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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이 만들어 낸 달콤한 '16강의 열매'

조의선인 |2010.06.23 20:24
조회 174 |추천 0

[사커프리즘 2010-06-23]

 

4년 전 한국은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스위스와 어려운 경기를 했었다. 박주영의 플레이는 우울했었고 만들어낸 영향력도 미비했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박주영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고 그런 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박주영의 자신감은 많이 떨어졌었다.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2010년에는 모든 상황이 변했다. 박주영은 마침내 세계인들의 눈을 사로잡는 골을 터뜨렸다. 이제 AS 모나코 구단이 박주영을 지키려면 많은 투자와 설득을 해야 할 것 같다. 골장면만이 멋졌던 것은 아니다. 사실 그는 이번 월드컵 내내 훌륭한 공격 능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린 더반에서는 가장 빛나는 인물이 됐다.

물론 아주 예쁜 축구는 아니었다. 기회를 놓친 장면도 많았고 실수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치열한 무승부가 되었고, 그로 인해 웃을 수 있었던 쪽은 한국이었다.

16강 진출은 모두가 원했던 일이다. 지난 몇 년 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며 한국은 이 열매를 가질 자격이 있다. 경기장의 분위기가 나이지리아쪽에 있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남아공에 거주하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인구수는 꽤 많고, 현지 팬들도 나이지리아를 응원했다. 마치 원정 경기 같은 분위기였지만 인내와 끈기로 난관을 극복한 점을 박수쳐주고 싶다.

4년 전의 스위스전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당시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급격히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의 플레이를 한 원동력은 성숙한 정신력이었다.

물론 객관적인 경기력은 완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이지리아가 결정적인 두 번의 기회만 살렸으면 16강 진출로 웃고 있을 팀은 한국이 아닌 나이지리아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다. 보완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노출됐지만 오늘은 잠시 잊을 수 있다. 다음 경기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지 않은가? 이제 녹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토너먼트다. 한국은 그 어떠한 일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커다란 덩치, 파워, 개인기를 갖춘 축구가 작지만 빠른 스피드를 가진 팀과 부딪힌 경기였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팀이 만나 한 판 승부를 벌였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첫 골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도쿄에서 열린 중국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오디아를 그렇게 홀로 내버려둔 채 크로스를 허용한 모습도 안 좋았지만, 페널티박스에 들어와 있는 수비수로서 차두리가 보여준 디펜딩은 충격적이었다. 너무 쉽게 상대가 자신의 앞에 위치하도록 내버려뒀다. 독일에 오래 살아서일까? 한국에서 저녁을 먹고 나면 이런 수비 상황을 자주 연습할 수 있는데.......한국 남자들은 계산대 앞에 가면 자신이 돈을 내겠다며 상대가 자신의 앞에 위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충분히 볼을 클리어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가만히 있었을까? 그 상황에서 공에 대한 터치에 더 큰 집착을 보인 사람은 수비수 차두리가 아닌 우체였다.

나이지리아가 경기를 컨트롤하기 시작하자 그들의 자신감도 돌아왔다. 그들은 몸싸움으로 한국 선수들을 밀어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는 측면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고, 습관적인 반칙으로 너무 많은 프리킥을 내줬다.

이정수의 골은 좀 이상하게 들어갔으나 어떻게 들어갔느냐는 큰 상관이 없었다. 이후 한국의 경기력은 회복되기 시작했고 박주영의 프리킥 골은 매력적이었다.

김남일이 페널티에어리어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이해가 안 갔다. 말도 안 되는 태클이었기에 항의할 여지도 없었다. 야쿠부가 페널티스폿에 서서 득점을 시킨 것은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몇 분 전 세상에서 최악의 실수를 저지른 선수가 PK를 차다니 대단했다. 나는 야쿠부가 텅 빈 골대 앞에서 공을 다른 곳으로 차자 ‘아! 오늘은 한국의 날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곧 김남일의 태클이 나오자 “어 아닌가?”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래도 한국은 어려운 상황들을 잘 이겨냈다. 희미하게 사라져가던 나이지리아가 동점골과 함께 살아나는 듯했지만, 한국은 그들을 묶어내는데 성공했다. 16강에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플레이였다. 이제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또 다른 게임을 마음껏 즐기도록 하자.

 

〈사커프리즘 존 듀어든 골닷컴 총괄에디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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