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학교가 어디야?" 라고 묻는 질문에 움추러들기 일쑤였습니다.
네. 흔히 말하는 지방사립대 학생이거든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찾기도 전에
그렇게 떠밀리듯 안정적인 점수에 맞춰 학교를 지원하고,
남들처럼 반수를 하다 실패해 흐지부지 눌러앉은 우리학교, 상지대학교 입니다.
더군다나 그 흔하디 흔한 영문과.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으로, 지원했기에 영어에 남다른 애착이 있진 않았지만,
문학은 꽤 좋아하는 편이라 학교생활이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4학년이 되면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조금씩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설상가상으로, 긍정적이다 못해 바보같은 정도로 낙천적인 제게
스트레스성 질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 전, 다니던 영어학원을 그만두고
심지어 학교까지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복학이 약 2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뭐 휴학 전과 후의 스펙에 별다는 차이는 없지만, 나름의 오춘기를 겪은 후라 그런지
사람을, 사물을,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저의 변화된 '시각'으로 저희 학교가 처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동기들의 만남을 위해 연락을 취하던 중
요즘 학교가 무척이나 흉흉하단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지금쯤 기말고사이거나, 벌써 방학을 했어야 마땅한 동기들은
아직 기말고사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였고, 심지어 기말고사가 2학기 개강 후로 미뤄진 경우도 있더군요. (집회, 수업거부, 시험거부,교실폐쇄 등등.)
그 이유는 전 이사장이신 김문기씨의 경영권 복기 문제를 두고
전 사학과, 현 사학의 대립때문입니다.
전 이사장이신 김문기씨는
17년전 김영삼정권시, 사학비리(학교수입을 학교가 아닌 다른 목적의 투자에 쓰셨다고 하더군요.)로 '대학운영 부적격자' 판정을 받고, 1년 6개월의 실형과 함께
학교로부터의 일종의 격리처분을 받았더군요.
그래서 저희 상지대학교는 지난 17년동안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어 왔고,
지금은 임시이사 임기만료로 인해 이사 공백사태가 벌써 4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이사 체제로의 전환이 결정되었다던 2008년 뉴스와는 다르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선 임시 이사체제 유지가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새로운 임시 이사진 과반수 이상이 전 사학의 분들이구요.
똑똑하진 않지만 1~10까지 셀 수 있는 사람으로서,
5 < 6 .
과반수 이상이 의미하는게 무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정치나 학교운영에 관심없는 일반 여대생인 관계로,
논리적인 비판이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할 수도, 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왜 17년간이나 임시 이사체제로 지내온 저희 학교를
또 다시 臨時상태로 몰아 넣는 걸까요?
뜻풀이를 좋아해서 임시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보니
그 뜻이 미리 정하지 아니하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정한 것, 미리 얼마 동안으로 정하지 아니한 잠시 동안. 이란 의미더군요. 17년간의 잠시 동안으론 부족했던 걸까요?
올 여름이 끝나면 전 마지막 남은 학기를 위해 학교로 돌아갑니다.
휴학 전처럼 두 손은 가볍게 마음은 무겁게.
사실 재학중에도 이 문제로 집회 등이 있었지만, 아웃사이더의 한 사람으로
학교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늘 동기에게 학교 소식을 접하고, 또 기사를 찾아 읽다가
지난달 교과부앞에서 삭발식을 하는 사진 속에서 전공 교수님의 모습을 뵙게되니,
무언가 착찹한 마음이 들더군요.
워낙 이목구비가 뚜렷하시고, 시원시원한 인상이셔서 분명 삭발을 하셔도
그 모습이 멋지셨을거라 생각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네요...
처음으로 판을 써봅니다.
처음이 이런 이야기라 아쉽긴 하지만..
불안함 속에서 지내는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셨으면 하는 생각에,
이렇게 몇 자 적어 봅니다.
아..오늘도 무척이나 덥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