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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8강 진출 가능성 높다 [완전분석]

지난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에게 1-4로 패배한 것은 상당히 뼈아픈 것입니다. 물론, 모든 패배가 다 뼈아프기는 하지만 승점과 골득실로 16강 진출국을 가리는 월드컵에서 한골 한골의 무게는 그 의미가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의 대패는 선수들의 경험부족이 부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1-3이 되었을 때에 좀 더 집중력을 높여서 아르헨티나에게 네번째 골을 허용하는 일은 없었어야 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 이영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진짜 강팀이라면 패배를 딛고 일어날 줄 알아야 한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허정무 감독 또한 어린 선수들을 야단치고 비난하기 보다는 다독거리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참 잘하는 겁니다.

그러나 비록 경험부족으로 예상치않은 대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목청높여 감독과 선수들을 비난할 이유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스코어로는 크게 졌지만 경기 내용까지 크게 뒤진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1-2인 상황에서 염기훈이 득점에 성공했더라면 게임의 양상은 상당히 달라졌을 겁니다.

그래도 1-4가 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은데 강팀이라 하더라도 대패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리어 월드컵에서는 "조별예선에서 대패를 당하고 16강에 진출한 국가는 반드시 8강 이상에 오른다"는 속설까지 있습니다. '펠레의 저주'만큼 적중하는 징크스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서 제가 월드컵 DB를 뒤져봤습니다. 그랬더니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별예선 1차전 혹은 2차전에서 3점차 이상 대패를 당하면서 2차전까지 1승1패를 기록한 나라들을 따져보니까 대략 이렇게 나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우크라이나
1차전 0-4 스페인, 2차전 4-0 사우디...3차전 튀니지

1994년 미국월드컵 루마니아
1차전 3-1 콜롬비아, 2차전 1-4 스위스...3차전 미국

1994년 미국월드컵 불가리아
1차전 나이지리아 0-3, 2차전 그리스 4-0...3차전 아르헨티나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유고
1차전 독일 1-4, 2차전 콜롬비아 1-0, 3차전 UAE

여러분 이들의 3차전 결과가 궁금하시지 않나요? 튀니지와 UAE는 강팀과 거리가 머니까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르헨티나와 미국은 조금 경우가 다르죠? 그런데 놀랍게도 결과는 4전 전승입니다. 그렇다면 불가리아가 아르헨티나에게 이겼다는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불가리아는 나이지리아전 대패의 아픔을 딛고 아르헨티나에 2-0 완승을 거둡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이 한결같이 8강 이상에 진출하여 '대이변'을 연출했다는 사실입니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 유고... 분명 브라질, 독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보다는 강하지 않은 팀들이지요. 이들이 대패를 당했던거 역시 '경험부족'이었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니까 도리어 정신력과 경기운영능력이 수직상승한 것입니다.

2006년의 우크라이나는 16강전에서 스위스를 만나는 행운을 얻고,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 3-0 승을 거두면서 당당히 8강에 진출합니다. 이에 반해 우크라이나를 대파한 스페인은 16강전에서 프랑스를 만나 1-3으로 패배합니다.

1994년의 불가리아 역시 16강전에서 멕시코를 만나는 행운을 얻고, 승부차기 끝에 8강에 진출하고, 8강전에서는 우승후보 독일마저 2-1로 꺾고 4강에 진출합니다. 같은 해 루마니아 역시 16강전에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만나는 불운을 겪지만 3-2로 승리하여 8강에 진출합니다. 이에 반해 불가리아를 3-0으로 대파한 나이지리아는 16강전에서 이탈리아에게 1-2로 패합니다. 마찬가지로 루마니아를 4-1로 대파한 스위스는 16강전에서 우크라이나에게 거꾸로 0-3 대패를 당합니다.

1990년 유고의 경우 16강전에서 강호 스페인을 만나 2-1로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유고를 4-1로 대파한 독일은 예선전의 여세를 몰아 결승까지 진출하여 전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2차전까지 1승1패였던 팀이 2패였던 팀과 맞붙은 사례를 찾아보니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가 스웨덴과 맞붙어 2-1 승리를 거두고 2승1패로 16강에 진출한 기록이 있습니다. 스웨덴도 강팀인데 3전 전패로 보따리를 쌌더군요. 강팀으로 인정받는 나이지리아도 스웨덴과 같은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제 머리아픈 경우의 수에 대해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현재까지 아르헨티나가 2승(승점 6, 골득실 +4)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한국 1승1패(승점 3 골득실 -1, 총득점 3), 그리스 1승1패(승점 3, 골득실 -1 총득점 2)로 2위와 3위로 랭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는 2패(승점 0, 골득실 -2, 총득점 1)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지요.

그런 상황에서 그리스는 아르헨티나와 맞붙고, 한국은 나이지리아와 맞붙습니다. 분명 대진운은 그리스보다 한국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가 보더라도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길 확률보다는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이길 확률이 높다고 볼테니까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한국의 대패로 나이지리아에게도 여전히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만일 한국이 아르헨티나에게 1-2로 패배했더라면 한국의 골득실이 +1이 되어 골득실 -2인 나이지리아가 한국과 그리스를 제치고 16강에 올라갈 가능성은 한국에게 3-0 이상의 승리를 거두는 것이어서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한국이 예상외로 대패를 거둠에 따라서 나이지리아는 1-0 승리만 거두더라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아르헨티나와 그리스가 무승부를 기록하면 나이지리아의 16강 진출은 무산됩니다. 또한,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게 1-0으로라도 승리를 거두면 나이지리아의 16강 진출은 무산됩니다. 왜냐하면 1승1무1패 혹은 2승1패의 그리스에게 1승2패의 나이지리아가 밀리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의 수는 좀 복잡합니다. 만일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3-0으로 승리를 거두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게 3-0 승리를 거둘 경우 한국, 아르헨티나, 그리스는 모두 2승1패로 동률이 됩니다. 이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2승1패 (승점 6점, 골득실 +2, 총득점 6)
그리스 2승1패 (승점 6점, 골득실 +2, 총득점 5)
아르헨티나 2승1패 (승점 6점, 골득실 +1, 총득점 5)

매우 확률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2승을 거두고도 예선 탈락할 경우의 수 역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도 그리스와의 3차전에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무승부만 거두더라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그리스의 16강 진출이 무산되기 때문에 그리스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아르헨티나에게 덤벼들게 될 것입니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한국이 나아지리아와 무승부를 기록할 경우 아르헨티나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 이외에 16강 진출이 불가능하므로 정말 절벽 위에 올라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한국의 나이지리아전은 다득점을 노리되 최악의 경우 무승부라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비록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대패해서 조별 순위경쟁에서 가장 불리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리스나 나이지리아보다는 훨씬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은 무승부를 기록해도 16강에 진출할 확률이 있지만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는 아르헨티나전에서 승리하는 것 이외에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없습니다.

나이지리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전대회 우승국 프랑스는 1차전에서 세네갈에 충격적인 0-1 패배를 당하고, 2차전에서는 우루과이와 0-0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전은 덴마크입니다. 정상적인 프랑스의 전력이라면 덴마크에 승리하여 1승1무1패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덴마크에 0-2로 패배하여 예선탈락하고 말았습니다. 프랑스같은 강팀에게도 1무1패를 안고 최종전 승리를 거두는 것이 심리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니 나이지리아의 부담도 장난이 아닐 겁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유럽의 강호 스웨덴(2패)가 한수 아래 코스타리카(1승1패)에게 1-2로 패배하여 예선 탈락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 감독 역시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패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제 하에 아르헨티나전 전략을 짜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2-0 정도로 승리를 거둔다는 전제 하에 아르헨티나전 다득점을 노릴 것입니다. 만일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게 3-0 이상의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한국-나이지리아전에서 한국이 5-0으로 승리를 거두더라도 아르헨티나를 탈락시키면서 16강에 진출할 수 있으니까요.

대단히 흥미롭게도 어제 나이지리아-그리스전을 보면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한국-멕시코전에서의 하석주 퇴장이 기억났습니다. 당시 한국이 하석주의 선제골을 넣어 1-0으로 앞서가다가 전반 20여분경 무리한 태클을 감행하다 퇴장당한 후 연속으로 골을 허용하여 1-3으로 역전패 했습니다. 그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위축이 결국 네덜란드전 0-5 대패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나이지리아 팀 분위기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수비의 핵심인 사니 카이타는 퇴장으로 한국전에 나올 수 없고, 왼쪽 수비라인도 부상으로 공백 상태입니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면 한국의 다득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제가 한국의 8강 진출 확률 99%라고 썼는지 이제 풀어보겠습니다. 대진표 상으로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하게 되면 멕시코나 우루과이 중 한 팀과 맞붙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B조 2위(한국)은 A조 1위와 맞붙게 되어있는데 현재 상황으로 보면 A조의 프랑스가 조1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만일 프랑스가 남아공과의 최종전에서 3-0 정도로 대승을 거두면 1승1무1패로 승점 4, 골득실 +1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멕시코-우루과이 전에서 승패가 나면 그 중 패배한 팀이 프랑스와 골득실과 다득점을 따져서 조2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결국, 한국이 조2위로 16강에 진출하면 16강전에서 절대로 프랑스와 맞붙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한국이 아르헨티나전 패배를 잘 극복해서 분위기가 뒤숭숭한 나이지라와의 경기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게 될 경우 16강전에서도 비교적 수월한 상대와 붙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이 그리스전에서 보여줬던 실력만 발휘한다면 멕시코나 우루과이와는 한번 해볼만합니다. 그리고 16강전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8강전에서 가나-미국 승자와 붙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 또한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입니다. 다시말해 한국이 심기일전하여 나이지리아를 이기기만 한다면 또한번 4강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와 맞붙어 통쾌하게 설욕하면서 월드컵 우승컵을 거머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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