죠.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그건, 스스로도 지루함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

 

잘해주고 웃겨주고 멋있는 남자친구 옆에서

여자의 행복이 깊어 갈 무렵 이미 혼자 지루해진 그는

'우린 여기까지'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렸습니다.

아마도 또 다른 여자를 딱 그녀만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그 후에 옛 남자친구를 닮은 거라면

길가에 돌멩이도 보기 싫었던 여자.

친구들은 그녀에게 '전혀 다른 남자, 순도 100%의 청년' 이라는

수식어로 지금 이 남자를 소개해 줬죠.

 

'그래, 애들 말대로 착해 보이기는 해. 하지만 정말 재미없구나.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외로워서 사랑을 하겠다는데, 남자가 착한 게 무슨 소용이람..'

 

여자는 다소 노골적으로 손목시계를 쳐다보고

내내 커피가 담긴 머그잔만 만지작 만지작, 그러면서

마지목해 몇 마디

"컵이 참 예쁘네요. 음악이 참 좋네요."

 

그러다 한 시간의 지루함을 견디고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저기, 먼저 나가 계시면..."

여자는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아 순순히 카페 밖으로 나와 기다리죠.

 

잠시 후 계산을 끝낸 남자가 걸어 나왔을 때

여자는 내심 걱정이 됐습니다.

 

'이 남자가 연락처를 물어보면 어떡하지..?'

 

그 순간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이 남자.

여자는 긴장했겠지요.

 

'올 것이 왔구나.'

 

하지만 남자가 꺼내 든 것은 전화기가 아니라

방금 전까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머그잔.

 

"이거요.. 아까부터 하도 예쁘다고 하셔서

계산할 때, 주인 아저씨한테 좀 팔면 안되냐고 했더니

비싼 게 아니라고 그냥 주시더라구요.

그게.. 오늘 제가 너무 재미없게 해 드린 것 같아서..

아, 이거 제가 마시던 거라 좀 그러면

어디가서 얼른 씻어 드릴까요?"

 

 

 

 

 

재미있는 사람을 찾지 마세요.

그 사람은 남들에게도 재미있는 사람일 테니.

예쁜 사람도 찾지 마세요.

그 사람은 남들에게도 예쁜 사람일 테니.

 

나에게 착한, 나에게만 예쁜, 나에게만 재미있는 사람.

그런 사람 하나면, Life is Wonder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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